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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은 국제 무역 '통행증'

두바퀴인생 2007. 8. 23. 13:15

 

 

[DT 광장] 인증은 국제 무역 `통행증`

디지털타임스 | 기사입력 2007-08-23 08:02 기사원문보기
슈테판 호이어 TUV라인란드코리아 사장

 

얼마 전 인기가수 비의 미국 공연이 공연 장비의 준비 미흡으로 돌연 취소되어 논란이 있었다.

 

미국은 전기안전법과 소방법에 따라 안전 인증마크가 부착되어 있는 장비에만 전기를 공급하기로 되어있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초대형 LED 스크린 등의 공연 장비에는 미국에서 요구하는 안전 인증 마크가 없었다. 규정상 공연 장비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어 공연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증마크가 없는 외국 제품은 수입 및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등의 국가에서 인증마크는 품질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이 소비자들이 사용하는데 안심해도 좋을 만큼 안전 규격에 맞춰 제작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공공의 안전성에 대한 제조자, 공급자, 소비자 사이에 신뢰의 표시이다.

 

인증은 기술 산업 분야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첨단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천, 수만 개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제품의 안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 바이어나 소비자들은 인증마크를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인증은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100V 전압을 쓰는 지역과 200V 전압을 쓰는 지역이 있듯이 국가마다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기준과 규격이 저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국가별 인증 제도를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소비자에게 한국의 제품을 판매하려면 CE 표시가 있어야 한다. CE 마킹이 없는 제품은 유럽 내에서 유통과 판매가 불가능하다. 미국의 NRTL, 독일의 GS, 중국의 CCC, 일본의 PSE 인증도 해당 국가로 수출할 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인증이다. 최근에는 환경, 보건, 위생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특히 전기 전자제품의 친환경적인 재생과 폐기물 처리를 위해 납, 수은, 카드뮴 등 6개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RoHS 지침은 유럽 및 중국에서 강력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일본의 대표 기업이 네덜란드에 게임기를 수출하려다 통관이 거부됐다. 유해물질로 분류된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부품 교환,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엄격한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은 대가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가.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은 일찌감치 인증의 필요성을 잘 알고 대처해왔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국제 표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신 기술 정보를 입수하여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대기업에 반해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무역 상대국의 기준을 잘 모른 채 제품부터 개발하는 사례가 많아 아쉽다. 인증 받는 과정에서 수출국 기준에 맞춰 제품을 수정하거나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전자 제품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규격을 통과하면 43개 국가에 중복 시험 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 CB 인증제도를 몰라 수출 국가별로 인증을 각각 준비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인증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인증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볼 필요도 있다. 또 주먹구구식의 대응보다는 제품 양산의 전 단계에서 세계적인 전문 인증기관의 정확한 정보와 서비스를 받는다면 인증 기간을 단축하고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증은 국제 무역에서 마치 `통행증'과도 같다. 그 만큼 수출의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저임금으로 쫓아오는 중국과 기술력으로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 한국 기업이 국제 표준이나 환경규제를 극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해 기술 강국으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