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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가장 오래된 폰테 밀비오 다리 위, 여섯 개의 쇠기둥을 연결한 쇠사슬 위에는 수많은 자물쇠가 빨래처럼 주렁주렁 널려 있다. 로마는 지난 1년 동안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연인들이 걸어 놓은 ‘사랑의 자물쇠’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다.
이 논란은 작년에 발간된 ‘너를 원해(I want you)’라는 소설에서 시작됐다. ‘다리 위의 가로등에 사슬을 걸어 자물쇠로 잠근 뒤 그 열쇠를 다리 아래 강물에 빠뜨리면, 연인들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 소설은 큰 인기를 끌며 110만 부가 팔렸고, 소설에 감동받은 연인들이 찾아와 자물쇠를 걸기 시작했다. 가로등 두 개가 자물쇠 무게를 견디다 못해 넘어졌고, 2000년이나 된 유서 깊은 이 다리는 낙서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시민단체들이 “반달리즘(문화 파괴행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 논란에 정치까지 끼어들었다. 좌파 정당의 벨트로니(Veltroni) 시장이 자물쇠를 철거하자, 우파는 “좌파가 사랑을 억압한다”며 공격했다. 논란 끝에 정치인들은 쇠기둥에 설치한 쇠사슬에 자물쇠를 걸게 하는 현 상태의 해결책을 찾아 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내와 함께 나온 코스탄티노 보쿠니(Boccuni)는 “좀 덜 로맨틱하지만, 보기는 전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다른 남성은 “나라면 관청이 설치한 쇠사슬에 자물쇠를 걸어 내 사랑을 표현하진 않겠다”고 했다.
소설의 저자 페데리코 모치아(Moccia)는 “사랑의 실체적 상징으로 ‘자물쇠 걸기’에 열광하는 것은 꿈을 잃은 현 시대를 반영한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