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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50점짜리의 굴욕...

두바퀴인생 2007. 8. 7. 13:12

 

 

 

토익 950점짜리의 굴욕

헤럴드 생생뉴스 | 기사입력 2007-08-07 10:23 | 최종수정 2007-08-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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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만점자인 김모(30)씨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영업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김씨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속전속결 족집계 학원’을 다닌 덕분에 토익 고득점 획득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외국인과는 대화 한마디 해본적이 없었던 것. 국제 전화 한통 받기도 버거웠던 그의 회화 실력은 금새 들통 났고 김씨는 여기저기서 “토익 점수에 속았다”는 회사 선배들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토익 고득점을 받고 입사해 주위로부터 영어 잘하겠다는 기대를 받은 신입사원들이 실제로는 ‘반 벙어리’나 다름없는 회화 실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토익 인플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수두룩하지만 정작 업무에 지장없을 만큼의 회화 실력을 보유한 사원은 드문 것. 이에 입사자들은 “혹시 사기친 것 아니냐”는 회사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며 영어 회화로 인한 ‘굴욕’을 당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각 기업에서 보는 회화능력은 C학점 수준에 불과했다. 취업시 토익 고득점은 기본인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족집게 강의를 받고 문제 풀이를 하느라 정작 회화 실력을 키우지 못한 것.

 

기업체에서 위탁을 받아 회사원을 교육하는 영어 강사들도 기업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의 회화 수준을 테스트해보면 비기너(Beginner)에서 프리 인터미디에이트(Pre-intermediate)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높은 토익 점수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토익 만점에 가까운 신입사원들이 회화는 중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

 

토익고득점과 회화실력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구직자들의 영어공부 행태를 보면 쉽사리 짐작이 간다. 이들의 시험 준비 방법은 영어 실력 키우기가 아닌 ‘요령 키우기’다. 황정호씨(29)는 “토익 학원에서 중요하다고 찍어주는 부분을 예습하고 복습하는 데에만 하루 6시간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화실력을 뒷전이다.

 

권나영씨(24ㆍ여)도 “주변에서 보면 70% 정도는 토익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회화는 그 실력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취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정석(26)씨는 “기출 문제의 스크립트를 다 외우고 패턴이 보이면 3달만에 900점 이상이 가능하다”며 “꼭 보고 들어야 될 부분을 알게되고 요령도 붙기는 하는데 이것이 영어 실력으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기업에서는 어학시험 점수가 아닌 실제 영어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직자와 기업간에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토익 시험 성격상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Y어학원의 토익 인기강사인 배모(35)씨는 “토익 문제의 특성상 회화 공부에만 치중하면 900점 이상의 점수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며 “학생들이 회화를 충분히 공부하기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토익은 기본적으로 리스닝과 리딩을 기반으로 한 간접적인 영어 평가”라며 “점수따기에 매달리는 응시생들도 문제지만 기업이 토익에 대해 너무 큰 기대와 요구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남현ㆍ남상욱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