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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근본주의 성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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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근본주의 성격...

두바퀴인생 2007. 8. 6. 15:51

 

 

 

이슬람 근본주의의 성격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7-08-0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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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소설가
 

극단적 배타성은 세속화에 대한 반발작용

아프간 사태 계기로 야만적 폭력에 함께 맞서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한국인 봉사대원들을 납치하면서 우리 사회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제기하는 문제들과 느닷없이 마주쳤다. 온 세계가 알 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에 끊임없이 피해를 보았어도 우리 사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런 야만적 폭력에 대해 함께 맞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적도 없었다. 이번의 비극적 사건은 그런 도덕적 무기력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 횡행하는 악과 맞설 계기를 준 셈이다.

 

이 어려운 일을 하려면 우리는 먼저 이슬람 근본주의의 성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9.11 참사’에서 보듯 그들은 이교도들에 대해서 극단적 증오를 보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무고한 사람들을 되도록 많이 죽이는 일을 성스러운 행위로 여길 만큼 그들은 비인간적이다. 그런 행태는 어디서 나오는가? 이슬람 근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이슬람의 세속화에 대한 반동이다. 모든 근본주의 종파들은 그것이 속한 종교의 세속화에 대한 반동이다.

 

어떤 종교든 처음엔 작은 추종자 집단으로 출발한다. 그래서 그 집단의 특수한 문화와 관행들이 교리의 바탕이 된다. 그 종교가 널리 퍼지면 그런 특수성은 교세의 확장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사제 계급은 경전에 나온 교리를 원래의 뜻대로 해석하는 대신 상징적으로 또는 우화적으로 해석해서 되도록 보편성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종교적 열정이 큰 교도들에게 그런 세속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경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충실히 따르려는 운동이 나온다.

 

현대사회에서 근본주의는 큰 문제들을 일으킨다. 핵심적 문제는 고대 문명의 세계관과 관행들에 바탕을 둔 계율들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그런 계율들은 현대 문명의 관행들과 너무 달라서 큰 사회적 불화를 낳는다.

 

세계의 주요 종교들 가운데 이슬람은 세속화가 가장 덜 된 종교다. 그래서 계율들이 아주 엄격하고, 반자유주의적이고, 비관용적이다. 게다가 역사적 이유로 중심적 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히 근본주의적 충동이 유난히 거세다.

 

아울러 이슬람 교도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다. 근대에 기독교에 바탕을 둔 유럽 문명은 세계를 실질적으로 정복했다. 이슬람 교도들은 문화적.인종적 열등감을 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열등감은 근본주의적 충동을 부추긴다. 그래서 전통적 계율들에 바탕을 두고 현대 문명의 특질들을 거부하는 일이 그들에겐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키는 길로 보인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 가운데 비교적 유복하고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 까닭이 거기 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알 카에다나 탈레반과 같은 집단들의 사악한 행태는 그들이 따르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세속화되어 현대 문명에 덜 적대적이 될 때 비로소 줄어들 것이다. 다른 종교들과의 공존, 사회적 소수에 대한 너그러움, 여성에 대한 인간적 대우와 같은 인도주의적 태도는 그런 세속화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 점을 명쾌하게 지적한 사람은 네덜란드 정치가 핌 포퇴인(Pim Fortuyn)이었다. 그는 자신의 조국이 이슬람 교도들의 유입으로 점점 너그럽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사회가 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이민을 억제하고 이슬람 교도들이 네덜란드의 좋은 규범들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놀랍지 않게도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받았으며, 끝내 2002년에 암살됐다.

 

서유럽의 거의 모든 지식인과 정치가들이 문제의 핵심을 차마 얘기하지 못했을 때 포퇴인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솔직하게 지적했다. 그렇게 정직하고 용감한 발언이 그렇게 혐오를 받은 정치가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는 것은 불행하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일으키는 문제들은 가까운 미래에는 그다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도 세속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종교도 이념도 그것들을 지닌 사람들이 잘 살도록 해야 번창하고 못살도록 하면 사라진다. 그래서 이슬람 근본주의도 점차 정치적 현실과 타협해 세속화될 것이다.

 

그런 세속화의 과정을 촉진시키려면 우리는 그것의 본질과 그것이 제기하는 위험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을 갖춰야 우리는 도덕적 무기력을 떨치고 근본주의의 사악함에 맞서는 국제적 노력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