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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북풍은 역풍...

 

 

[김영희칼럼] 어이 북한, 북풍은 역풍

부른다니까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06-21 20:32 | 최종수정 2007-06-21 20:55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김영희] 북한의 주장대로 이명박과 박근혜는 전쟁을 책동하는 수구반동세력인가. 한나라당의 반공화국 대결 의식과 전쟁 의식은 갈수록 악랄해지는가. 이명박이 집권하면 한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이 밀려오는가.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조지 부시가 빌 클린턴의 대북 정책을 뒤집은 것처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포용정책을 백지로 되돌리는가.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들리는 북한의 이명박.박근혜 죽이기 나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네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대북 정책을 들어 봤다. 그들의 대북 정책 연설과 보고서도 읽고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 간의 정책토론도 들었다. 두 가지 결론이 나왔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대북 정책에 관해 한나라당이 풍겨 온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온건한 실용주의적.현실주의적 대북 정책을 갖고 있다. 북한의 주장은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의도적인 '전략적 오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명박의 'MB 남북 관계 구상'이라는 것을 보면 그의 대북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500달러(한국은행 추산 914달러)인 지금의 북한 1인당 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이 1987년에 달성한, 집집마다 컬러 TV와 자가용을 갖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MB 구상은 10년간 북한에 300만 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30만 산업인력 양성, 400억달러 국제협력기금 조성, 서울~신의주 고속도로 건설, 식량과 의료 지원으로 북한의 절대 빈곤 해소 방안으로 짜여 있다. 대뜸 생길 "무슨 돈으로?"라는 의문에 대한 이명박의 대답은 설득력이 있다. "여러 나라의 무상 원조(ODA)자금 300억 달러, 세계은행의 인프라 지원기금, 그리고 북.일 관계 정상화로 일본에서 받을 배상금으로 400억 달러 조성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은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지어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북한 지원에 참가한다. 비핵화 실현이 전제다.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2002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한 연설에 잘 나타나 있다. 박근혜는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통일이 아니라 평화에 둔다. "굳이 정치적.영토적 통일을 고집할 필요 없이, 남북한 사이에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고 군사적인 대결이 사라진 경제공동체 정도의 수준도 통일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1)핵무기 제거로 실질적 평화, (2)경제공동체로 작은 통일, (3)경제통일로 민족공동체 만들어 정치통일로 간다는 박근혜의 삼 단계 통일론은 법적(de jure) 통일에 앞선 실질적(de facto)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선 평화, 후 통일'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의 기조가 아닌가. 통일은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박근혜의 생각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말하는 '과정으로서의 통일론'과 같다. 박근혜의 대북 정책에는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사회.경제 재건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구상도 들어 있다. 다만 그가 대북 정책 3원칙의 하나로 엄격한 상호주의를 고집하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밝힌 대북 정책은 그들 중 한 사람이 집권하면 약점을 보완하고 잘 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의사도 반영할 것이다. 그들의 대북 정책과 북한 인식에 관한 한 북한이 그들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미국서는 71년 보수적인 리처드 닉슨이 미.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보수층의 지지를 업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오히려 남남갈등의 부담 없이 대북 구상을 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북 정책 때문이 아니라 수구.보수적인 한나라 대 진보.좌파적인 범여권이라는 케케묵은 이분법에 따라 남한의 유권자들에게 '세찬 투쟁으로' 두 사람의 집권을 막으라고 선동한다. 북한은 북풍이 역풍을 부른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김대중과 노무현이 좋아서 기어이 한나라당 집권을 막을 생각이거든 이명박과 박근혜 공격으로 그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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