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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장마와 인재...

 

 

[설왕설래]장마와 인재(人災)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6-21 20:06 기사원문보기
상하이, 인도, 뉴욕 등 대도시 40% 이상이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진다.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그로 인해 인구 40%가 심각한 식수난을 겪는다. 카트리나 같은 강력한 허리케인이 배로 증가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 같은 끔찍한 사태가 바로 20여년 후에 닥칠 것으로 예견된 바 있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강연 형식을 빌려 만든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호소력이 있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어느 배우 못지않게 주목 받은 그는 환경지킴이로서 부통령 시절보다 더 인기가 높다.
 

핵전쟁에 따른 인류 최후의 날을 상징하는 심판의 날 시계는 23시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 시계를 관장하는 핵과학자회보(BAS) 과학자들은 핵전쟁 위험 증가와 함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기상이변이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도 기상재앙이 예고되고 있다. 1994년엔 대통령이 기우제를 지내고 언론은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효자태풍’이란 말까지 썼다. 그러다 2002, 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가 불어닥쳐 수백명의 인명피해와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강릉에는 1시간 동안 내린 비가 한 해 강우량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강원 인제 등 자연 마을 수십 곳은 폭우로 지형이 바뀔 만큼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홍수 피해액은 20조원에 이르고 인명피해도 1203명에 달한다. 비 피해로 제방이 무너진 하천이 복구되기도 전에 수해를 본 경우가 다반사다. 늘 재해 뒤에는 인재라는 말이 꼬리처럼 따라다닌다. 슈퍼태풍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정부는 2011년까지 계획했던 27개 댐 가운데 12개의 건설을 백지화했다. 지자체와 지역민의 꼬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언제까지 예방보다 사후복구에 매달리는 후진국형 재해대책을 세울 것인지 답답하다.

 

어제부터 전국에서 흐리고 비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다. 올해는 철저한 재해 예방으로 더 이상 인재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이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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