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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성장엔진이 식고 있다

 

 

<포럼>성장엔진 더 식혀서는 안된다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6-16 08:32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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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6월13일 잠정 추계한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했다. 그리고 교역조건의 악화를 반영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같은 기간 고작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 외부적인 요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가 우리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같은 기간 홍콩(5.6%), 싱가포르(6.1%), 태국(4.3%), 대만(4.2%), 인도네시아(6.0%), 말레이시아(5.3%)의 경제성장률은 한국보다 높았으며, 중국(11.1%)과 인도(9.1%)는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은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북한이나 필리핀보다도 가난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랬던 우리 경제가 정말 그동안 숨가쁘게 성장하여 간신히 오늘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가 도래했던 1998년을 제외하고는 1982년 이후 한 번도 전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그랬던 우리 경제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적으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약 0.6%포인트 낮은 성장률을 계속 보이면서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전 세계가 호황을 구가하던 지난 수년 동안에 그 혜택을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채 침체가 지속돼 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해 인플레이션 위협 없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반대로 중국의 물가와 임금이 올라감과 동시에 각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각국의 금리 인상을 재촉할 것이다.

 

그리하여 전 세계 경제는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그 밖에 엔화 강세나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자금이 청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지난 수년 간의 상황보다도 더 악화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이념의 문제를 떠나 당장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취업난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노 대통령은 5월21일 “지금 우리 경제성장률은 낮은 게 아니다”고 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분배라도 좋아졌으면 변명의 여지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 정부 집권 이후 분배 상황은 부동산 양극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더욱 나빠졌다. 이렇듯이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과 국민의 진단이 서로 다르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이웃 일본은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라도 더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동안 추락해 가던 노 대통령의 인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력히 추진할 때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점만 봐도 우리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매우 객관적이고 정확해졌음을 알 수 있다.

 

노 정부는 이제 남은 임기 동안 번영의 기초를 깔아 놓은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침체의 길을 재촉한 정부로 평가 받을 것인지를 결정지어야 할 때다. 내키지 않겠지만 경제정책에 대해 실패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올바른 해법을 하나라도 더 제시하는 것만이 그나마 남은 국민의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야 그동안 실망에 가려서 보고 싶지 않았던 노 정부의 긍정적인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창규 / 명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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