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국민인게 부끄럽다!

 

 

[아침논단] 국민이 부끄럽다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10 23:18 기사원문보기

참담한 심정이다. 요즈음은 이 나라 국민 된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도 품격이 있는데 나라의 품격을 이렇게 망가트려도 되는가? 그래서 국민을 이렇게 부끄럽게 만들어도 되는가? 그것도 정치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말이다.

한 나라의 품격, 국격(國格)을 결정하는 데는 3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국민들이 가지는 자기나라 ‘역사에 대한 자부심’, 둘째는 ‘헌법에 대한 자긍심’, 셋째는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이다. 그런데 오늘의 정치를 보라. 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헌법을 공격하고 있고, 과거의 대통령은 당신에게 보냈던 국민의 지지와 존경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으며, 미래의 대통령들은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우리의 조상과 부모 형제들이 이루어 온 피와 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이 소중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현직 대통령이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역사”라고 한동안 폄훼하고 다녔다. “역사를 청산하겠다”고 떠들더니 이제는 이 나라 헌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헌법기관인 선관위 결정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헌법이란 국민 모두가 합의한 이 나라 최고의 규범이다. 자유, 민주, 인권, 법치 등 국민들이 생명처럼 소중히 하고 모두가 목숨 걸고 지켜 나가야 할 가치이다. 그런데 국민 앞에서 헌법수호를 약속하고 이 나라 대통령이 된 사람이 헌법을 능멸하고 역사를 부정하다니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외국 사람들이 들을까 겁나고 크는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이다. 나라의 격(格)을 한없이 추락시키고 국민을 부끄럽고 고개 들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은 자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존경을 스스로 짓밟고 있다. 명백히 유죄판결을 받은 범법자인 아들을 국회위원 만드는 데 앞장서더니, 이제는 이미 실패한 햇볕정책을 살리려고, 다시 지역주의의 망령을 불러들여, 이를 볼모로 대선개입에 나서고 있다.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별 못하는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다.

미래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의 모습을 보라. 아무리 권력이 중요해도 인간사회에는 금도(襟度)라는 것이 있다. 같은 당에 소속된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당 안에 ‘국민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도, 당 밖에서 벌이고 있는 소위 측근들의 흑색과 막말의 진흙탕 싸움을 보라. 저러한 측근들 속에서 과연 품격 높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진정한 인격과 대덕(大德)을 갖춘 지도자라면 측근들의 비례(非禮)와 잘못부터 꾸짖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와 불안은 안중에 없고, 소탐(小貪)하다가 대실(大失)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참으로 걱정이다.

지도자들이 이러하니 국민들이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다. 홀로 짝사랑하다가 과거, 현재, 미래 지도자들 모두로부터 버림받는 심정이다. 참으로 국민이 불쌍하다. 지도자 복이 너무 없다. 본래 우리 국민은 선하고 부지런하고 열정적이어서 지도자만 잘 만나면 크게 융성할 수 있는 국민이다. 그래서 지난 60년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건국-산업화-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이제야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여기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과연 어찌 할 것인가? 미래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부터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반성하여야 한다. 그동안 수준 낮은 지도자들을 뽑아 놓고 열광했던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때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간절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선진화시킬 ‘선진화 대통령’을 찾아내야 한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의 선택이 아니라 50년의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시대의 흐름과 변화 > 생각의 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끓어진 필름의 공포  (0) 2007.06.11
한나라당 검증 공방  (0) 2007.06.11
허공에 주먹질...  (0) 2007.06.11
요즘 언론이 비판받아야...  (0) 2007.06.11
빌.게이츠의 하버드 연설  (0) 2007.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