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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의 하버드 연설

 

 

[만물상] 게이츠의 하버드 연설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10 23:31 기사원문보기

1871년 프랑스 동북부 로렌지방이 독일에 합병되자 열네 살 소년 루이 모피가 수도 메스를 탈출했다. 장군을 40명이나 배출한 명문가 출신 모피는 고향이 다시 프랑스 땅이 될 때까지 극장이나 무도장에 얼씬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스 육사를 졸업한 그는 1차대전 때 군사령관으로 활약했고 베르사유조약으로 메스가 프랑스로 반환되자 시장에 임명됐다. 모피 시장이 48년 만에 영화관에 가는 날 시민들은 평생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냈다.

 

▶82세 명우 폴 뉴먼이 지난주 모교인 오하이오주 캐니언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뉴먼은 대학 다닐 때 교내 세탁소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60달러씩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평생 학교에 빚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뉴먼이 그간 유기농 식품회사를 운영해 자선단체에 기부한 수익금만 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보름 전 은퇴를 선언한 그는 남은 삶을 자선사업에 바치겠다고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지난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하버드대 3학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하느라 중퇴한 지 32년 만이다. 그는 명예 박사학위까지 받아 들고서 학생들에게 “혜택받은 사람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을 바꿔 보자”고 역설했다. “여러분이 재능, 혜택, 기회를 많이 가진 만큼 세상이 뭔가를 한없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게이츠는 내년에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나 질병과 기아 퇴치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어린이 4분의 1이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결핵 등 갖가지 질병에 노출돼 있고 백신을 맞지 못해 죽는 어린이가 10초에 한 명꼴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1999년에 7억5000만 달러를 내놓아 ‘백신 개발과 예방 접종을 위한 지구 동맹(GAVI)’을 만들었다.

 

게이츠는 컴퓨터, 인터넷, 생명공학의 기술혁명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한다고 했다. 인류 유사 이래 언제나 존재해 온 불평등을 비로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이제 시장과 정부의 힘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며 이를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고 불렀다. 가진 자, 누리는 자의 도덕적 의무와 끊임없는 혁신, 불타는 소명(召命) 의식을 동시에 보여주는 빌 게이츠에게서 다시 한 번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을 확인한다.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