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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프랑스 동북부 로렌지방이 독일에 합병되자 열네 살 소년 루이 모피가 수도 메스를 탈출했다. 장군을 40명이나 배출한 명문가 출신 모피는 고향이 다시 프랑스 땅이 될 때까지 극장이나 무도장에 얼씬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스 육사를 졸업한 그는 1차대전 때 군사령관으로 활약했고 베르사유조약으로 메스가 프랑스로 반환되자 시장에 임명됐다. 모피 시장이 48년 만에 영화관에 가는 날 시민들은 평생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에게 눈물의 박수를 보냈다.
▶82세 명우 폴 뉴먼이 지난주 모교인 오하이오주 캐니언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뉴먼은 대학 다닐 때 교내 세탁소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60달러씩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평생 학교에 빚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뉴먼이 그간 유기농 식품회사를 운영해 자선단체에 기부한 수익금만 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보름 전 은퇴를 선언한 그는 남은 삶을 자선사업에 바치겠다고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지난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하버드대 3학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하느라 중퇴한 지 32년 만이다. 그는 명예 박사학위까지 받아 들고서 학생들에게 “혜택받은 사람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을 바꿔 보자”고 역설했다. “여러분이 재능, 혜택, 기회를 많이 가진 만큼 세상이 뭔가를 한없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게이츠는 내년에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나 질병과 기아 퇴치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어린이 4분의 1이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결핵 등 갖가지 질병에 노출돼 있고 백신을 맞지 못해 죽는 어린이가 10초에 한 명꼴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1999년에 7억5000만 달러를 내놓아 ‘백신 개발과 예방 접종을 위한 지구 동맹(GAVI)’을 만들었다.
▶게이츠는 컴퓨터, 인터넷, 생명공학의 기술혁명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한다고 했다. 인류 유사 이래 언제나 존재해 온 불평등을 비로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이제 시장과 정부의 힘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며 이를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고 불렀다. 가진 자, 누리는 자의 도덕적 의무와 끊임없는 혁신, 불타는 소명(召命) 의식을 동시에 보여주는 빌 게이츠에게서 다시 한 번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을 확인한다.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