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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끓어진 필름의 공포

 

 

끊어진 필름의 공포 - 알코올성 기억상실

          (그것이 알고 싶다)

○ 제 목 : 끊어진 필름의 공포 - 알코올성 기억상실
○ 방송일시 : 2006년 11월 25일 (토) 밤 10시55분
○ 연 출 : 강범석 / 작 가 : 박진아

** 살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자
작년 11월 창원의 한 모텔에서 50대의 일본인 사업가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목격자도 없이 새벽 시간에 모텔의 복도에서 벌어진 잔인한 범행. 하지만 복도에 설치된 CCTV에는 범행이 고스란히 찍혀있었고, 범인은 사건발생 12시간 만에 긴급 체포됐다.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뜻밖에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영민씨(가명)였다. 경찰은 김씨가 여관털이를 시도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김씨는 벌금한번 낸 적 없고,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던 착실한 청년이었다. 수사과정에서 김씨는 시종일관 살인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진술을 했는데, CCTV속의 인물이 자신이 맞긴 하지만 살인을 한 사실은 물론 모텔에 갔던 일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날 술에 너무 취해 중간에 기억이 끊겼고, 그 뒤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도 그는 일관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최종선고 이후 8개월, 제작진은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려하지만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체 왜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참혹하게 살인했는지 자신도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다며 괴로워했다. 술을 마시다 갑자기 끊긴 기억,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은 정말 가능한 일인가?

** 블랙아웃(BLACK OUT), 끊어진 필름의 공포
업무상 술자리가 많은 최상구씨(가명)는 1년 전부터 술만 마시면 기억을 잃는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머릿속을 누가 지우개로 지워놓은 것처럼 전날의 술자리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몸에 난 상처가 유일한 단서일 뿐 술이 깨면 늘 당황스러운 일을 맞이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했지만,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그 일로 인해 회사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그가 술자리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조금 취기가 오르자 그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폭력적인 행동을 했지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해보이진 않았다. 다음날 다시 만난 그는 역시 전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의 잃어버린 기억을 최면을 통해서 되살려 보기로 했다. 블랙아웃, 필름이 끊어진 듯 잃어버린 기억은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인가?

**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 알코올성 치매
사업가인 김동환씨(가명)는 남 얘기인줄만 알았던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30대중반에 처음 해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블랙아웃의 횟수가 그 뒤로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또 다른 문제로 힘들어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평상시에도 기억력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사소한 기억들은 물론 꼭 해야 할 일들도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늘어날 무렵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치매로 발전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술과 기억력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정상인그룹과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그룹, 그리고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는 알코올의존그룹으로 나눠 뇌의 PET촬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세 그룹 간에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다시 촬영을 해보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간 후 해마의 활성도는 모든 그룹에서 급격히 감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술을 마신 후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종의 경고신호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술을 마시게 되면 뇌가 쪼그라들고 궁극적으로는 뇌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손상되어 결국 알코올성 치매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 뇌가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마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장인중 절반이 넘는 54%가 술을 마실 때마다 폭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인 소주1병 또는 맥주4병 이상을 마신다는 것이다. 블랙아웃, 즉 단기기억상실증 경험자도 34%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술에 대해서 여전히 너그러운 것이 현실이어서 사소한 실수를 해도 누구나 한번쯤 할 수 있는 실수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뇌가 손상돼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은 뇌가 보내는 첫 번째 경고신호인 것이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취재를 통해 알코올과 기억에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멀쩡한 듯 보이지만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블랙아웃의 미스터리를 밝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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