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주민소환제...

 

[사설] 민주주의의 새 실험 '주민소환제'

[매일경제 2007-05-24 16:11]    
광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책임을 묻는 주민소환제가 오늘부터 시행된다. 민선 4기째인 지방자치제도가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위법ㆍ부당 행위를 저지르거나 직무가 태만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 투표 중 과반수 찬성으로 언제든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에는 이들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주민들이 마땅히 책임을 물을 장치가 없어그저 속만 끓일 수밖에 없었다.

 

설령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옥중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파행이 빚어지곤 했다. 주민소환제 시행으로 주민소환 투표안이 공고되면 이날부터 소환 대상자 권한이 정지되게 된 만큼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최근 남미를 다녀온 서울 자치구청장 7명을 포함해 '외유성' 연수와 '집단외유' 등으로 물의를 빚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주민소환제가 예산 낭비와 직권 남용 등 선출직 공직자의 무분별한 행태에 제동을 걸어 책임행정 구현에 도움을 줄 것임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기에 영합한 선심성 행정을 조장할 것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크다. 광역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하남시 시민단체가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에 대해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려는 것은 이런 일이 결코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주민소환제가 이런 식으로 이용된다면 지역사회 장래를 내다본 소신있는 행정은 자리를 잡기 어렵다.

 

좋은 제도도 운용을 잘못하면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제의 성패는 결국 선출직 공직자의 퇴진 여부를 결정할 권력을 새로 부여받은 지역 주민들에게 달렸다. 주민 각자가 민주사회 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다할 때 주민소환제가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주민소환이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가뜩이나 비리 온상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