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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인재유치

 

[설왕설래]싱가포르의 인재유치

[세계일보 2007-05-21 21:12]    
로마와 미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은 물론 군사력과 경제력이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개방과 경쟁원리에 입각한 인재충원 시스템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출신배경보다 실력을 우선해 인재를 기용한 것이 제국의 번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로마에서는 수많은 정복전쟁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군사 지도자가 쿠데타로 황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황제 자리가 장자에게 세습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미국도 철저한 실력사회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인재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탁월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가 핵심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되는 것은 싱가포르의 움직임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학 재학 이상의 선진국 젊은이들에게는 무조건 6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 기업에 공급해 싱가포르를 ‘경제허브’로 만들겠다는 국가전략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싱가포르는 세계 유명대학을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폈고 유학생에게는 학비지원, 세금감면 등을 통해 자국취업을 유도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노력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좁은 국토에다 부존자원도 변변치 않다. 그래서 수출지향적인 경제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흐름에도 앞장서야 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것이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되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한국을 모델로 삼아 경제정책을 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리 전 총리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회고하면서 “한국을 성공시키려는 결의에 감명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었다. 우리가 싱가포르에 배워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한국이 세계 인재 확보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국조차 국제적인 명문대 육성 방침을 정하고 대대적인 대학 개혁에 착수했다. 한국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전 세계 주요 대학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쟁원리를 도외시하고 평등원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전천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