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대중 저자세 외교문제

 

[사설] 골든 로즈호 사고와 對中 저자세 외교

[경향신문 2007-05-20 21:18]    
광고

골든 로즈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 다 되어 가도록 한·중 양국은 수색다운 수색 작업을 벌이지 못한 채 기상 및 조류 탓만 하다 시간을 흘려 보냈다. 급기야 피해 선박회사가 직접 나서 중국의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선체 수색작업에 들어간다. 선원 가족들의 가슴 속은 새까맣게 타고 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된 데는 중국 당국의 무능과 발뺌식 대처가 직접적 원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 자세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는 사고 발생부터 지금까지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구조 선박 출동에 늑장을 부리거나 중국 당국의 무책임한 면피성 발언에 관해 언급을 자제해왔다. 중국 교통부 당국자가 지난 주 ‘쌍방 책임’ 주장을 했을 때 우리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선체 인양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구조함과 인원이 뒤늦게 현장에 투입됐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의 대중 외교자세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2005년 국군포로 탈북자 한만택씨 강제 북송에 이어 올해 1월 셴양(瀋陽) 총영사관 보호 하에 있던 국군포로 탈북자 가족 9명이 강제 북송됐을 때도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내 수감중인 한국인 재소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부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로 지난 해 우리 기업인이 투자한 백두산 호텔을 중국이 철거할 때 외교부는 ‘충분한 보상’을 주문했을 뿐 당연히 제기해야 할 투자보장협정 준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중국측에 국제법과 투자보장 협정을 들어 총련 소속 재일교포가 건설한 호텔의 철거 부당성을 지적했다.

 

골든 로즈호 사고 처리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대중 외교 자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계속 중국의 눈치나 보는 저자세 외교로는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중 외교 자세를 가다듬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