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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미래전쟁

이지스함의 감격

 

 

[시론] 이지스함 한 척에 가슴이 벅찬 까닭은

[조선일보 2007-05-18 07:09]    

대한민국 해군은 이달 말 우리 손으로 만든 세종대왕함을 진수함으로써 세계 다섯 번째로 이지스함을 보유하는 해군이 된다. 이지스함은 항공모함이 공격적인 이미지를 갖는 데 비해 그 이름이 뜻하는 대로 방패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한 군함이다. 이지스란 초현대식 레이더, 컴퓨터, 미사일 기술이 종합된 무기체계로서 1000km 밖에 있는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군함, 잠수함 등 수백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 격파할 수 있기에 바다의 전자 군단이라고도 불린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자국 구축함이 격침당하는 현실을 목도한 영국인들이 영국도 이지스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값이 너무나 비싼 탓에 구입할 수 없었다던, 그 꿈의 군함을 드디어 우리 해군이 보유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보유하게 될 이지스함은 성능과 크기에서 미국,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을 오히려 능가한다고 하니 한국의 조선기술과 국방과학 기술의 쾌거라 말할 수 있겠다. 장보고, 이순신을 배출한 우리는 바다를 지키고 이용할 줄 아는 민족이었고, 이제 바다를 통해 전 세계와 거래하는 세계 10위권의 통상대국이 되었다. 세계의 바다 위에 떠있는 물동량의 약 10%가 한국의 항구를 떠났거나 한국의 항구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일 정도다.

한국이라는 산업국가가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페르시아 만에서부터 울산, 광양까지 꼬리를 물고 달려오는 유조선과 우리 국민이 먹고사는 식량을 실어나르는 화물선, 그리고 이들이 이용하는 해로(海路)의 안보를 확보해야만 한다. 우리는 또한 석유와 식량을 사올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만든 제품들을 바다를 통해 외국에 수출한다. 우리의 생명선인 해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신예 막강 군함이 필요하다. 이지스함은 물론 해로만 지키는 것은 아니다. 독도를 지키겠다는 백 마디 말보다 우리가 보유한 이지스함 한 척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지스함과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는 무기구입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나타났던 ‘양과 질의 논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질적으로 우수한 무기를 소수 구입할 것인가? 질적으로는 열악하지만 값이 싼 무기를 다수 구입할 것인가?’라는 것은 무기구입 과정에서 자주 부닥쳤던 고민이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양적인 우세를 거의 완벽하게 압도하는 고성능 무기체계의 개발을 가능케 했다. 최신예 전투기 F-22가 전쟁 게임에서 기존의 최고 전투기들을 144:0으로 격파했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말이다.

한국 해군은 2012년까지 3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예정이지만, 일본은 현재 5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8척을 보유할 예정이다. 미국은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22척,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28척 등 총 50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생명선인 해로의 보호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 해군에 의존해 왔다. 우리의 군함들은 성능이 열악해서 먼 바다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 해군과 합동 작전을 하기도 버거웠다. 이제 우리는 비록 양적으로는 소규모일지라도 미국, 일본의 최정예 군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군함을 가지고 작전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7%씩 국방비를 늘린 나라로서 금명간 항공모함을 보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본 역시 냉전이 끝난 후 세계에서 군사비를 가장 많이 증액시킨 나라 중 하나다. 우리가 이지스함을 만든 것은 우리 수준과 처지에 놓여있는 국가라면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