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비용 줄여 가격 낮춰 초저가 수퍼마켓‘큰 인기’ 6개서 연내 50개로 늘 듯 본사서 대량으로 싸게 구매 최저가 체인점도 속속 등장 칠성사이다 1병 350원(초저가 수퍼) 對 450원(일반 수퍼), 소갈비살 1인분 6000원(초저가 식당) 對 2만5000원(일반 식당)
1일 경기도 수원시 송죽동에 위치한 ‘700마켓’. 입구에는 “인건비·유통마진을 줄여 지역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150평 규모의 이 매장에서 신라면 한 개 가격은 470원(인근 대형마트 480원, 대기업 직영 수퍼 520원),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는 900원(인근 대형마트 1100원, 수퍼 1100원), 칠성사이다 250㎖는 350원(수퍼 450원)을 받는다.
이 저가 수퍼 체인은 닭고기 업체 하림이 대주주인 농수산홈쇼핑이 운영하는 것이다. 독일 초저가 수퍼마켓인 알디(ALDI) 모델을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 그대로 들여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6개 점포가 영업 중이며, 연내 50개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하림 김홍국 회장이 지금의 대형마트가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2003년부터 구상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전문프랜차이즈 식당인 우쌈은 호주 및 뉴질랜드산 유기농 쇠고기(차돌박이, 갈비살 등)를 1인분 6000~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우쌈을 비롯, 우스·오래드림·우마루·아지매 숯불구이·우모리 등 10여 개 정도가 가격파괴 쇠고기 전문점으로 영업 중이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인해 저가 쇠고기 전문점을 준비 중인 사업가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격파괴형 업태(業態)의 확산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민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얼어붙은 소비심리 덕분에 가격파괴형 업태 전망은 아주 밝다. 전문가들은 “유기농 등 고가(高價) 시장과 별도로 유통비 절감을 통한 가격파괴형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 분야”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격 파괴는 유통비용에서 절감
700마켓의 뜻은 700가지 물건을 값싸게 판다는 의미다. 싼 값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원가 외에 드는 인건비·광고비·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는 대형마트처럼 직원을 파견해서 마케팅 활동을 벌일 필요도 없고, 오직 제조원가만 신경 쓰면 된다. 실제 송죽동 700마켓의 점원 수는 물건값을 계산하는 직원 두 명뿐이다. 매장 선반에 박스포장 그대로 올려놓고 낱개로 제품을 팔고 있다. 700마켓이 본뜬 독일 알디의 경우,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다.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아끼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요즘 대형마트가 할인점이라기보다는 백화점에 가까워지는 추세에서 가격파괴형 업태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는 독일식 초저가 할인점이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전문점, 중식 레스토랑 등으로 가격파괴형 확산
가격파괴 쇠고기 전문점은 대규모 구입으로 물류비 절감이 가능한 프랜차이즈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수입유통 마진을 줄여 제품 값을 낮추는 곳들이다. 초저가 쇠고기 전문점 체인 중 하나인 우스는 1인분 5500~7500원 사이의 가격대를 내걸고 있다. 오래드림은 양념갈비를 6000원에 판매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일부 한우 전문점의 경우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서민들을 타깃으로 한 가격파괴점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요리집·오징어요리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서도 가격파괴형이 나오고 있다. 퓨전 중국요리 전문점인 취룡은 누룽지탕·야채해물샐러드·유산슬·마파두부·자장면 등 4~5가지 메뉴로 구성된 1인용 세트메뉴를 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요리 실내포차 ‘오징어깡’은 서울 공릉동 점포 등에서 자연산 오징어 회·오징어 튀김요리 등을 각각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방승재 대표는 “본사에서 오징어와 해산물을 산지 도매상과 연중 일정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 중간유통단계를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가 소득수준에 비해 높기 때문에 유통비용 절감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재남 유한대학 유통물류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며 “단순한 저가전략보다 체계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가격파괴정책을 구사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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