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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마음의 평안

클레오파트라

[여적] 클레오파트라

[경향신문 2007-02-15 20:42]    

비비안 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소피아 로렌, 모니카 벨루치. 클레오파트라 역을 열연한 여배우들. 이들 세기의 미인들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좀더 낮았더라면 세계의 얼굴은 좀더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파스칼의 말과 함께 클레오파트라를 역사상 최고의 미녀로 만들었다. 나라의 명운을 걸고 나눈 로마의 두 영웅 시저와 안토니우스의 진한 사랑도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명성을 드높였다. 이 같은 점으로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틀림없이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그녀가 역사를 바꿀 만큼 절세미인이 아니었다는 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데 이어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로마시대 은화를 연구한 결과 클레오파트라의 미모가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기원전 32년의 동전 속 클레오파트라는 좁은 이마에 뾰족한 턱, 얇은 입술, 날카로운 코, 굵은 목을 지녔다. 비비안 리 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오히려 키 150㎝의 매부리코에 뚱뚱한 데다 치아까지 엉망이라는 ‘추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피루스에 적힌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과 비교될 정도로 놀랄 만한 것이 아니었고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 것도 아니었다’는 표현이 더 잘 맞는 것이겠다.

 

클레오파트라의 외모가 그러하다면 그는 어떻게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사랑의 열병에 들게 하고 셰익스피어로 하여금 ‘나이도 그녀를 시들게 할 수는 없었다’고 읊게 했을까.

 

기록에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어릴 때부터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함으로써 총명함을 키웠다. 타고난 언어감각으로 이집트어는 물론 에티오피아어, 터키어, 아라비아어, 시리아어 등 10개 국어에 능통했다. 머릿속에 꽉 찬 지식으로 이미 지적인 이미지를 완성한 그는 뛰어난 화술과 출중한 정치능력, 그리고 화려한 장미꽃 이벤트 등으로 호걸들을 사로잡았다. 클레오파트라를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으로 만든 것은 타고난 외모가 아니었던 것이다.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빼어난 미녀가 아니었다는 설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들린다. 매력이나 참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는 점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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