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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근무할 5급 비서관 1명과 6급 비서 1명을 채용했다. 의정활동을 한층 더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 유능한 보좌진이 필요했던 터에 결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게 널리 인재를 구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취업 포털인 워크넷(worknet)에 문의했다. 구인등록을 하고 채용공고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채용공고가 보이질 않았다. 문의해본즉, 공개할 경우 지원자 폭주로 인해 의원실 업무차질이 우려돼 구직등록자 중에서 적임자를 50명가량 추려 전화 홍보를 대신해줬다는 답변을 들었다.
요즘 청년실업은 가히 살인적이다. 구인업체가 지원자 쇄도 때문에 업무차질을 빚을 지경으로 그 심각성은 크다. 웬만한 일자리에는 경쟁률이 수십대일, 수백대일에 달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고 해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낙바생'이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는가. 비슷한 얘기지만, 그 심각성을 풍자한 신조어들로는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등도 있다고 한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이번 채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회와 민간경제연구소 두 곳의 홈페이지에 단지 채용공고를 냈을 뿐인데, 조회건수가 2500건을 넘었고, 마감결과 지원자 규모와 수준도 상상을 초월했다. 최종경쟁률은 세 자리 수에 달했다.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자도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우수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 일자리 부족으로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사실 20대, 30대 이들은 누구인가. 출생연도로 살펴볼 때,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속하는 청년계층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서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그 숫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야 했다. 즉, 가장 많은 교육비가 투입된 양질의 노동력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싸늘하다. 매년 청년을 포함해 신규 노동력이 40만명 가량 쏟아지지만, 우리 경제는 한해 동안 기껏해야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뿐이다. 단순계산을 해도 한해 동안 일자리가 10만개 가량 부족한 것이다. 매년 이런 추세로 일자리 부족이 누적되면 청년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을 걸로 추산되는 것도 고용사정 악화가 여러 해 동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ㆍ장년층의 실업자 수도 증가해 이들도 구직행렬에 나섬으로써 청년에게 돌아갈 일자리 몫은 더욱 줄어든다.
청년계층은 10년, 20년 후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주도세력이다. 이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희망적이다. 반면 이들이 절망하게 되면 미래 한국도 절망할 수밖에 없다. 흔히 경제성장률 1%포인트 상승시 9만6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1년에 일자리 10만개가 부족하다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높여야 한다.
선진국가가 되려면 소득분배, 균형발전 등의 개념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이들 개념보다 상위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의 실업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직은 빈곤의 근원적 문제여서 실업문제를 뒷전에 두고 복지를 앞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 확산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권 예비주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자리 창출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필자 또한, 정치인으로서 청년을 사랑하고 나라의 훌륭한 재목이 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당신들의 어깨에 달렸지 않는가. 청년이여 포기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