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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석궁테러가 '의거'라니...

두바퀴인생 2007. 1. 22. 04:47
[기자수첩] 석궁테러가 ‘의거’라니…
[조선일보 2007-01-22 03:10]    

‘판사 석궁(石弓)테러 사건’을 둘러싸고 인터넷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조선닷컴을 비롯해 인터넷 사이트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김 교수가 오죽했으면 판사를 공격했겠느냐”는 주장이 꽤 거세다. “그래도 폭력은 안된다”는 논리는 자신이 재판에 진 사례를 들며 “공자 말씀 하지 말라”고 공격하는 주장에 밀린다.

심지어 석궁사건을 ‘석궁 의거(義擧)’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건이 법원의 재판과 판결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김 교수는 용기있는 지성인”이라고 했다. 김 교수 구명(救命)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보면서 반대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그 재판의 쟁점이나 김 교수의 억울함 등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판사와 판결을 믿지 못하는 풍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회적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사법부에 재판권을 위임하고 거기에 따르겠다는 하나의 ‘약속’에서 출발한다. 재판이 신뢰받지 못하고 판결이 여론이라는 또 하나의 심판대에 오른다면 그 약속은 무의미해진다. 재판의 독립이 여론에 의해 훼손되게 되면, 피해는 결국 부메랑이 돼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법원을 비난하는 댓글들을 읽어봤는데, ‘재판의 의미와 가치’가 뒤죽박죽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렇게 얘기하면 일반 국민들이 (판사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위험한 흐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판사는 “판결이 불리하게 나와도 승복하고 ‘내 팔자니 할 수 없죠’라며 승복하고 돌아가는 소시민들도 많다”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