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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두번 죽을 순 없다

두바퀴인생 2007. 1. 22. 10:37

동네 상인들 “두번 죽을 순 없다”



“외환위기도 겪어봤지만 작년만큼 수익이 좋지 않았던 때가 없었어요. 이대로 가다간 끝장이라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근처 아파트 상가도 텅텅 비고 있어요.”

서울 양재동에서 20여 년간 수퍼마켓을 운영해온 김경배(한국수퍼마켓연합회 회장)씨는 대표적인 자영업 단체들을 규합해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공동기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대형할인점과 대형수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확산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키로 한 것이다.

모인 단체는 한국수퍼마켓연합회를 비롯, 한국음식업중앙회, 전국소상공업도우미협회,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대한안경사협회, 한국이용사회중앙회, 한국문구도매업협동조합, 전국지하도상가인연합회 등 4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의 주된 타깃은 할인점뿐 아니라 매장규모 100~1000평 사이인 대형수퍼. 한마디로 “할인점 때문에 죽은 중소상인들이 동네상권을 노린 대형수퍼 확산으로 두 번 죽는다”는 주장이다.


◆몰락한 영세유통 자영업자

공식 통계에서도 자영업자의 몰락은 확연하다. 동네 수퍼마켓, 구멍가게를 뜻하는 영세유통점포는 96년 70만5000개에서 2004년 62만 5000개로 약 8만여 개가 감소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기인식도 바닥 수준이다. 작년 말 중소기업중앙회의 영세자영업자 경기상황 조사를 보면 6개월 전보다 최근 경기상황이 안 좋다는 대답이 89.5%에 이르고, 1년 전과 비교할 때도 악화됐다는 반응이 80%를 넘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는 것과는 딴 세상 같은 얘기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대형수퍼마저 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퍼마켓시장 1위인 GS수퍼마켓은 올해 20여 개 점포를 추가로 출점, 연내 100개를 돌파할 계획이다. 52개를 운영 중인 롯데수퍼는 12~15개 정도의 출점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신년사를 통해 수퍼마켓 브랜드인 수퍼익스프레스를 기존 35개에서 70여 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네 자영업자도 변해야

물론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대형유통업체에 다 떠넘길 수만은 없다. 상당수 소비자는 대형 점포가 들어서는 것을 반기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영업자 내부에서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10년 전 유통시장을 개방할 때 자영업자들이 이렇게까지 몰락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 입법과정에서 우리를 위한 배려를 하지 않아 새로운 유통질서에 대비할 시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럽, 일본처럼 정부가 대기업과 상생(相生)할 수 있도록 동네 상인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는 말도 했다.

일부지만 변화도 있다. ‘대형마트·SSM확산’ 비상대책위원회 최경주 사무국장은 “수퍼마켓연합회도 지역별 공동구매와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기획하는 등 대형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