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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대통령,국방-외교장관,안보수석 이러면 안된다

[사설] 대통령, 국방·외교장관, 안보수석 이러면 안된다



[조선일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戰時전시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협의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북한이 계속 (戰作權전작권도 없는 한국과는 평화체제 협의를 할 수 없다고) 해 온 선전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떠 있는 ‘전작권 환수문제 보고서’에도 똑같이 들어 있는 내용이다. 이제야 전작권 문제에 대한 정부 내 보조 일치가 이뤄지는 모양이다.

윤광웅 국방장관도 보름 전 국회에서 북한이 ‘전작권도 없는 한국과는 평화체제, 軍縮군축을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유가 있다. 그런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결국 이 정부가 전작권 단독행사를 밀어붙여 가는 배경에는 “전작권을 찾아오면 북한이 한국을 안보문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이유 하나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전작권을 단독행사하면 韓美한미연합사는 자동 해체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한미연합사의 통합·신속·효율성이 지녔던 대북 抑止力억지력도 함께 사라진다. 국방장관, 외교장관이 이렇게 나라의 안보 틀을 허무는 일을 진행하면서 “그것이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국민들에게 자랑 삼아 얘기하고 있다. 국가의 안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보다 북한 주문에 응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햇볕정책을 펼치면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전제를 다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남북관계 하나만 잘되면 다른 건 다 깽판나도 된다”고 했던 바로 그 정신에 따라 안보쯤은 거덜나도 된다는 식이다. 이제 전작권 환수로 시동을 걸었으니 국가보안법 철폐, 북방한계선(NLL) 再設定재설정, 주한미군 철수 같은 북한의 다른 요구조건들도 차례차례 갖다 바칠 셈인가.

한심한 사람은 이들뿐이 아니다. 서주석 청와대 안보수석은 앞서 31일 “전작권 단독행사 시기를 2009년으로 하자는 미국 주장도 일리가 있는 만큼 融通性융통성을 가지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전작권을 지금 당장 단독행사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국방장관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 국방장관에게 “(전작권을 2009년부터 단독행사하는 데 무리가 있으니) 전작권을 2012년에 넘겨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가 최근 “2009년에 찾아가라”는 答信답신을 받았다. 그러자 안보수석이 2012년과 2009년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하면 된다고 한 것이다. 자기네 아들딸 생명이 걸린 문제도 이렇게 적당히 융통성 갖고 넘어가는가. 그렇다면 왜 당신네 아들딸은 이 나라에 두지 않고 몽땅 미국에 보내 놓고 있는가.

전작권 단독행사는 우리 軍군의 독자적 능력만으로 北북의 위협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이뤄져야 한다. 이런 군사적 판단에 대해 군 統帥權者통수권자인 대통령은 “2007년도 된다”고 하고, 국방장관은 “2012년이 돼야 가능하다”고 하고, 안보수석은 “2012년도 맞고 2009년도 일리 있다”고 했다. 국가와 국민의 安危안위가 걸린 문제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시장에서 물건 값 흥정하듯 다루고 있다.

이런 정권 아래서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곳은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정도다. 국방연구원은 작년 말 외교부에 낸 보고서에서 “북한은 아직도 한국에 대해 (군사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 全面戰전면전을 통한 赤化적화통일 능력은 부족하지만 제한적 挑發도발을 통해 정치적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체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 또는 2012년 사이에 전작권을 단독행사해도 대북 억지력에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 국방장관, 안보수석의 말은 모두 헛소리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는 또 “무리한 전작권 환수는 미국측의 반발과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미국 내 동맹 無用論무용론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확실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의 전작권 이양을 사실상 동맹 해체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軍군당국이 몇 달 전만 해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重大중대하고 卽刻즉각적이고 持續지속적”이라고 했다가 “북한은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꾸며 주한미군을 빼낼 궁리를 하는 요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도 안보수석이라는 사람은 아직도 “(전작권을 환수해도)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4800만 국민은 이렇게 안보를 장난으로 아는 넋 나간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내맡겨둔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