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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25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25

 

탄천을 탐방하다 2

 

탄천 입구 광장

 

 

이번 주에 장마가 시작되어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다. 수요일 이후 하늘이 숨도 쉬지 않고 비를 내리는 바람에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고 모처럼 종일 집에서 쉬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 드라마 보기, 블로그 글쓰기, 책읽기, 잠자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자전거 정비하기, 간식과 식사를 먹는데 열중하다보니 시간은 잘 간다.

 

잠수교, 왕숙천, 안양천, 탄천 등이 물에 잠겼다. 동부 간선 도로, 지하도, 저지대, 수변 공원 등이 물에 잠기고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청소와 정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이번 비로 해갈은 되었지만 반면 비로 인한 피해도 많다. 

 

이런 장마가 지나고 나면 자전거 도로가 많이 파손된다. 그래서 장마 후 바로 자전거 도로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폭우와 강풍으로 배수로가 넘치거나 파손되고, 산사태가 나고, 길 옆 큰 나무가 넘어지고, 저지대에 진흙뻘이나 토사가 쌓이고, 도로가 파이거나 붕괴/유실되고, 난간이 파손되고, 저지대 도로가 침수되고, 도로나 난간에 부유물이 쌓이고, 지천에 물이 불어 자전거 도로가 차단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자전거 주행을 하러 나가는 것이 좋다.

 

 

 

 

 

 

탄천을 따라 형성된 자전거 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다. 주변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이 가능하고 대부분 평지라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도 좋다. 그러나 탄천이라는 하천을 따라 조성되어 있기에 다양한 변화가 없는 지루한 길이다. 그래서 대부분 한강 쪽으로 나가서 아리수를 바라보며 탁트인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산책하는 사람과 자전거족이 꾸준히 나타났다. 조금 올라가는데 길이 좀 이상했다. 휴대폰을 꺼내 현재의 위치를 살펴보니 탄천 길이 아니라 양재천으로 올라온 것이다. 다시 유턴해서 지나친 갈림길을 찿아 다시 왼쪽으로 탄천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비교적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탄천을 따라 거의 평지를 달리게 되었다.

 

제방 좌우측 너머에는 아파트와 빌딩들이 숲처럼 솟아있고 곳곳에 계단과 지하 통로 출입구가 있어 사람들이 들락거려 좀 위험하다. 탄천도 중랑천과 마찬가지로 인접한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고 남여노소를 불문하고 자유스럽게 산책을 즐기고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생활 여건이 너무나 좋아 보인다. 각종 운동 기구와 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어린이들도 부모들과 같이 즐기는 모습이 정겹다.

 

 

 

 

 

 

 

 

틴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많다. 다리 이름만 보아도 어디쯤 지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남 분당을 지나 한참을 달려 서현교에 도착했다. 다리밑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가다 서서 물끄럼히 나를 쳐다본다.

한참을 바라보길레 나를 아는 사람인가 싶어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 아세요?"

 

"아니요"

 

"그런데 왜 쳐다보세요?" 하니까

 

아주머니가 하는 말,

 

"헬멧 뒷 꽁지가 특이해서......" 쳐다본단다.

 

내 헬멧에는 뒤에 수술을 달아 바람에 펄럭이도록 만들어 달고 다닌다. 그것이 재미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꽁지 단 내 헬멧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는 자전거 타기는 초보란다. 오늘 모처럼 나와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긁힌 자신의 다리를 보여준다. 키는 작고 얼굴은 곱게 나이를 든 모습으로 부티가 좀 나는 얼굴이다. 눈가에 촘촘한 잔주름이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나이는 70대 쯤 보인다. 복장은 무릎,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옷은 노란색으로 롤라스케이트 복장이다. 준비는 단단히 하고 나왔는데 자전거 타는 게 서툰 모양이다. 

 

내 전기 자전거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다리 근력이 딸려서 전기 자전거로 바꾼 이유를 설명하고 장점을 나열해주었다. 그러나 관심은 별로인 모양이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에 또 봅시다!" 하고 이별을 고하고 나는 한강 쪽으로 출발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겁이 난다. 천사인지 마귀인지 알 수가 없어 미련을 버리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길에는 메너없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가다가 그대로 차선 중앙에 서서 휴대폰을 통화하는사람, 좌우로 차선을 넘나들면서 제멋대로 주행하는 사람, 두 사람이 병렬로 차선을 점령하고 이야기하면서 느린 속도로 달리는 사람, 뒤따라오다가 내가 앞 사람을 추월하려는데 번개같이 내 옆을 추월하여 지나가는 사람, 느리게 가다가 내가 추월하려면 방향 표시도 없이 좌측 차선으로 바꾸어 들어가는 사람, 좌우는커녕 오는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선에 진입하는 사람 등등  사고날 상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보호 장구인 헬멧은 반드시 쓰야 한다. 자전거 도로에는 외국인들도 타는데 헬멧을 쓰지 않고 타는 사람이 많다. 헬멧을 쓰지 않으면 혼자 넘어지면 자신의 머리를 다치는 경우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것은 물론 서로 충돌하여 넘어져 머리를 다치면 치명상을 입는데, 상대에게도 대인 사고의 무거운 책임을 지우게 되어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 남을 위해서라도 헬멧은 꼭 쓰고 자전거를 타야 하는 것이다. 

 

웃통을 완전히 벗고 타는 남자는 험오감을 준다.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얇은 옷을 입은 여성은 속옷이나 몸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는 경우가 있어 보기에 민망하다. 자전거 도로에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단정한 옷차람에 가급적 자전거용 복장을 착용하고 타는 것이 좋다. 어떤 여성은 치마를 입고 타는 여성도 있고, 헬멧을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따릉이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사람 대부분은 복장도 제멋대로이고 헬멧을 쓰지 않고 탄다. 

 

 


 

 

다음날, 5월 27일에는 다시 탄천을 타고 30킬로미터 정도 최대한 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잠실철교를 지나 탄천 자전거길에 접어들어 어제 갔던 서현교까지 가서 계속 남쪽으로 탄천을 따라 달렸다. 거의 약 30킬로미터 정도를 갔는데 죽전 근방이다. 여기는 산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자전거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탐방하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호평동까지 대략 왕복 120킬로미터 거리다.

 

 

 


죽전 근방 풍경

 

죽전 근방에 오니 자전거길이 한적하다. 자전거족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산책하는 주민들만 보인다. 올라오는 길도 지루했는데 되돌아가는 길도 지루할 것이다. 주변은 대부분 단층 건물이고 큰 빌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각종 기업체 물류 창고들이 많고 사무실, 연구소, 연수원, 창고, 공장 등이 대부분이다. 

 

혼지 주행하면서 지루하게 다시 20여 킬로미터를 달려 탄천 입구에 도착하여 잠실철교 방향으로 달렸다.

 

잠실철교 아래 쪽 엘리베이트 옆 한강 가에서 잠시 쉬면서 강물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