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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6 : 주권없는 미사일, 비젼없는 미래......

두바퀴인생 2012. 10. 14. 11:29

 

 

 

 

우면산의 가을 6 : 주권없는 미사일, 비젼없는 미래......

 

 

                                   우면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멀리는 북한산, 남산, 서초동 대볍원,대검,고검, 지방법원, 서초경찰서가 보인다.

 

지난번 사위와 같이 우면산 정상을 올라 찍은 사진이다. 맑은 날씨 탓인지 멀리도 잘 보이고 가을 청명한 날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서울의 공기가 옛날에 비해 많이 맑아진 듯하다. 가을도 점점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고 새벽 기온도 자전거 타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다. 나무마다 낙엽이 자신의 삶을 끝내고 하나 둘 대지를 향해 날개를 펴고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아파트나 단독 주택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려 탐스럽게 익어가고 대추도 붉게 익어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동물이나 식물은 자손과 종족 번창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주에는 추워지는 날씨에 대비하여 겨울용 옷을 정비하여 내놓고 여름용 옷은 세탁 후 정리하여 넣었다. 또 자전거용 속바지, 상하의, 바람막이, 장갑, 전조등 등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였는데, 속옷과 바지는 엉덩이 부분에 충격완화 덧뎀이 있어 입고 타기에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집 인터넷이 불안정하여 지역 방송에 연락하여 점검 기사를 불러 케이블 등을 점검하고 모뎀도 교체하였으나 계속 불안정한 상태라 설치한지 4년이 지난 인터넷 전화 공유기도 지역 방송사로 바꾸었다. 그래도 조금씩 이상이 있어 PC 공유기 연결 접속선을 만지작 거리면서도 사용하니 잘되다가도 문제가 발생하곤 하여 PC 공유기도 바꾸기로 하고 요즘 나온 유무선 공유기를 인터넷에서 구입하였다. 도착하면 다시 점검해 보아야 될 것 같다.

 

이처럼 나를 포함하여 인터넷 구매가 늘어나는 것은 값도 저렴하거니와 점포까지 일일이 직접 찿아가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쉽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거리에는 오토바이 택배, 차량 택배, 우체국 택배등 택배 차량이 가장 많이 다니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바뀌고 있으며 그에 따라 택배업도 번창일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구매는 구입 후 배달도 비교적 정확하게 잘 배달되고 있어 편리하다. 또 같은 품목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점포마다 간접비와 운영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며 그래서 같은 성능이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 중에는 중국산 등 성능이 의문시되는 품목도 있을 것이나, 꼼꼼히 잘 살펴서 하자가 없을 품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불량품에 대한 반품 절차와 관련된 공지사항 등을 잘 살펴야 할 것이며 인터넷 구매에서 그러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면 직접 점포에 가서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면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방향

 

 

최근 대선 주자들이 인재를 영입하고 선거 진용을 꾸리고 정책을 발표하는 등 대표적인 박.문.안 3명의 주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선에 관심이 많은 것은 그만큼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주는 막강한 권력과 그 권력의 그늘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혈연.지연.학연 등과 연계된 인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인사, 전문가, 성공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 우수한 두뇌의 석학 등 각 분야별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각 진영에 영입한 인재들로 인해 기존의 기득권자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종 잡음이 끓이질 않고 있다. 부패한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부패를 앞으로 조장하겠다는 것이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을 옥죄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이 부담을 가지면 한국 땅을 떠날 것이고 세계적인 기업의 역량은 점차 소멸될 지도 모른다. 대기업들이 정권의 특혜를 받는 것은 그들이 내미는 정치자금 때문이며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반 기업정서는 분배의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된다.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오늘의 기업이 된 것은 아니다. 90년대 정부의 대대적인 휴대폰 확산 정책에 힘입어 엄청난 판매와 매출을 가져간 것은ㅁ 물론 제조사들에게 대폭적인 독점적 영업을 눈감아 주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부의 지원으로 휴대폰 기술을 개발하였고 오늘날까지 성장하여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제조사와 통신사의 농간에 비싼 돈을 주고 휴대폰을 구입화여 사용하여 왔고 사용로 또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꼬박꼬박 내면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 한 달 사용료가 평균 5만원 이상이고 남들이 사용하니 나도 사용하는 우리 사회는 통신사외 제조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각 가정에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이 된 만큼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영입된 인재들이 과거의 언행과 부적절한 처신 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또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근혜를 앞으로 계속 뒷덜미를 잡을 것으로 생각되며 문재인의 NLL 문제는 그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안철수는 경력문제, 연구비 문제, 논문 표절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이 안보와 국방, 외교, 노동, 치안, 문화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전략과 비젼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우려되고 있는 점이다. 

 

눈여겨 볼 사설 몇 개를 올린다.   

 

 

 

 

뜨거운 감자, NLL  논쟁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김정일 대화 녹취록'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은 미국이 땅따먹기하려고 제멋대로 금을 그은 것이다. 앞으로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당시 회담에 관여하였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 한 달 후에 열렸던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참가했던 김장수 전 장관은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NLL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노 대통령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보라’고 여러차례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또 MB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노 대통령은 몇 달 뒤면 물러날 텐데 (이런 남북 합의가)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노대통령은 “그러니까 대못을 박아놓자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을 전후한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할 필요성이 더 절박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한 달 뒤 “NLL 관련 어떤 합의를 했더라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2004년 11월 미국 방문길에 “북한이 자위적 수단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빚은 일도 있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명의로 “박근혜의 떠벌림이나 NLL 고수 주장은 남북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만일 NLL을 포기하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창설해 공동어로수역을 만들면 연평도 등은 북한해역에 둘러싸이게 된다. 인천과 인천국제공항의 앞마당까지 북한 배가 들락거리는 것을 봐야 한다. 국가 안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게다가 당초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경제협력 사업을 하려면 북한에 최소 60조원을 퍼줘야 했다는 게 산업은행의 추산이다.

정치권이 역사의 영역으로 넘겨야 할 박정희 정권 당시의 일들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이나 국회 결의 등을 추진하면서 국가 안위(安危)에 여전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의 ‘종북(從北) 사안’들을 외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논란과 함께 ▲일심회 간첩단 사건 수사 중단 ▲김현희 가짜만들기 및 황장엽 탄압 ▲제2연평해전의 ‘우발적 충돌’ 조작 ▲국정원 내 대북 라인 숙청 ▲민주화 보상 미명 아래 진행된 이적·종북 세력 지원 등 ‘종북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절실하다.

 

정상회담의 두 당사자는 모두 사망했지만 불과 5년 전의 일이어서 직·간접 관련자들이 생존해 있고, 관련자료도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 감·조사는 물론 관계기관의 수사까지도 동원해 명명백백히 사실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이런 남북 정상회담이었다면 전모를 공개해야 마땅하다.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립을 논의한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측의 태도가 경직돼 합의가 무산됐다”는 최근 자신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야 한다. NLL을 포기한다는 방침이 어긋난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으로 보이기에 그렇다. 더불어 제2의 개성공단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이 60조원을 북한에 퍼주겠다는 10·4 정상회담을 실천하려는 것인지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박근혜의 지도력과 새누리당 자중지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물 건너간 지는 오래고, 야권 후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 후보한테 1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거기다 당 내분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내분 수습과 지지율 반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겠지만 밖으로 비쳐지기로는 무위에 빠져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침몰해 가는 호화유람선을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전적으로 ‘불통(不通)’이라 이름 붙여진 박 후보의 경직된 리더십 때문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새누리당과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박 후보가 고집이 세고 권위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국민대화합을 부르짖지만 당내 화합조차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가벼이 들을 얘기가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힘겨루기를 했던 이재오·정몽준 의원을 여태껏 포용하지 못한 것은 화합의 리더십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후보로 확정된 직후 두 사람을 찾아가 예를 갖추고 협력을 부탁해야 하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지난 주말에야 처음 만났고, 이 의원에 대해서는 만날 계획조차 없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박 후보를 끌어안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박 후보의 조정능력을 의심케 한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입과 그에 따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반발은 독선적 인사의 결과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박 후보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약진하기 위해서는 박 후보 본인의 환골탈태가 필수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지금과 같은 단독플레이와 권위주의 리더십으로서는 국민의 마음을 더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근혜가 완전히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중점 공략 대상인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달포 전에 들은 새누리당 모 중진 의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박 후보의 외유내강 이미지는 참 좋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것처럼 당내에서 수평적,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집안의 분란을 그대로 놔두고 대선 가도로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 후보는 어제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면서 인적쇄신 요구를 거부하고 단합을 주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먹힐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비극은 대의(大義)를 보지 못하는 좁쌀 웰빙 체질의 사람들이 자기희생 없이 서로 잘났다고 각개약진(各個躍進)을 펼친다는 데 있다.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용해(溶解)해 하나로 묶어내야 할 책임은 바로 박 후보에게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포용력과 리더십도 박 후보가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미사일 지침 개정과  주권 문제

한ㆍ미 미사일 지침(NMG) 개정으로 11년 만에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최대 800㎞까지 늘린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사실상 미국에 종속된 미사일 주권을 일부나마 되찾은 것은 물론 대북 억지력 강화와 국가방위력 증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사거리 800㎞면 중부권역을 기준으로 북한 내 주요 목표에 타격을 가하기 충분한 거리다. 다만 탄두 중량이 종전대로 최대 사거리 기준 500㎏에 묶인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을 통해 다양한 미사일 운영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성공’으로 평가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동안 우리 측이 줄곧 요구해온 무인항공기(UAV) 탑재 중량을 500㎏에서 2500㎏까지 5배 늘린 것도 큰 성과다. 통상 광학감시장비와 통신레이더 등 필수 장비를 모두 적재해도 1000㎏이면 충분한데 미사일 등 1500㎏ 상당의 추가 무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합동직격탄(GBU-38)으로 치면 6발을 장착할 수 있다. 이로써 감시정찰 임무에 한정됐던 UAV는 상황에 따라 즉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욱이 세계 최고 무인항공기로 평가되는 ‘글로벌 호크도 탑재중량이 225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최고 수준의 한국형 글로벌 호크의 생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 미사일 협상에 중국과 일본이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4월 국방부가 공개한, 우리기술로 개발한 탄도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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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러시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만 킬로미터를 훨씬 상회한다. 북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거리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사거리 800킬로미터가 그리 자랑스러울 것도 없을 듯한데,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의 군사 주권 혹은 미사일 주권이 그만큼 강화된 것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사거리가 1천 킬로미터를 넘고 1만 킬로미터를 넘어 지구 둘레인 4만 120킬로미터를 초과한다 해도, 이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정해준다는 것 자체가 '미사일 주권의 강화를 운운할 정도로 한국이 과연 주권국가인가?'하는 의구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군사 문제를 결정할 수 없는 나라는 결코 자주국이 될 수 없다는, 이 당연한 이치를 조선 정부에 일깨워준 청나라 관리가 있다. 1894년 청일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한국에서 청나라를 대표한 외교관이자, 1912년에 중화민국 최초의 국무총리가 된 당소의(탕샤오이)가 그 주인공이다.

청계(淸季) 즉 청나라 말기에 청나라와 조선·일본 사이에 전개된 외교관계를 정리한 사료집인 <청계 중·일·한 관계사료> 제8권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일전쟁 직전에 조선은 일본의 강요 하에 청나라와의 국교를 단절했다. 하지만 국교 단절 상태가 장기화되면 무역관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청일전쟁 직후부터 조선과 청나라는 국교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개시했다. 

그런데 국교 재개의 방식을 두고 양국은 입장차를 보였다. 조선은 '이번 기회에 서양식 조약을 체결하여 상호 대등한 국교를 맺자'는 입장을 취한 데 반해, 청나라는 '대등한 국교는 피하고, 통상관계 정도만 재개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당소의.
ⓒ 위키페디아 백과사전 중국어판

 

이런 입장차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당소의가 조선 통역관 박태영을 만났다. 이 만남은 고종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고종은 일본의 간섭을 피할 목적으로 러시아군의 보호 하에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의탁한 상태였다.

대등한 조약의 체결을 요구하는 박태영에 대해 당소의는 "조선 군주가 러시아 공사관의 손님이 되어 있는데, 이 어찌 독립국 군주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조약 체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박태영은 "(우리 정부가) 러시아 병사 3천 명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러시아 군대만 오면 우리 군주께서 반드시 궁으로 돌아가실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고종이 외국 공사관에 있기 때문에 조선과 조약을 체결할 수 없다면, 고종이 러시아 군대의 호위 속에 궁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때 당소의가 이렇게 답변했다.

"다른 나라 군대가 당신 나라의 수도에 주둔하면, 이것은 당신 나라가 다른 나라의 보호를 받는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 군대 없이는 독립할 수 없다는 뜻이고, 또 당신 나라의 군주에게 자주권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다른 나라가 보호하지 않으면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인 겁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속국과 무엇이 다릅니까?"

당소의의 말은 한마디로 "군사적 자주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독립국이냐"는 것이었다. 독립국이 아닌 나라와는 대등한 조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미사일 사거리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나라. 이런 나라는 당소의가 말한 '자주권이 없는 나라'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런 나라를 제후국이라 불렀다.

미사일 사거리가 1천 킬로미터를 넘는가, 1만 킬로미터를 넘는가, 아니면 지구를 한 바퀴 돌 만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사일 사거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사거리가 100킬로미터밖에 안 된다 해도 부끄럽지 않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면 사거리가 지구 한바퀴를 돌 수 있는 4만 킬로미터가 되더라도 부끄러운 일 아닐까?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는 천자국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나라는 제후국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일본과 중국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나욌다. 한국은 10년내에는 노벨상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한국연구재단의 조사결과다. 일본의 과학교육은 우리보다 최소 50년 이상 앞섰다는 평가다. 1901년 노벨상 제정 첫 해부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과학자들이다. 1949년 노벨 물리학상에서 첫 수상자를 낸 일본은 과학분야에서만 무려 1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2000년 이후 과학분야 수상자들이 10명이나 쏟아져 일본은 이번에도 기대가 큰 모양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을 앞섰다고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만성 무역적자국이다. 일본의 부품소재가 들어가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수출 품목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위성도 일본 로켓에 실어 쏘아올렸다. 축구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흥분시켰다고 우리가 일본에 앞선 국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요, 오산이다.

한류, K-pop 등 놀고 떠드는 오락분야만으로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잘해봐야 B급 사회다. 국제 전문가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영리하지만(intelligent), 지적이지는(intellectual) 않다고 말한다. 국제 미팅에서는 첫날에 설쳐대던 한국 청년들이 정작 토론 자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탄하는 소리도 들린다. 국력은 지력의 종합이다. 하기야 대선 정치판부터 이 수준이다.

역시 창의력 없는 암기식 교육의 폐해와 이공계 기피가 주인(主因)일 것이다. 지난 3년간 6만 명의 이공계 대학생이 자퇴했다. 이공계 박사급 임금은 의약계의 64% 수준이다.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토양을 마련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도 생명공학의 김빛내리, 물리학의 김필립, 뇌과학의 신희섭 등 국내 젊은 과학자들의 이름이 세계 과학계에서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는 데서 한가닥 희망을 가질 만하다.

 

 

 

 


싸이 공연

서울시의 즉흥적 행정에 따른 뒤탈이 심각하다. 지난 4일 열린 ‘국제가수’ 싸이의 서울시청 광장 무료공연 이벤트의 뒷면에 감춰졌던 무원칙과 무신경, 국내외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결례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싸이의 공연이 초스피드로 결정돼 광장 무대 시설이 급조되면서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참가해 공연키로 한 국내외 공연일정이 연기되거나 단축되고, 공연진행에 큰 피해를 보았던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이 정도의 심각한 영향과 상처를 예측했더라면 (싸이 공연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과했다고 한다. 박 시장이 공연 관계자들이 느꼈을 분노와 허탈감은 당연하다며 뒤늦게 절차상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공연 결정 과정을 보면 박 시장은 공식 행정라인을 제쳐두고 마치 트위터로 행정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싸이가 2일 콘서트에서 서울광장 공연 추진 의사를 밝히자 박 시장은 3일 트위터에 수용 글을 올렸고, 서울시는 4일 즉각 공연 발표 보도자료를 뿌렸다. 결과적으로 싸이는 서울광장에서 단독공연을 가진 유일무이한 가수가 됐고, 4억원의 페스티벌 관련 예산이 공연비용으로 전용됐다. 공연에는 1000명의 경찰과 안전요원이 배치됐으며 국가적 행사나 명절에나 있을 법한 교통통제와 대중교통 운행시간 연장의 특혜가 뒤따랐다.

싸이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서울시의 인기영합 행정이 빚은 후유증이다.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서울을 알리겠다는 의도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절차와 방법이 틀렸다. 3개월을 준비해 온 공연단체를 무시하는 발상도 놀랍다. 싸이 공연에 열광하는 팬과 다른 세계적 공연단체의 공연을 감상하려는 시민을 차별한 셈이다. “서울시 문화과는 ‘갑’이고, (페스티벌 주최 측인)서울문화재단은 ‘을’, 우리 같은 예술가는 ‘슈퍼울트라 을’”이라는 해당 공연단체 대표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여성가족부는 조선 시대 부처

가수 싸이의 5집 앨범 수록곡 '라잇 나우'를 비롯한 가요 300여 곡이 어제 무더기로 청소년 유해매체란 딱지를 떼게 됐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이전에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받았던 곡을 재심의해 취소 여부를 확정했다. 이로써 청소년들은 성인 인증 없이 유튜브 등에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국제 스타' 싸이가 뜨니 여론에 밀려 판정도 바뀌는 게 아니냐는 조롱 섞인 비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여성부는 이에 대해 음반 및 음악파일 심의세칙이 새로 제정되면서 청소년 유해 여부를 다시 판정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임기 2년의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8월 교체돼 새로운 위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심의한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위가 어찌됐든 여성부가 얻은 건 안티(anti)요, 잃은 건 신뢰일 뿐이다.

음란물 홍수 시대에서 청소년을 지켜주는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의 칼을 휘두르는 정부 기관의 한심스러운 마인드가 더 문제다. 가사에 술·담배가 들어갔으니 유해하다는 판정을 내린 게 위원회이고, 이를 받아 고시한 게 여성부다. 여성부가 지난해 유해매체물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된 행정소송 4건에서 완패한 것만 보더라도 그간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규제 행태를 보여왔는지 알 수 있다. 더욱 어이없는 건 여성부가 법원 판결을 받아 유해매체 결정 취소 고시를 하면서도 무슨 이유로 취소하는지 아무런 사유도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부는 심의 세칙이 생겼으니 과거와 같은 비상식적인 판정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세밀한 규칙이 있더라도 판정엔 위원들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판정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를 살리면서도 실효성 있는 규제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음악업계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작정 규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문화적 감각이란 찾아볼 수 없는 여성부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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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 표류

1년 전인 2011년 10월 12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설 기공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56만㎡가 넘는 넓은 땅에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필두로 67개의 건축물이 들어선다는 이 초대형 건설사업의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 한마디로 초라하다. 사업이 제대로 이어질지 아슬아슬하고 보상계획은 전면 중단, 사업 주체는 부도위기 직전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서민들이 보상비도 못 받고 집도 안 팔려 거리로 내몰릴 지경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두 경영 주체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경영권 다툼에만 급급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선 사업 무산 소문도 흘러나온다. 오는 19일 출자사 모임인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경영권과 사업 추진의 향배가 판가름난다. 드림허브는 1조원의 자본금이 거의 다 잠식됐다.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이 안 되면 파산이다.

서울의 모습을 일신(一新)하겠다며 31조원(4대강 사업비의 2배)의 거액을 투입한다는 이 계획이 왜 걸음마 단계에서 좌절하는가. 우선 한강변 이촌동을 추후 개발할 것인가 통합개발할 것인가 개발의 청사진부터 합의가 안 됐다. 코레일 측은 건축 연면적만 총 317만㎡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빌딩, 아파트, 상업시설 등을 한꺼번에 개발하면 대량 미분양이 발생한다며 단계적 개발을 주장한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랜드마크 빌딩과 일부 아파트, 오피스텔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 통합개발이 무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대 쟁점인 개발방식에만 합의하면 자금조달과 주민동의 같은 2차 쟁점을 해결할 돌파구가 열리리라고 본다.

문제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하강 일변도이고 그것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도 계속 개발이 가능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업계획이 장기 표류할 경우 능력있는 경영 주체를 새로 물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구미 사건

정부가 8일 불산 누출사고를 당한 구미시 봉산리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지만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처럼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사태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인터넷에서는 불산이 닿으면 살과 피가 녹는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니 이래저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대미문의 사고이기는 하나 주민 1,600여명이 검진을 받고 공장들도 잇따라 조업중단에 들어가는 등 2차, 3차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도록 사태가 악화된 데는 정부당국과 관련기관들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차원의 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조사단을 부랴부랴 파견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행여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현장으로 달려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자 등 떠밀려 이뤄진 조치라면 더욱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구미시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대기오염 측정 결과가 양호하다며 성급하게 주민들에게 귀가조치를 내렸다니 안전의식의 해이함에 기가 막힐 뿐이다. 결국 초기에 유효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람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명색이 국가산업단지공단인 구미공단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도 차제에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은 유해물질 입주기업에 대한 기초 실태파악이나 위기대응은커녕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고 한다. 관련부처들도 사고물질이 고압가스니 유독물질이니 논란을 벌이며 국민의 안전 문제를 놓고 다른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핑퐁 작태를 보였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구미시의 불산 사고대책은 단지 재난지역 선포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관련기관 및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이 이뤄지는 등 철두철미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보장해야 한다. 허용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위험물질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더 이상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산업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과 당국의 각성이 절실하다.

 

 

 

 

 

 

운명애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귀족과 자유인, 그리고 노예가 존재했다. 귀족은 그렇다 치고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자유인은 백수고 노예는 정규직이다. 전자는 프리랜서로 살았고, 후자는 평생 한 가지 노동에 종사했다. 전자는 광장에서 철학을 했고, 후자는 철학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브라만과 수드라의 차이, 조선 시대 사농공상의 신분적 차별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만과 선비(士)는 일평생 책을 읽고 인생과 우주의 이치를 터득해야 하는 반면, 수드라와 농공상은 대를 이어 하나의 직업에 묶여 있어야 했다. 계급적 모순도 모순이지만, 무엇보다 책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 모순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여정이었다. 자유인과 브라만, 귀족과 선비 등이 독점했던 앎과 지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당연한 말이지만 삶의 주권이란 법적, 경제적 권리만이 아니라 철학과 사상의 자유까지 포함한다. 왜 그런가? 철학을 하고 사유를 해야만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 이 명제를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그리고 마침내 디지털 혁명은 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을 수행해냈다. 이제 모든 정보는 스마트폰 안에 다 있다. 계급과 신분, 인종과 민족의 장벽을 넘어 누구나 이 정보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게 됐다. 인생의 진리, 위대한 현자들의 가르침, 무의식에 대한 탐구, 별들의 탄생과 죽음 등 이른바 ‘앎의 대향연’이 펼쳐진 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 권리와 자유를 향유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이 추구하는 건 돈과 정규직이다. 생각할 권리가 아니라 평생 하나의 직업에 묶여 있고자 하는 노예의 권리, 쇼핑과 게임 등을 탐할 수 있는 중독자의 권리만을 확보하고자 한다. 아울러 존재의 무게중심은 오직 연애와 가족뿐이다. ‘사랑밖엔 난 몰라’, ‘가족은 나의 전부’ 등을 쉬지 않고 외쳐댄다. 그래서 정말 묻고 싶다. 평생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고 섹스와 번식 이외에 어떤 삶의 기쁨도 누릴 수 없었던 노예의 삶이 그토록 그립단 말인가? 또 사랑과 연애만 잘되면 생로병사의 근원적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삶을 규정하는 그 같은 전제를 바꾸지 않고서 ‘좋은 팔자’란 결단코 불가능하다.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결핍 아니면 공허다. 상처뿐인 영광 혹은 팔자.

이 지겨운 팔자타령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역전이자 개운(開運)이다. 이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무엇을 더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가 아니다. 운명에 대한 온전한 주인이 되고 싶은가 아닌가일 뿐이다. 운명의 주인이 된다는 건 존재와 세계에 대한 해석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타인의 권위에 의존하고, 혹은 타자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생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수 있는 것. 팔자타령이 ‘운명애(運命愛)’로 변주되는 순간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러니 보라! 자신이 밟아가는 존재와 우주의 리듬을.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 이는 운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즉 봄과 앎과 사랑은 하나다.

 

 

연명치료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의료 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제주도에서 당일치기로 드나드는 해녀에서부터 장차관과 국회의원, 전현직 대통령이 기꺼이 진료를 받는다.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로 병원은 언제나 남대문시장처럼 북적거린다.

이곳에서 ‘의사 3분 진료’를 거친 후 느끼는 허망함과 쓸쓸함을 털어내지 못하는 환자들이 본관 앞 나무그늘에서 온갖 상념에 젖은 채 앉아 있다. 금연구역인데도 꾸역꾸역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사람도 있다.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링거병과 항생제 등 각종 의약품을 주렁주렁 거치대에 달고 산책하는 환자들이 맨 먼저 마주치는 것은 본관 앞 시계탑이다.

그들이 올려다보는 시계탑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2년 전이었다. 내 옆에 있는 중년의 남자 환자가 아내로 보이는 여성에게 턱으로 시계탑을 가리키며 저 작은 바늘이 100여 바퀴를 돌 때쯤 자신은 딴 세상에 가 있으리라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내 아내도 귀담아들었다. 시계의 작은 바늘이 100여 바퀴를 돌면 두 달이 채 못 되는 세월이다. 아니야, 1000여 바퀴야, 왜 그리 마음이 약해, 하고 여자가 남자를 쳐다보며 정정해 주었다. 남자는 말이 없었다.

1000여 바퀴? 그러면 1년 반 정도로 수명이 늘어난다. 그 말기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시간을 계산할 때 일반 환자들은 삶의 시간을 셈할 것이다. 시계탑은 생사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저리도 다른 계산법을 주었나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쯤 낯익은 노년의 신사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이었는데 그는 검은 중절모를 깊이 눌러 쓰고 검은 겨울 외투에 가죽장갑까지 끼었다. 면도도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부도난 H그룹 C회장이었다. 대장암 판정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시기였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바로 시계탑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으로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으나 아내의 신경을 건드릴까 봐 그만두었다. 재벌과 권력, 돈과 명예 그리고 삶이란 주제들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로부터 다시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나는 허대석 종양내과센터장과의 인터뷰 시간을 기다리면서 그 쉼터에 앉았다. 1세기 전에 세워진 시계탑은 수많은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허 교수는 벌써 수천 명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잊어버린 죽음은 이의 몇십 배에 이를 것이다.

본관에 있는 그의 연구실은 각종 데이터로 넘쳐 났다. 그는 얼마 전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며 응급환자를 봐 달라고 애원하는 바람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우리들은 너무 죽음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 때문에 삶이 고달프다고도 했다. 온 가족이 동으로 서로 뛰어다니면서 끝까지 환자를 치료하려고 명의에게만 매달리는 우리의 임종문화에 어떤 모멘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다가 사망한 환자가 한 해에 벌써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죽음 문화의 실상을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매년 총사망자 25만 명 중 18만 명이 암 등 만성질환자인데 그중 18% 정도가 연명치료를 받은 셈이지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해 낸 것입니다. 실제 이 자료에 잡히지 않는 것까지 감안하면 사망자는 훨씬 많아요.”

중환자실이 없는 요양시설이나 자택에서 사망하는 연명치료자도 허다하다. 동네마다 알게 모르게 간병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식물인간까지 감안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사망자는 더욱 늘어난다. 우리의 임종문화가 매우 거칠고 환자의 존엄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족이 받은 상처도 엄청 컸으리라고 짐작이 간다.

허 교수는 15년 전부터 사전의료의향서(이전에는 생전 유언 또는 사전의료지시서로 불렸다) 쓰기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었던 2009년에는 이 의향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바탕을 마련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는 단순히 죽음의 시간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희망하면 사전의료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롤모델이 되는 기회였다.

“여론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찬성하면서도 막상 죽음과 맞닥뜨리면 환자나 가족이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의료진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냥 마지막까지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동기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그게 없어요. TV에 의학 드라마는 엄청 늘어났는데 죽음 문제 처리는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아직 정리가 안 됐어요.”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에 대한 존엄사 판결은 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환자의 삶의 가치를 요구하는 가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는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 손을 놓고 있다. 2000년의 대만처럼 존엄사 관련법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고 2007년 일본처럼 정부 가이드라인을 고시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 정부가 존엄사 논쟁을 피해 다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