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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4월 (이 땅에 봄은 왔건만...)

두바퀴인생 2010. 4. 16. 05:34

 

 

우면산의 4월 (이 땅에 봄은 왔건만...)

 

 

 

 

 

봄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우주의 윤회를 반복하는 듯하다. 수많은 생명이 겨울이 오면서 생을 마감하고 봄은 새로운 생명을 몰고오기 때문이다. 우면산에도 봄은 어김없이 찿아오는데, 진달래, 벗꽃, 목련, 생강나무 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청살모는 눈내린 겨울에도 눈밭을 헤치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고 바람찬 겨울 나무 가지를 타고 재주를 부리곤 하였다. 날씨가 풀리고 우면산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들이 피기 시작하자 겨울내 긴 잠을 자던 다람쥐, 산비둘기, 꿩이 여기저기 나타나 낙엽 사이를 헤치며 먹이를 찿고 있다.

 

새벽의 우면산은 밤새 찌들은 가슴속의 찌꺼기를 밖으로 내뿜고 잣나무 사이로 풍겨 나오는 진한 송진 냄새는 정신을 맑게 하곤 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도 숨을 쉬면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500 계단은 이마에 땀이 흐르고 후들거리는 다리는 세월의 무상함을 아쉬워 한다. 중간 약수터 물 한 모금은 산삼을 먹는 듯 상쾌한 아침을 열고 숲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은 나의 삶을 다시 실감하게 한다. 건강은 정신에서 출발하며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인간의 장기 어느 부분을 망가지게 만든다. 지난 밤, 질펀한 술자리에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즐기던 음주가무에 빠져 굴욕과 비굴함에도 하루 종일 참았던 서글픈 삶을 술취함으로 달래고 아침의 찬란한 태양도 보지 못하고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수많은 민초들...  

 

 

 

 

 

 

봄이 오는 문턱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우리 해군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근방에서 원인미상으로 폭발하여 침몰하였다. 귀한 생명 46명이 실종되어 구조구난에 온 나라는 지난 한 달간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하였다. 폭발원인이 미궁에 빠지면서 정부, 군, 언론, 여론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제 잘난듯 목소리를 높여 왔다. 실종자를 위한 척, 국민을 위한 척, 자신이 전문가인척 갖가지 의혹과 추측을 부풀리면서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과 군사기밀이라며 말꼬리를 감추는 군과 그 중간에서 정부와 국회는 편을 갈라 결론도 없는 말싸움을 벌였다. 모든 이야기들이 추측과 예단으로 무능한 군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는 듯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종된 장병은 모두 우리들의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과 무능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비리로 얼룩진 무능한 정치, 부패로 썩어가는 이성이 버림받는 비정상적인 사회, 갈 곳도 찿지 못하는 버림받은 군대, 돈과 권력만 추구하고 무를 천시하는 국민들 모두가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천안함 함미가 대청도 쪽 얕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동 중 잠깐씩 수면위로 드러난 함미는 온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였고 안전 인양을 이유로 바로 인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만 더 하였다. 그러나 인양 후 드러난 선체는 절단면이 거칠게 부셔졌고 어뢰와 미사일도 일부 유실된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시신이라도 먼저 인양할 수는 없었을 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시신들이 수습되면서 애절하게 기다리던 유가족들의 통곡소리는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비탄에 빠지게 하고 있다. 장렬하게 산화한 젊은 장병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사후의 조치가 중요할 것이다. 서해 바다도 왕사리로 물살이 거세고 바람은 강풍이 불더니만 그날은 그래도 잔잔하였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다. 해군은 평소 동.서해안 어디서던지 조난과 피격상황은 발생될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여 구난구조 준비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처럼 구조구난에 필요한 가용 함선과 장비들이 통합운용, 정비 등으로 현장에 긴급하게 출동이 불가하였고 서해의 거센 물길을 알았다면, 45미터 깊이 해저에서 잠수가 불가한 상황이며 전문 잠수사들 조차도 구조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무리한 구조활동을 벌인 것도 모두 언론의 실종자 구조를 우선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결국 그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으며 한준위가 귀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하였다. 이는 언론에 상황을 완전 공개하는 순간부터 군은 언론과 여론에 끌려가면서 실종자 구조에 무리한 수순을 두었기 때문이다.

 

또 군의 비밀 노출이 문제가 될 것이라면 언론을 차단했어야 했으며 적정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대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정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서해의 바다에서 은밀히 침투하는 적 잠수정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참사는 해군의 여러 문제점을 여지없이 노출한 결정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아까운 젊은 46명의 장병들이 꽃다운 나이에 강풍에 휘날리는 벗꼿잎처럼 서해 바다에 수장되었다.

 

 

침몰전 해군 772함 위용

 







▲사진 우측부터 김덕원 소령(부장), 박연수 대위(작전관), 안동엽 상병, 최원일 중령(함장), 전준영 병장, 문영욱 하사, 라정수 하사



▲사진 우측부터 김덕원 소령(부장), 박세준 중위(통신관), 박연수 대위(작전관), 안동엽 상병, 최원일 중령(함장), 김병남 원사(진)(조타장), 전준영 병장, 문영욱 하사, 라정수 하사

 

삶과 죽음의 순간은 짧았다. 그들의 운명은 같은 배를 타고 비슷한 나이에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변을 당하였으나 선수 쪽 장병들은 살아 남았고 선미 쪽 장병들은 산화했다. 바다위로 부상되어 끌려가는 선미를 바라보면서 온 국민들의 심정은 착찹하였을 것이며 왜 빨리 인양을 하지 않는가 의문도 가졌을 것이다. 수면으로 들어올린 상태로 내부 수색은 할 수 없었는가? 우선 시신이라도 먼저 수습할 수는 없었는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편과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 것인가?

 

인양된 천안함은 연통과 일부 어뢰와 미사일이 유실되고 절단면은 심하게 너덜너덜 찢겨진 상태였다. 그래서 외부충격이라는 설이 굳어지고 있지만 어뢰인지 기뢰인지 또 북인지 남인지 아직은 예단할 수는 없다. 예비역 전 해군총장이라는 작자는 과거 아군이 북의 상륙에 대비하여 전기식 폭뢰를 개조한 것을 백령도 주변에 살포하였으며 회수를 100% 하지 못하였다고 언론에 폭로한 한심한 사람도 있다. 현재의 상황에 기름을 붓는 행위이며 책임지지 못할 이야기를 함부로 내뱉는 작자들이다. 또 해군에서 전역한 철없는 병사는 구글 사진을 이용하여 해군 2함대 배치도를 상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인터넷에 올렸다고 한다.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까지 경쟁적으로 실태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가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이며 지금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작태들이다. 

 

이제 군은 기사회생을 해야할 단계에 접어 들었다. 군은 밝힐 것은 밝힐 것이다. 지금 아무리 예단하고 비난해 보아야 정확한 원인이 나올때까지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도 없다. 군은 최선을 다해서 원인을 규명하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며 군이 국민의 적이 아닌 이상 군기밀상 피치못할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대로 밝히게 될 것이다. 

 

 

 

 

 

 

배수진 한국, 군을 천시하던 국민

또 전략상 남한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하여 있다. 북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비롯하여 군사적 위협은 휴전선에 지근거리에 있는 수도 서울의 비중을 고려할때 남한을 지리멸렬시키기에는 충분한 여건이 되어 있으며 능력도 갖고 있다. 또 남한은 지리적으로 배수진을 친 형국인데, 과거 임진왜란시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서 일본군과 맞서 배수진을 친 꼴과 마찬가지이다. 배수진은 하천이나 바다를 뒤에 두고 적과 마주한 형국으로 유사시 전 국민이 죽기를 각오하고 적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모두 남해안 바다속으로 빠져 죽는 일 외에는 다른 방안은 없다.

 

서울에 북의 방사포나 미사일 몇 발만 떨어져도 난리가 날 것은 뻔하다. 생필품 사재기와 탈서울 사태가 속출할 것이며 서북 5개 도서 점령, 울릉도와 독도 침공, 문산,철원, 동해안 등 휴전선 일대 포격을 비롯하여 북의 부분적인 침공이나 전면적인 침공이 가시화된다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라!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그런다면 남한 사회는 엄청난 동요가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군을 천시하고 비리와 부패로 썩은 사회 지도층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탈남 사태가 줄을 이을 것은 뻔하며 정치인, 군인/경찰, 이중국적자, 부유층, 기업인, 해외 재산도피자, 보수진영 등 지금까지 대접받고 배부르게 이 땅에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던 대부분의 자본과 권력의 귀족들이 이 땅을 탈출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물밑에서 숨죽이고 있던 좌익 동조자, 사회 범죄자, 천시받던 하층민들은 앞장서서 이 나라 파괴에 앞장설 것이다. 세상이 뒤집어지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죽창을 들고 날뛰던 한국전쟁시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이룩한 모든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김영삼 정권 이후 군에 대한 대대적인 숙군이 이루어지면서 군은 한마디로 지리멸렬되었다. 군의 주축이던 정치군인 집단이던 하나회가 사라지자 군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 군대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입신출세인 진급만을 위해서 기개와 소신은 없어지고 비리와 부패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김대중 정권에서는 서해교전에서 보았듯이 전사자들이 대접받지도 못하고 정권의 천대만 받았다. 오죽하였으면 전사자 가족이 이민을 갔겠는가! 노무현 정권에서는 군에 대한 무시와 멸시는 극을 달하였고 그들은 햋빛정책이라면서 북에 많은 달러를 퍼다주고 김정일을 만나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김정일을 만나면 남북 통일의 물꼬를 터일 것으로 착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남이 갖다준 달러로 집권층의 호의호식과 핵무기를 만드는데 크게 보탬을 준 꼴이 되고 말았다. 

 

북한과 교전은 정부의 질책을 받을 정도니 군이 설 자리는 없었다. 군은 갈 곳도 없어 가는 곳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전을 포기해야 했으며 기존 주둔지는 모두 도시개발로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전방에는 군인가족들이 입주하는 아파트는 집값이 떨어진다며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 데모까지 벌이는 나라꼴이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해군이 전략상 가장 중요한  제주도 해군 항만 건설에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고 있으며 기무사는 우여곡절 끝에 과천으로 이전하였으나, 나머지 행정학교, 국방대 이전에는 이전 지역을 협의 하지 못해 수난을 겪고 있다. 급할때만 군이요 배부를 때는 군을 천시하는 국민정서가 팽배한 현실이다. 군은 국민들의 호응속에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이렇게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천시받는 군대가 무슨 강군이 될 것이며 적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천안함 사건은 이러한 결과로 인하여 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북의 동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복수의 불벼락을 들씌워 바다에 수장(水葬)해 버리고 말 것이다.” 천안함 피격(被擊) 닷새 후인 3월 31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글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쏘아댄 협박이다.

어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함미(艦尾)의 처참한 몰골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뢰에 한 방 맞았구나' 하는 심증을 더욱 굳게 했다. 외부 공격이 확실하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북한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 달리 누구를 지목할 수 있겠는가. 노동신문의 '수장' 협박이 “이번에 본때를 보인 것처럼”이란 말을 생략한 것 같아 더욱 섬뜩해진다.

서해안에서의 이상 조짐은 이미 1년 전부터 있어 왔다.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자신들이 임의로 그어놓은 군사분계선을 고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남북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 등을 무효화한다”고 덧붙였다. 이 무렵 더욱 눈길을 끈 건 북한군 수뇌부의 인사 내용이다. 북한은 총참모장 김격식(70) 대장을 4군단장에 임명했다. 우리로 치면 육·해·공군을 총지휘하는 합참의장을 중장급의 군단장으로 '좌천'시킨 것이다. 김격식은 김정일이 몇 해 전 공식 석상에서 “나와 격식 없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측근이다. 당시 첩보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격식에게 “강등되는 것이 아니다. 서해안 쪽이 중요해 보내는 것이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잘하고 돌아오라”는 격려도 덧붙였다는 것이다. <본지 2009년 3월 17일자 3면>

황해도 해주에 사령부가 있는 북한군 4군단은 휴전선의 서쪽 지역을 맡고 있는 기계화부대다. 서해 NLL 지역에서 남북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 함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해주 일대엔 사정거리 95km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이나 스틱스 미사일 수십 기, 100mm 해안포 등이 진을 치고 있다. 각종 잠수함과 어뢰정·고속정·경비정도 즐비하다.

천안함 피격에 대해선 대남전술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찰총국의 김영철 중장을 지목하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첩보가 맞다면 서해 일대 북한군 지휘체계가 김격식 4군단장 중심으로 재편됐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김격식이 4군단 인근에 있는 정찰총국 산하의 대남특수작전부대와 해군 특수부대, 더 나아가 서해함대까지 통솔 지휘하는 체제 말이다. 그가 해주로 옮긴 뒤부터 그 일대 해안에선 지하 포대와 미사일 발사대가 증축됐다. 비축 탄약을 늘리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발사 훈련도 빈번하게 실시됐다. 북의 대남 협박 강도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곤 11월 10일 대청해전에서 북한 해군은 우리 군에 의해 패퇴했다. 김격식으로선 “잘하고 돌아오라”던 김정일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됐을 것이다.

서해 NLL 지역에 각별히 비중을 둔 북측의 모종 도발 프로그램, 그리고 김정일의 특별 관심을 무색하게 만든 대청해전 패배 등이 이번 천안함 피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서해에서의 이러한 북측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바싹 긴장하여 경계했더라면 천안함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지만 안타까움이 남는다.

올해는 6·25전쟁 60주년. 정전협정이 이뤄진 지도 57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의 테러·침투 등 도발 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근래엔 서해 NLL 지역에서 세 차례의 해상교전이 있었다. 지난해 4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km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상투적 엄포일지 모르나 지척으로부터의 직접적 위협은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천안함 피격에 대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단을 말자는 견해에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군은 조사 진행과 별도로 그 가능성을 상정한 후속 조치를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공언한 “단호한 대응”을 적기(適期)에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어제 시퍼런 바다에서 애달픈 비극을 건져 올리며 우리 모두의 가슴엔 분노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천 배 만 배” 되갚아 주자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비극의 재발 방지다. 이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엔 어뢰 공격 소행자가 또다시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틀어막는 조치가 포함돼야 한다. 응징조치를 지레 배제해서도 안 된다. 만의 하나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만전을 기해 손해 볼 게 없다. 눈 부릅뜬 단호함이 전제돼야 평화를 구할 수 있다.

 

 

 

 

 

 

인간어뢰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11월 20일 새벽. 미국 태평양함대의 유조선 미시시네와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일본이 '인간 어뢰'로 공격한 것이다. 바로 자살특공정 '가이텐(回天)'이다. 명중 확률을 높이기 위해 승조원이 직접 조종해 목표물을 맞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 탑승하면 돌아올 수도, 탈출할 수도 없다. 뇌관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자폭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이름 그대로 폭발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미카제(神風)'와 함께 군국주의의 몰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근래 일본 곳곳에서 옛 일본군 위용의 상징으로 '가이텐'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어뢰는 '어형수뢰(魚形水雷)'의 약칭이다. 물고기 형태의 수중 폭탄이란 뜻이다. 최초의 자주(自走)식 어뢰는 1866년 오스트리아 해군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3.35m, 지름 36㎝의 원통형에 다이너마이트 8㎏을 채웠고, 압축공기로 추진동력을 얻었다.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폭발력과 사정거리가 엄청나게 증강됐다. 스스로 표적을 추적하는 자동명중방식과 유선유도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한국 해군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 '백상어'와 구축함이나 헬기에서 발사하는 경어뢰 '청상어'가 실전 배치돼 있다. 특히 청상어는 음파탐지 능력이 뛰어나고, 1.5m의 철판도 뚫는 것으로 공개돼 있다.

그러자 어뢰를 피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닉시(nixie)'다. 주소불명으로 배달불능 우편물이란 뜻인데, 잠수함이나 함정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기만(欺瞞) 장치로 어뢰를 유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은 어뢰는 목표물에 '배달'되지 못하고 기만장치를 맞히는 것이다. '디코이(decoy)'는 화학약품으로 '버블 커튼'을 만들어 음파 탐지를 교란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이다.

최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스텔스 어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아 추적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어뢰다. 공교롭게도 북한과 긴밀한 이란이 2004년 '스텔스 어뢰'를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7년에는 음파회피 기술을 장착한 스텔스 잠수함도 완성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음파탐지기에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 해군의 인간 어뢰, 스텔스 어뢰 등 갖가지 설(說)이 제기되고 있다. 원인은 곧 밝혀질 것이다. 구린 냄새는 끝까지 '스텔스'할 수 없는 법이다.

 

 

 

 

 

 

 

 

침몰원인이 밝혀진 이후 우리들은?

문제는 침몰 원인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할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에 대한 보복공격도 섣불리 할 수도 없다. 과거 대한항공 858기 사건, 818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아웅산 사건 등 그동안 수차례 대북 보복전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북에 대한 보복공격을 한 번도 없었으며 우리들 독자적으로 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보복을 한다고 그들이 가만히 보복을 당하면서 감내하지도 않을 것이며 상황이 악화되면 한반도는 또 한번의 엄청난 불행을 겪지 않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들 마음대로 결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북은 최근 김정일은 북한군 화력시범에 참관한 모습을 보도하였고 해군을 포함한 북한군 장성들을 100여명이나 대거 승진 시켰다. 황해도 지역 일대로 전개하였던  전투기와 포병부대의 전진배치되었다가 다시 원상 복귀되었으나 모두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들은 체제유지와 정권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강대국인 미국에 맞서 지루한 6자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의 건강상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계체제도 불안하고 탈북자는 줄기차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를 통해 많은 정보가 유입되어 북한 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점과 화폐개혁 이후 경제적인 상황도 점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지난 정권들의 햋빛정책에 의해 많은 달러와 식량을 지원받았고 개성공단을 통해 톡톡한 수입을 계속 벌어가는 등 남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체제를 유지시켜 왔고 한편으로 비장의 무기인 핵무기를 개발하였으나 이제는 남쪽의 지원이 줄어들자  금강산 자산 동결 조치를 하면서 공갈.협박을 자행하고 있다. 앞으로 개성공단도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는 모른다. 그들과의 합의는 종잇장에 불과하며 정부보다 민간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욕구를 채워왔던 것이다. 만약 이번 조사 결과 북한 어뢰로 판명 된다면 서해 해전에서 패한 후 북한 해군은 보복을 위해 절치부심하였을 것이며 그 결과 천안함 사건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한이 군사적 보복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증거 조사에는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며 응징 시기를 실기하면 보복할 수도 없다. 우리 정부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혜안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합조단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과 증거조사를 벌이겠지만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대북보복 조치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군의 위기시 대비태세가 도마위에 올랐다. 해군 3함대의 링스 헬기가 야간 임무 수행 중 서해안에서 추락하는 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어 군의 기강이 극도로 해이된 상태이다.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포함하여 책임 문제와 군 인사쇄신에 태풍이 몰아 칠 전망이며 국방장관의 요청에 의해 감사원까지 동원되어 감사를 벌일 모양이다. 군의 비리와 숙군에는 국방장관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며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군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모양이다. 정기 장군인사가 무기연기 되면서 전역이 예정된 장군들은 얼마간이라도 더 현직에 있을 것이며 그동안 승진 기회를 갖지 못하였던 장군들은 이번 기회에 고개를 내빼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계급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계급에 합당한 지혜와 용기, 전략.전술, 전문성, 평시 대비태세의 마인드가 얼마나 되어 있는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무능한 지휘관은 능력은 없으면서 비리와 아부, 인맥으로 승진하여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군의 대대적인 기풍이 조성되고 혁신적인 군으로 거듭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치적 농단에 빠진 한국

나로호 발사까지 발사 시점에 대하여 정치적인 시기를 논하면서 시기 조율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정 공방이 무죄로 선고되자 정치적 공방은 더욱 열기를더하고 있으며 조계종 봉원사 주지의 정치 외압설도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이제는 천안함 사태까지 '북풍' 운운하면서 정치공방전에 휩쓸릴 조짐이다. 보수진영은 사태 초기에 사병(士兵)들만 집중적으로 희생되자 “악재가 터졌다”며 긴장했다. 지금은 북한 소행으로 흘러가면서 표정이 바뀌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은근히 '북풍'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진보진영은 정반대다. 처음에 기세를 올렸다가 지금은 속이 타들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부 폭발로, 제발 북한 어뢰는 아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46명의 젊은이가 희생된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증발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주히 정치적 주판알만 퉁기고 있다.

한국의 정치는 너무 힘이 세다. 백년대계인 우주개발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검찰 수사와 국가안보마저 정치 프리즘을 통해 굴절되고 있다. 정치만 판치는 사회는 미개하다. 다원화 사회는 전문가 영역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주개발은 과학자에게, 국방은 군에,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조용히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그 다음에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의 침묵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한국이 '정치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정치는 국가발전에 가장 큰 장애요소이다. 해외에서 인권과 차별대우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외국의 거류민이나 재외동포, 유학생, 탈북자,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한국 정치의 무능력과 미개성,소극성, 비협조성을 지탄하고 있다. 사회 발전이나 기업 활동에도 공무원들의 업무태도나 정치적인 규제로 인하여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까지의 경제적인 발전이 3공화국을 제외하고 정치적인 결단이라기보다 경제인들의 노력에 비중을 더 크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정치적인 잣대로 이야기하고 판단하는 한국 정치인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불행은 반복될 것이다.   

 

 

                                                                                  -사설,시론 종합, 서초동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