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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미래전쟁

자이툰 부대, 병참지원 기업...

 

 

“여기는 자이툰… ‘병참지원 기업’과 손잡았다 오버!”

 

현지 민간업체에 배식, 자재 공급 등 ‘아웃소싱’
미군은 경호까지 맡겨, 군사비 40%가 기업으로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7.08.06 23:02 / 수정 : 2007.08.07 09:31

 

“안뇽 하~세요. 맛있게 드쎄~요.”

지난달 22일 이라크 아르빌의 한국군 자이툰부대. 부대 취재를 갔다가 식당에 들른 기자에게 앞치마를 두른 배식 담당이 반갑게 인사하며 음식을 덜어준다. 그런데 외모와 발음이 좀 이상하다. 알고 보니 네팔에서 온 민간인이라고 한다. 이라크 주둔 한국군 부대에 왜 네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이 부대 노재천 중령은 “전투 병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식당 운영을 민간 기업에 외주(外注)를 주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사원 식당을 외주 주듯 자이툰부대는 가나케이터링이라는 회사에서 조리·배식 등을 일괄 담당한다.월남전 이후 최대 파병이라는 자이툰부대는 국군의 병참(兵站) 분야에서도 또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비록 식당이긴 하지만 전투부대가 업무 일부를 외주업체에 맡긴 것이다. 한국군은 조달 부문을 제외하고는 지원 업무를 자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한국에서도 ‘병참 지원 서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잡기 시작된 셈이다.

이미 미군은 기계정비·취사며 심지어 기지 경비까지 민간 기업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경우 군사비 지출의 40%가 이들 회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 ▲ 낮 기온 50도를 오르내리는 이라크 아르빌에서 자이툰 부대 장병이 경계를 펴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업체가 자이툰부대 정착 도와줘=2004년 10월 자이툰부대 선발대가 미군의 공중 엄호를 받으면서 총 1115㎞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르빌에 도착했다. 인적조차 드문 황량한 벌판. 난관은 한 둘이 아니었다. 물자 부족으로 당장 텐트를 만드는 천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군인이 텐트 천을 구하러 시내에 나갈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테러라도 당한다면 당장 파병 반대 여론이 들끓을 상황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이라크 현지 건설사인 아르코의 김석태(53) 대표였다. 쿠웨이트에서 건설업을 하던 그는 2003년 5월 이라크 종전 선언이 있자마자 바로 이라크로 들어와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별 수 있나요. 이라크 사정을 잘 아는 제가 천막용 천을 구하러 다녔죠.” 김 대표는 이라크 특수부대 요원을 뽑아 ‘경호원’으로 삼고 천막용 천과 주둔지 건설 자재를 사기 위해 이라크 전역을 헤집고 다녔다.

아침 일찍 매일 폭탄 테러가 터지는 모술(Mosul)로 트럭을 끌고 가 텐트용 천을 사고, 저녁에는 키르쿠크(Kirkuk)로 가서 각종 건설 자재를 샀다. 길을 가던 중 강도떼가 총을 쏘며 덤비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들이 응사하면 강도떼도 도망가곤 했다. 김씨는 이렇게 구한 천을 아르빌에서 다시 재봉한 뒤 자이툰부대에 공급했다.

100만평에 이르는 외곽 철조망 공사도 그가 현지 인부들을 불러 도왔다. 김 대표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이툰부대의 초기 정착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부대 관계자는 전했다.

◆병참 기업 없이는 미군 작전 불가능=미국 LA타임스는 4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고용한 군수업자와 사설 경비요원 등 민간인의 수가 미군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계약하고 이라크전쟁에 참여한 민간인은 총 18만2000명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16만명)보다 많다.

미국의 유명한 병참 지원 회사인 블랙워터(Blackwater), KBR 등은 미군의 세탁부터 우편 수발, 요리 등 미군을 지원하는 거의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의 경호도 미군이 아닌 이들 경호업체에서 맡고 있다.

2005년 이라크 팔루자(Fallujah)에서 저항세력에 의해 살해된 미국인 4명이 처음엔 ‘민간인’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블랙워터에 고용된 ‘전투 용병’으로 밝혀진 일도 있다.

그래서 이라크전쟁은 미군과 병참 지원 기업이 함께 치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리 군 관계자는 “우리도 ‘국방개혁 2020’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을 정비·보급·급식 등에 이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미국처럼 전투까지 동원되지는 않겠지만 한국군도 군 병력 감소에 따라 장기적으로 병참 지원 기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참 지원 기업=군의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미군의 경우 군 식당 운영에서부터 장비 점검, 쓰레기 수거, 병영 건립, 경호 업무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전문 지원 기업이 대신해주고 있다. 우리 군은 아직 식당이나 병영 건립 등 일부 한정된 부분에서만 민간 기업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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