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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과 조선통신사 현대판...

두바퀴인생 2007. 8. 6. 08:12

 

 

임진왜란과 조선통신사 현대판...

디지털타임스 | 기사입력 2007-08-06 08:02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은 두 명의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해 일본의 조선 침략 의도를 탐색하러 간다. 결과는 잘 알고 있듯이 한 명은 일본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임금에게 보고했고, 다른 한 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보고를 한다.

 

한 나라의 관리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보고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선조임금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온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게 되고, 이런 우유부단한 지도자를 모신 이 땅의 백성들은 피로써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런 역사를 배우면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을까?'라며 통탄해 마지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면 우리는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일본은 지금 경제 성장에 있어서 잃어버린 10년을 뒤로하고 무섭게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 업계의 `풍운아', 아니 `혁명아'라고 불러도 좋을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 회장이 초고속인터넷 시장과 무선통신 시장에서 일으킨 반란은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NTT 일극 체제로 움직이던 일본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그의 선도적 역할과 더불어 일본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에 빼앗겼던 정보통신 시장의 선두 자리를 되찾기 위해 엄청난 변신의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일본 정보통신 시장의 신선한 변화의 바람은 이젠 거꾸로 한국 시장에 가르침을 주고 있다.

 

부동의 선두주자인 NTT도코모를 따라 잡기 위해 소프트뱅크모바일의 손 회장은 자기 회사 가입자간의 휴대 전화 통신은 무제한 무료로 하는 서비스 정책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IP 기술에 기반한 ADSL망 구성을 통해 획기적인 서비스 요금 인하를 단행했고, VOIP 기술을 통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로 인해 비싸기만 했던 일본의 정보통신 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해졌고, NTT 일방의 정보통신 시장을 유효 경쟁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도 일본 지인 중에는 일본 휴대폰 업계의 몰락을 NTT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워크맨과 계산기 등 전세계 전자기기 시장을 주름잡던 쟁쟁한 일본의 단말기 업체는 모두 어디로 가고, 한국의 삼성ㆍLG가 휴대폰이란 단말기기 시장에서 갑자기 세계적인 업체가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NTT가 자신의 입맛대로 업체들에게 휴대폰을 개발시키고 조달하던 관행 때문에 시장 경쟁은 사라지고 나눠먹기식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일본의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됐고, 결국 노키아ㆍ모토로라와 한국 업체들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과연 국내 시장이 유효 경쟁 시장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통신 서비스 하나 하나마다 요금과 서비스 형태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장을 어떻게 경쟁 시장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유무선 공히 절대적 1위 업체가 시장을 50% 가까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순위나 점유율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는 시장을 어떻게 시장 경쟁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정부나 업계의 엄청난 선전에도 불구하고 찻잔 속의 태풍 격인 와이브로 서비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원하는 사업자는 누구나 이 신기술을 사용해 음성, 데이터, 화상 서비스 등 가리지 않고 무한대로 경쟁하게 했다면, 장비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이렇게까지 초라한 성적표는 아닐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 제조업의 주도권은 중국 업체들에 빼앗긴 지 오래다. 또 정보통신 서비스는 일본에 추월 당한지 오래 전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도 대한민국 `넘버 원'을 자랑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보통신 업계의 위기를 말하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16세기 말 일본을 다녀온 두 명의 통신사의 일화가 떠오른다. 정부의 목소리와 업계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다른지 묻고 싶다. 이런 일이 정보통신 업계에만 해당되는 일이겠는가. IT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위기감의 실체에 대해 우리는 각 자의 주장만 내세울 게 아니고 한 발짝씩 서로 다가가 한 목소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