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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아이팟과 아이로봇...

 

 

 

[데스크라인]아이팟과 아이로봇

전자신문 | 기사입력 2007-07-24 09:11 기사원문보기
 아이팟은 더 이상 MP3 플레이어로 머물지 않는다. 아이팟은 전 세계 젊은이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이 특유의 열정과 반항, 창조욕을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나이키 운동화, 힙합, 비보이나 다를 게 없다. 지니고 즐기는 것만으로 서로가 통할 수 있는 공통의 문화다.
 

 아이리버가 아이팟에 밀려난 것은 우리에게 악몽이다. 아이리버는 한국 젊은이의 아이콘이었다. 지금도 아이리버 전시관에는 마니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종주국의 상징이자 우상이었다. 아이팟의 승승장구는 한국의 우상이 파괴되는 아픔이고 또 하나의 동북공정이다.

 

 혹자는 말한다. 아이팟의 성공은 일찌감치 아이튠스라는 음원 서비스와 연계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과연 그럴까.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분석일 뿐이다. 물론 아이튠스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충분치는 않다. 아이팟이 세계를 정복해나갈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에는 공짜 MP3 음원이 무수히 떠돌고 있었다. 아이튠스가 위력을 발휘한 건 음원 유료화 이후였다.

 

 70년대 말 한반도를 강타했던 가요가 있다. 조용필이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이 노래는 그 진원지가 부산이다. 당시 조용필은 지방의 한 무명가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 노래가 부산에서 인기를 끌더니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북상하기 시작했다. 몇달 후 마침내 서울까지 강타했다. 조용필도 더불어 서울에 입성했다. 부산이 아닌 서울의 조용필은 그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국민가수로 우뚝섰다.

 

 문화는 중심지를 닮으려 하는 속성이 매우 강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다. 로마 사람이 좋아하고 즐겨야만 비로소 팍스로마나의 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다. 변두리 문화가 로마 사람을 움직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변죽에서 중심 코드가 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히트곡은 그 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현상은 매한가지다. 세계의 중심지는 뉴욕이요 미국이다. 한국이라는 변두리에서 번진 아이리버 아이콘은 세계의 중심지까지 강타하지 못했다. 이미 중심지의 이목을 점령한 아이팟이 변두리도 퍼져나가는 건 시간 문제였을 뿐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소니의 워크맨이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도 천신만고 끝에 미국시장을 장악하면서부터다. 삼성과 LG의 TV와 휴대폰이 세계 정상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미국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다.

 

 중심으로 파고들지 못해 앞서 나가고도 역전당한 일은 아이팟 말고도 많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 한국에 경매 문화를 발흥시킨 옥션이지만 결국 e베이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유튜브도 대표적이다. 동영상 UCC의 진원지는 한국의 판도라TV가 효시라고 한다. 유튜브는 시작이 늦었지만 미국을 먼저 점령했기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세계를 강타 중인 세컨드라이프도 사실은 수년 전 화제를 모았던 다다월드가 원조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는 뭐니뭐니 해도 로봇이 최고인 듯싶다. 로봇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미래와 환상을 꿈꾸게 만든다. 트랜스포머를 보라. 트랜스포머는 로보캅, 터미네이터, 아이로봇, 바이센테니얼로 이어지는 로봇 영화의 결정판이다. 영화와 달리 로봇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무엇이 됐든 가장 확실한 차세대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눈앞에서 아이팟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로봇으로, 아이팟이 룸바로 바뀌었을 뿐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우리가 만든 지능형 로봇이, 청소로봇이 우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사이, 청소로봇 룸바가 세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룸바는 미국 아이로봇의 작품이다. 미국이 진원지인 룸바는 세계 시장을 평정해 나가고 있다. 물청소가 가능한 스쿠바까지 변신 해나가고 있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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