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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국내 경기가 회복돼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는 달리 경기회복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경기회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제자리 상태이고, 지난 수년간 기업의 설비투자율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의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2005년 7.4%, 2006년 5.6%였으며, 올해는 1% 미만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투자 증가에 의한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더욱 비관적인 것은 기업의 경영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과 관련, 논란이 됐던 수도권 규제가 여전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정부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기존 공장 설비를 구리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만 발표했다. 이것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수도권 규제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가로막혀 있으며 그로 인해 국내 기업의 투자 보류 금액이 50조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수도권 규제로 인해 외국 기업마저 한국에서의 투자를 포기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덴마크의 세계적인 완구 업체인 레고 그룹이 추진한 놀이공원 조성사업이다. 1996년 레고 그룹은 경기도 이천에 2억달러를 투자해 레고랜드를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대규모 관광지 개발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의 투자를 포기하고 2002년 독일로 레고랜드의 개장 장소를 옮겼다.
우리나라 기업 경영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최근 전경련이 발표한 ‘주요 기업의 공장입지 애로 실태’ 보고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전경련이 200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입지의 여건이 경쟁국보다 ‘못하다’는 응답이 70% 가까이 되고 ‘좋다’는 응답은 3% 정도에 불과했다. 또 앞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의 엑소더스가 우려된다.
수도권 규제뿐만 아니다.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규제와 과도한 노동보호정책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켰고, 그것은 곧 투자 저하로 이어졌다. 이번 정부 들어서 유난히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의 노출, 출자총액제도 유지 및 순환출자 금지, 이중대표소송·집행임원제 및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등의 상법 개정안 도입은 경영권을 불안케 했다. 게다가 남녀고용평등법안, 연령차별금지법안, 비정규직보호법 등 정부의 과도한 노동계 보호 정책이 기업의 경영을 혼란에 빠뜨려 투자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되고 있다. 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기업의 사내유보율이 2002년 232%에서 2006년 616%로 3배 가까이 늘어 364조원에 이른다.
모처럼 지표상으로나마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기회복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 기업의 경영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의 경영환경을 좋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규제완화다. 수도권 규제를 포함해 경영권을 위협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노동보호정책을 버려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만이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허허벌판 사막의 작은 촌락을 ‘중동의 뉴욕’으로 탈바꿈시킨 두바이, 수백 년 동안 가난에 허덕이다가 이제는 이웃 영국보다 더 잘살게 된 아일랜드 등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