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서류 미비 수차례 보고됐으나 “기다려라” 캔자스대학에는 학위 확인요청 서류 안보내
2005년 9월 동국대가 신정아(여·35) 교수를 임용하는 과정에서 학사·석사 학력조회를 하지 않은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동국대는 그동안 “(신 교수가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서류를 제출한) 캔자스대에 확인서를 보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동국대가 왜 신 교수의 학력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했다고 허위사실을 밝혔는지, 동국대 ‘윗선’에 신 교수를 보호하려는 실체가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는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9월 내부 결재용 기안문서를 토대로 발표한 착오였고, 확인 결과 예일대 최종학력 조회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거짓말로 드러난 학력 조회
신 교수의 가짜 학위 논란이 불거지자 동국대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2005년 당시 (신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예일대와 캔자스대에 동시에 우편으로 확인요청 했고, 예일대에선 즉시 답장이 왔는데 캔자스에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의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국대가 신 교수를 임용할 당시 교무인사팀장이던 안모 교수는 17일 “최종학력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당시 예일대에는 내가 직접 편지를 써서 학력 확인서를 첨부해 등기우편으로 보냈지만 캔자스대에는 서류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캔자스대의 토드 코언 홍보실장도 16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05년 당시 동국대로부터 신씨의 학위를 확인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서류미비 수차례 묵살
이처럼 석연치 않은 동국대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학교 안팎에선 “신 교수에 대한 ‘윗선’의 비호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 관계자는 “신 교수 임용 당시 ‘가짜다’ ‘좋은 사람인데 일부에서 못 뽑게 방해한다’는 갈등도 있고, 학과 교수들의 문제제기도 있어서 학력검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 교수가 ‘성적증명서’ 등을 계속 제출하지 않아서 ‘서류미비’라며 위에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계속 ‘기다려보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 교수가 한 학기 휴직한 후 다음해 2월 교양교육원으로 소속을 옮길 때도 ‘서류미비’라고 위에 보고했고, 신 교수에게도 서류 제출을 요청했으나 계속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당시 총장이었던 홍기삼 명예교수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당시 상임이사였던 임영택(영배스님) 재단이사장에 대해선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 이사회에서 신 교수의 가짜 학위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가 5월에 해임된 전(前) 재단이사 장윤 스님(현 전등사 주지)은 “신 교수 특채에 홍기삼 전 총장과 영배 스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징계위원회 위원장인 영담 스님은 “두 사람이 신 교수를 비호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박란희 기자 r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