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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에 이어 ‘동안(童顔)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TV에 나오는 중년 여배우들 중엔 어색하리만큼 탱탱한 얼굴들이 많다. 그 얼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여인의 주름을 생각한다. 가늘고 여린 몸매에 귀족적으로 각진 턱선, 병들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품에 안고서 고요히 세상을 응시하던 깊고 큰 눈. 그녀의 이름은 오드리 햅번이다.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를 통해서였다. 선머슴 같은 시골처녀에서 특별 교육을 통해 우아한 레이디로 변화하는 오드리 햅번의 매력은 나를 한 순간에 매료시켰다. 그녀가 할리우드에 데뷔하던 1950년대는 마를린 먼로처럼 금발에 섹시한 매력이 큰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깡마른 몸매에 투명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닌 오드리 햅번의 등장은 아마도 ‘미(美)의 혁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노년에 정점에 닿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늙어가는 것에 겁내고 있을 때 그녀만은 주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지(奧地)의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느라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으리라.
오드리 햅번이 자녀에게 남긴 글 한 마디가 기억난다. ‘네가 나이가 들면 네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네 스스로를 돕는 손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돕는 손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기도한다. 하나씩 늘어가는 주름을 발견하기보다 내 손과 내 몸이 무엇에 쓰여지는 게 옳은지 발견하는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