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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의 후회...

두바퀴인생 2007. 7. 14. 13:16

 

 

[오피니언] 50년 뒤의 후회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7-14 02:48 기사원문보기
▲ 김인숙·소설가
부수고 새로 짓기 바빴던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 옛모습 복원 진땀
 

지난 3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설치·경영에 관한 법률이 대학원 총 정원에 관한 국민적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비상적인 수단에 의해 통과되었다. 오는 9월께 시행령으로 정원 문제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로스쿨 준비에 나선 40개가 넘는 전국의 대학들은 명운(命運)을 걸고 유치경쟁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변호사협회에서는 정원을 1200명 선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학교수회에서는 최소한 3000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가 로스쿨의 정원 확대를 결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민·형사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소송업무만을 법률가의 주된 활동영역으로 생각하고 비즈니스 카운슬링 같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시대의 법률가상(像)을 염두에 두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세계화 시대의 법률 서비스 모델에서는 법률가가 더 이상 멀리서 사후적으로 조언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대신하는 공격적인 협상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오랫동안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자 노력해 온 이유가 바로 사법제도의 개혁을 통하여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법률 서비스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데 있다. 따라서 로스쿨의 출범을 계기로 하여 최소한 연간 3000명 이상의 유능한 법률가를 양산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변호사를 두고 밴더빌트 대학의 거스리(Guthrie) 교수는 “선택권 중개인(option broker)”이라 하였고, 스탠퍼드 대학의 길슨(Gilson) 교수는 “거래비용 전문가(transaction cost engineer)”라고 하였다. 계약체결이나 분쟁해결에 있어서 고객의 선택권 행사를 도와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변호사이고, 거래의 비용과 위험을 대신 관리해 주는 것이 변호사라면 주위에 이런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 대비 인구는 5783명이다. 같은 해 미국의 266명, 영국의 557명,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578명과 1509명에 비하면 턱없이 변호사가 모자란다. 또한 국내 로펌은 한국 법률시장에의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의 로펌에 비하면 그 규모 면에서나 세계 법률시장에 대한 영향력의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법률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마치고 시장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베이커 앤 매켄지(Baker & McKenzie)나 영국의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와 같은 로펌들은 3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대 규모의 로펌도 불과 300명 남짓한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호사 수가 적다는 것은 곧 국민으로 하여금 사법제도에의 접근을 어렵게 하여 법률 서비스의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법률시장 개방의 압력 속에서 경쟁력을 지켜낼 로펌의 양적 팽창과 질적 특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변호사 단체도 이제야말로 법률시장보호주의 아래 안주하여 기득권이나 수호하려는 구태를 과감하게 벗어야 한다. 로스쿨의 정원 제한이라는 직역 이기(職域 利己)의 목소리를 높여 세계화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