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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한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 50대 가장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관련 기관의 대책은 미숙하기만하다.
" 더이상 힘들어서 살 수가 없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편안한 곳으로 가고 싶다."
사업실패로 20억 부도사태를 맞은 이모(51)씨는 지난 7일, 유서를 남기고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홀연히 사라졌다.
이씨는 두 남매를 승용차에 태운 채 절벽 아래로 추락시켜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
다행히 추적에 나선 경찰에 발견돼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만 이씨는 '살인예비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두 자녀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살해하려 했다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구체적인 양육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친척집에 맡겨졌다.
이씨는 또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어린 자녀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지만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범법 행위만 처벌하고, 아이들은 다른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했다. 자살예방상담, 재활 프로그램은 보호자들 소관"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분석한 2005년 인구통계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만명당 2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연평균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5분에 한 명씩 자살 시도가 이뤄지는 등 그야말로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자살 시도자는 이씨의 사례처럼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살 실패 이후 2~3차례 자살시도를 반복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국회에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관련 통계 조사, 기본계획수립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계류중이지만 자살 시도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자살 위험자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상담을 실시하는 내용은 전혀 없어서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자살예방 기구를 마련하고, 상담센터와 경찰, 병원 응급실, 소방방재청 등을 묶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살 위험자와 시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원스톱 상담이나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같이 최초 자살 시도시 자살 예방상담소로 연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 생명의 전화 이정환 실장은 "자살 결심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만큼 자살 시도자와 가장 가까이서 마주치는 가족, 경찰, 소방관, 병원 응급실 의료진들이 자살예방 상담소로 바로 연계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신병을 비관한 60대 이상 노인층과 10~20대의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생애별 자살예방교육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자살은 결코 한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없는 만큼 사회적차원에서 자살방지를 위한 촘촘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