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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지자체 예산...

두바퀴인생 2007. 7. 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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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지자체 예산''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7-01 19:30 | 최종수정 2007-07-02 08:39 기사원문보기

지방자치단체의 ‘혈세 나눠 먹기’가 도를 넘었다.
 

상당수 지자체가 매년 1000여억원의 예산을 지방의원들에게 할당해 선심성 지역사업에 쓰도록 하고 있다. 주민이 낸 세금으로 마음껏 선거운동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전국 지자체의 예산배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충북, 전남, 전북, 경북, 광주 등 5개 시·도에서 재량사업비 583억원을 편성해 광역의원들에게 1억∼7억원씩 균등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은 지방의원의 요청에 따라 지역구의 농로 개설이나 마을 진입로 확·포장, 마을회관·경로당 신축, 축제행사 지원 등에 주로 쓰인다.

 

올해 재량사업비 190억원을 책정한 전북도는 도의원 38명에게 5억원씩 몫을 나눴다. 지난해(3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 는 것이다. 광주시는 지역구 시의원 16명에게 3억원씩, 경북도는 도의원 55명에게 1억5000만원씩 배분했다. 전남도는 의원 46명에게 1인당 1억원을 배정하자, 의원들이 “액수가 너무 적어 체면이 안 선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심성 논란으로 사라졌던 재량사업비를 슬그머니 부활시킨 곳도 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해 말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재량사업비의 일종인 주민숙원사업비 74억원을 삭감했다가 지난 4월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124억원으로 늘렸다. 여기에 의원들이 지역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지역개발사업비 93억원을 포함하면 그 규모가 217억원에 이른다. 도의원 한 명이 사실상 7억원을 쓸 수 있는 셈이다.

 

기초단체인 시·군·구에서도 예산 나눠 먹기의 구태가 여전하다. 충북 청주시는 시의원 26명에게 13억원을, 충북 진천군은 군의원 7명에게 6억원을 배정했다. 익산시는 올해 30억원을 편성해 시의원 등의 요청에 따라 지역사업에 쓰도록 했다.

 

이 같은 예산 할당에 대한 비판 여론과 감사원의 지적이 제기되자 경기, 경남, 울산 등은 이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예산의 우선순위 원칙이 무시되고 집행부와 지방의회 간 유착을 고착화하는 이런 구태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며 감사원의 전면 감사를 촉구했다.

 

◆재량사업비=포괄사업비, 풀(pool)사업비로도 불린다. 예산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 사용하는 자금. 말 그대로 자치단체장이 편성 범위 내에서 재량껏 사용하는 예산이다. 주로 지방의원의 요구에 따라 사용 지역과 사업이 정해진다.

박찬준·김을지·박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