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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

두바퀴인생 2007. 6. 25. 11:26

 

 

[시론]千金 같아야 할 대통령의 말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6-25 10:57 기사원문보기
대통령의 직무는 취임식에서 헌법 준수 의무를 선서하는 순간 시작되며 이때부터 대통령의 사적 권리와 영역은 지극히 제한된다. 대통령의 사적 권리와 공적 영역에 대한 논의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때 많이 다뤄졌다.
 

1998년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치명적인 운명을 맞는다. 그 해 7월 텔레비전 주 시청시간대를 활용하며 자신을 방어하는 방송연설을 한다. 이 방송연설에서 자신의 불륜관계를 ‘부적절한 관계’로 왜곡하고 르윈스키 문제는 ‘가정의 일’이라고 축소하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공화당은 이 문제를 탄핵으로 끌고 갔고 대통령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졌다. 클린턴은 대통령 직무와 상관없고 더구나 부인 힐러리가 용서하였기 때문에 탄핵의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였지만, 의회는 탄핵의 절차를 밟았고 그 해 12월 상원에서 부결됐다.

 

2007년 6월12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노무현씨도 ‘개인 노무현’의 자격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청구하며 사상 유례없는 사례를 남겼다. 개인 노무현을 내세운 이번 사건은 공적 영역과 개인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는 면에서 클린턴 스캔들과 유사한 점이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클린턴의 전례를 참조하였는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에서 민주당이 주장한 사적 영역과 지금 한국 헌법 소원청구자 ‘개인 노무현’의 사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클린턴의 경우 민주당의 주장처럼 개인의 성적 행위 문제로 개인적 사안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어떠한 개인적 행위도 도덕적 의무가 따르며 공적 영역의 책무라는 점에서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노 대통령의 사안은 개인적 행위가 아니며 정치적 말로 시작되었다. 노 대통령의 말이 개인적 영역에서 이루어졌다면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가족 간 대화와 같은 사적 공간에서 야당 후보자들을 ‘독재자의 딸’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하였다면 사적 영역이며 선거 중립의무에 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적 공간이라 하더라도 지극히 사적인 주제를 고백하거나 이야기하였다면 이 또한 공직선거법 9조에 위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발언은 모든 국민이 보는 기념식, 정치 집회, 학위 수여식 등과 같은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며 내용 또한 정치적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21일 김제에서 노 대통령은 선관위 결정을 무시하며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정당을 달리하는 제 정파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쪽 손발 묶어 놓고 입 묶어 놓고’ 있다며 또다시 하소연을 하였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와해함으로 인해 현행법상 합법적인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 입을 잃어버린 것이지 묶인 것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와해로 민주주의의 근본인 정당정치의 실종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국민은 대통령과 야당 후보들 간의 정치 쇼가 아니라 각 정당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한국 정당정치는 여당의 분열로 지금 실종 상태이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넘어와 있다. 노 대통령이 다시 ‘그놈의 선거법’이라고 비난하고 싶다면 정당정치를 통해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였으면 되는 일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말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 말의 권력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이날 노 대통령은 ‘그런 사람은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라고 한다면 당장 나라가 난장판이 되고 내가 고발감이 된다’고 하며 말의 남용에 대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개인 노무현’보다 대통령 노무현으로서 유류세 인하, 대학 입시 문제, FTA 추가 협상, 힐 차관보의 방북과 같은 민생에 대한 말이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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