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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갈림길 선 PDA

두바퀴인생 2007. 6. 16. 00:58

 

 

갈림길 선 PDA… 회생 혹은 종말?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15 04:07 기사원문보기

미국의 델(Dell)사는 지난 4월 PDA(개인휴대단말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2년 첫 선을 보인 중저가 PDA ‘액심(Axim)’ 시리즈를 더 이상 생산·판매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PDA 업계 4위인 델은 지난 1분기에 7만8000대를 출하했다. 분기 출하대수가 10만대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분기(14만3000대)보다 25.4%가 줄어들었다.

델의 사업 철수는 갈수록 쇠퇴하는 PDA 시장의 현황을 잘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PDA 출하량은 약 92만대로, 1년 전보다 40.6%가 줄었다. 출하량은 13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에 2억5000만대가 팔린 휴대폰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실적이다.

 

 

쇠퇴하는 PDA시장

PDA는 90년대 말~2000년대 초 반짝 인기를 누렸다. 미국의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두꺼운 수첩이나 무거운 노트북PC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전자수첩보다 기능이 다양해 주소록·일정관리뿐만 아니라 PC와 연결해 간단한 문서작성·표계산 작업도 할 수 있다. MP3 음악과 동영상을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

팜(Palm)사의 ‘팜 파일럿(Pilot)’이 시장을 휩쓸었고, 후발주자인 HP도 아이팩(iPAQ)으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소니·도시바·샤프 등 일본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PDA 시장의 불꽃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력한 경쟁자인 휴대폰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PDA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 등 휴대폰 업체는 음성통화·무선인터넷·게임 기능에 PDA의 핵심인 개인정보 관리기능까지 합친 스마트폰(smart phone)을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PDA 업계도 음성통화, GPS(지리정보시스템) 같은 기능을 추가하며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PDA는 노트북과 휴대폰 사이에 낀 어중간한 제품이었다. PDA가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합친 컨버전스(융·복합) 제품이라고 해도, 각각의 기능은 전문 기기보다 떨어졌다.

컴퓨팅 파워는 소형 노트북보다 훨씬 약했고, 통신기능은 휴대폰보다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음악용 MP3플레이어나 길안내용 내비게이션 기기는 한 가지 기능에 특화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반면, PDA는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는 어설픈 ‘만능기기’ 개념을 고수하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소니와 도시바는 2005년에 일찌감치 PDA 사업에서 철수했다. 샤프는 일본 시장에서만 PDA를 판매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내비게이션 기능 추가한 신제품 선보여

PDA 업계는 스마트폰·내비게이션 등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개발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전통적 형태의 PDA로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팜은 ‘트레오(Treo)’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PDA 제품은 2005년 말에 내놓은 ‘팜 Z22’와 ‘팜 TX’, 두 가지 모델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PDA 마니아에게 호평받는 기존 제품을 계속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HP는 길안내와 지역정보 기능을 강화한 PDA ‘트래블 컴패니언’과 음성인식 기능이 뛰어난 스마트폰 ‘아이팩 보이스 메신저’를 선보였다. PDA와 휴대폰 기능을 결합한 보이스 메신저는 조그마한 자판을 엄지손가락으로 힘들게 눌러야 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말로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 메시지를 보낼 사람의 이름을 스마트폰에 말하고, 전달할 내용을 녹음하면 메시지가 날아간다.

업계 3위인 대만의 미오(Mio)는 주요 PDA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출하량이 늘어난 업체다. GPS 기능을 추가한 저렴한 PDA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키워드… PDA (personal digital assistants)

손바닥만한 크기의, 들고 다니기 간편한 초소형 컴퓨터를 말한다. 주소록·일정관리 같은 개인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고, 워드·엑셀·파워포인트 같은 작업도 가능하다. 컴퓨터와 연결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유·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팜 파일럿, HP 아이팩 같은 제품이 유명하다. 개인휴대단말기 혹은 개인정보단말기, HPC(handheld PC), 포켓PC(pocket PC)라고도 한다.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