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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명예의 전당, 박세리

 

 

<사설>LPGA 명예 전당의 박세리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6-09 08:52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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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여제(女帝)’ 박세리 선수가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2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만 30세도 되지 않은 역대 최연소, 또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아시아 선수로도 초유의 기록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 만에 이룬 그의 쾌거는 개인의 영광임은 물론 한국 골프계와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불굴의 투지에 거듭 박수를 보낸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누군지도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인 박세리가 큰 업적을 이뤘다”(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한국 골프의 선구자”(AP)라는 외신의 극찬 그대로 그는 한국 골프와 미 LPGA의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 21세 때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를 석권,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바꿔놓고 한달 뒤 US오픈까지 석권한 한국 낭자의 신기록 행진은 전세계인이 찬탄케 했다.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 통산 23승을 기록한 그는 2004년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승수를 갖추었다.

 

한국인의 뇌리에 그의 골프 샷은 스포츠 차원을 넘어 ‘희망의 샷’으로 각인돼 왔다. 1998년 7월 US오픈 연장전의 ‘맨발 투혼’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의 와류에 휩싸인 한국인에게 새 희망과 재도전 의지를 일깨우지 않았던가. 티샷한 공이 연못가 비탈진 러프에 빠진 상황이 IMF사태를 닮았고, 신발과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볼을 걷어올린 근성은 IMF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인의 저력 그것이었다.

 

LPGA 진출 한국 선수는 45명. 그들은 박 선수가 앞서 나아간 그 길을 따라 활약하고 있다.

 

시련이 없었을 리 없다. 2005년엔 시즌 중도 포기까지 해야 했다. 2년여 악몽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지난해 맥도널드챔피언십을 다시 제패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예가 그렇듯, 우리는 그가 이겨낸 시련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름을 더 빛나게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