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현실 안주 기업, 미래가 없다

 

 

 

[뷰앤비전] 현실 안주 기업 미래 없다



누구나가 편안하기를 원하다. 인간은 안정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균형이 깨지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한 상황을 얼마나 빠르게 제거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부분은 불확실성, 무질서를 위협요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폐쇄된 사회에서 획일화된 체제에 맞춰 살아가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정보와 자본이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고 소비자의 욕구(needs)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며, 경쟁자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M&A(인수합병)를 통해 경쟁력 싸움을 하고 있다. 시장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 유통업계 군림하던 시어즈그룹은 시대 변화를 못 읽어 월마트 등에 무참히 무너져 버렸다. 변화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층을 자랑하던 시어즈타워가 상징하듯, 시어즈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유통업계의 맹주로 군림해왔다. 카탈로그에 의한 통신판매와 중산층 대상 쇼핑몰 사업을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다. 또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거대한 유통망을 관리하는 물류 조직 구조는 성공적인 모델로서 많은 연구 대상이 됐다.

 

시어즈는 사업모델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어즈가 놓치고 있던 게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미국 경제에 일고 있는 작은 변화였다. 1970년대 미국은 경기가 둔화되고 신흥 공업국들이 부상함에 따라 국민의 소득 수준이 양극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중소도시 저소득층의 소비 욕구는 쌓여가고 있었다. 월마트는 이러한 변화를 깨닫고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저가할인매장을 확대해 갔다. 홈데포(Home Depot)도 특화되는 소비자 욕구에 맞게 가정용품 전문매장에 집중하면서 세력을 계속 확장했다.

 

시어즈는 1980년대가 지날 때까지 부분적인 다운사이징, 매장관리 개선 등의 작은 노력만 했을 뿐 근본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시어즈가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경쟁 유통업체들이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한 뒤였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성향에 맞추기보다는 그 동안 자신이 이루었던 성공모델을 고수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이러한 자세는 1990년대 찾아온 만회의 기회마저 놓치게 만들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태동하면서 시어즈가 100년 동안 이어온 통신판매 사업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시어즈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만회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데 그친 게 아니라 급기야는 1996년에 카탈로그 통신판매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만 것이다. 기존의 조직과 유통망, 그리고 통신판매 노하우를 잘 활용했다면 현재의 아마존닷컴(Amazon.com)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시어즈의 사례는 불확실성과 불균형에 대한 대응력이 없을 때 어떤 행보를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불균형은 변화의 잠재력이 가득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불확실성과 불균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감지해야 하며 머뭇거림 없이 빠르고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태계를 보면 불확실성, 무질서를 앞서 받아들인 생물만이 오래 생존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과 무질서에 대응하는 태도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바뀔 것이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역설적로 안정, 균형, 질서, 확실성 등은 오히려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의 안정과 균형 속에서는 시야가 흐려진다. '신(神)이 누군가를 멸하려 할 때에는 먼저 그의 눈을 멀게 한다'는 서양 격언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늘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느끼도록 해야만 한다. 자기만의 성안에 안주하는 순간 이미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지기 시작하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과 개인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직시하고 끝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