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7080세대 본문

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7080세대

두바퀴인생 2007. 4. 2. 10:50

 

[삶과문화] 7080을 아십니까

[중앙일보 2007-03-31 05:26]    
광고
[중앙일보 김용희] 룸메이트는 엄지손가락으로 TV 전원을 눌렀다. TV에서 배철수의 7080 노래가 흘러나온다. 룸메이트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통기타와 밴드의 시절. 그렇군.
 
그때 대학가요제가 있었고 강변가요제가 있었다. 1980년대 대학생들은 '나 어떡해'를 막막한 시대에 대한 자책처럼 흥얼거렸다. 양희은과 송창식, 정태춘과 한영애, 조용필과 이선희가 있었다. 막걸리 집과 담배 연기로 자욱한 서클 방, 버너와 코펠을 들고 가던 산행, 흰 고무신에다 군복 바지를 괴짜처럼 입고 다니던 선배 형. 그들을 키운 건 8할이 최루탄이었다.
 
대학 정문은 곧잘 폐쇄되곤 했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수배자가 되거나 실종되었다. 군대로, 공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학생증만 맡기면 얼마든지 학교 앞에서 술을 마실 수 있었던 낭만 시절. 그들은,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내 오랜 룸메이트는 지나간 청춘의 때를 다시 떠올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청춘의 때는 위대한 것이어서 생이 고달플 때 가끔 꺼내 보고 싶은 낡은 사진 액자인지도 모른다.
 

하긴 룸메이트는 거의 대개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돌아왔다. 그는 유령처럼 방 안으로 들어와 시체처럼 침대 위에 쓰러졌다. 피로로 점점 말이 없어졌다.

 

7080세대(70,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는 이념적 저항을 정치적 무의식처럼 문신 새긴 세대다. 그러면서 소 팔고 논 팔던 시골 부모님을 생각하며 성공과 출세를 위해 맹렬히 달려온 세대다. 이들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감정을 억압하는 것을 먼저 배우고 두려움을 감추는 기술을 우선 익힌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함으로 '부양자의 윤리'로 가족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다.

 

이들은 오늘날 어떻게 되었나.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하얀거탑'은 7080세대가 처해 있는 한국 중년 남성의 격렬한 삶의 현장을 보여줬다. 드라마에서 한국 엘리트 중년 남성들은 점잖고 신사적인 모습 뒤에 음모와 배신, 권모술수와 야비함을 숨기고 있다.

 

권위 있는 의사들의 회의는 언제나 어두운 실내에서 이루어진다. 성공을 위해 인맥을 관리하고 정치적 관계 맺기를 한다. '형님, 아우'의 동맹은 정치적 거래를 위한 남성들끼리의 공모다. 실력과 능력도 '줄서기'를 통한 권력적 이해관계 속에서만 인정된다.

 

이득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비겁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생존'이기에. 철저한 서열체계 속에서 상명하복하는 의사 사회가 '조폭 세계'와 닮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아니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은 모두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는지 모른다. 야망과 출세를 위해 정직과 순수를 반납한 채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짓밟으며.

 

그러하기에 '하얀거탑'의 장준혁은 슬프고도 감동적 인물이다. 장준혁은 이 시대 성공을 향하는 모든 남성의 분신이다. 성공을 향해 맹진하는 천재 외과 의사의 야심 찬 야망은 죽음으로 마감한다.

 

세상과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죽음이라니. 사람들은 죽음이란 패배 앞에서만 아량과 관용을 베푸는지도 모른다. '아부의 기술' '성공의 법칙' '성공을 위한 자기관리 노트'…. 성공 신화가 매일 서점가에 뿌려지는 현실에서 성공을 유혹하는 이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세계는 남성들을 어디로 몰아가는 것인가. 7080의 배철수와 장준혁 사이에서, 맹렬하게 전투장에서 싸우다 베이스캠프처럼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자는 한국 중년 남성의 피로는 어떤 문명의 내출혈인가.

 

봉양해 줄 자식도 없이 노령화를 맞게 될 한국 노령화의 첫 세대. 7080 한국 남성을 가련하다고 단순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이들이 진짜 외로운 건 제대로 위로받는 법, 제대로 고통을 호소하는 법, 제대로 감정을 표출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억압을 넘어 내면과 화해하라. 감정과 정서를 정직하게 드러내라. 겸허하게 인생을 사랑하라. 때로 아내에게 한없는 위로를 받으라. 다시 힘을 내자. 브라보, 7080 한국 남성들!

 

'시대의 흐름과 변화 > 시대의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량실직사태...  (0) 2007.04.05
KT,서울 전역서 '와이브로' 서비스  (0) 2007.04.04
FTA...피할수 없는 선택...  (0) 2007.04.02
TCC가 뜬다  (0) 2007.04.02
휴대폰 초소형 빔프로젝트  (0) 200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