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새벽 오랫만에 자전거를 탔다. 처음에는 엉덩이가 좀 불편하였으나 참고 가다보니 점차 단련되는 듯 아픔도 없고 통증도 점차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서 사워 후 소독을 하고 하루를 지나니 이제는 통증은 사라지고 아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물론 항생제를 비롯한 약은 계속 먹고 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보는 강남의 새벽 길은 변함이 없다. 청소차, 신문배달 오토바이, 택시, 버스, 식자재 배달 용달차, 폐지 수집 차량 등이 분주하게 새벽길을 달리고 있다. 빌딩 청소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출근하고 경비 아저씨들이 아직 경비실에서 앉아 졸고 있거나 아니면 부지런한 아저씨는 눈을 부비고 건물 주위를 청소하고 있다.
공원에는 노숙자들이 누워 잠을 자고 먹자 골목 근방에는 술취한 취객이 잠들어 있다. 어떤 머리가 터부럭한 험한 모습의 노숙자는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시비를 걸거나 혼자서 큰 소리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마 정신이 약간 나간 것 같이 세상을 비난하고 있는 듯하다. 고난한 삶의 충격이 인간을 저렇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울역사와 지;하철 역사, 공원, 빌딩 주차장, 공중 화장실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얼마전 경찰의 단속으로 문제 노숙자 몇 명이 잡혀들어가고서는 요즘은 서울역 일대 노숙자들이 음주, 싸움, 시비 등 추태가 좀 사라진 모양이다. 노숙자는 어쩌면 인생에서 갈 데 까지 간 사람들일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노숙자에 대한 지혜로운 대책을 얼마나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경기가 어렵고 가정이 파괴되고 무작정 집을 나온다면 누구나 노숙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다음주 태풍이 지나가면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이제 밖에서 잠자기도 힘들어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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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과거 사라호나 매미에 버금가는 강력한 태풍이라니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농작물이 피해를 당하고 수재민이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에는 강풍과 폭우가 동시에 동반된다니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풍은 자연의 현상이니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가는 차량에 도로위를 지나가던 곤충이나 동물들이 차량에 부딪혀 사망하듯이 지나가는 태풍에 재해를 당해 인간도 많은 재산상 피해를 입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의 육신은 자연에서 잠시 빌려온 긱종 재료로 만들어져 태어나서 삶을 살고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지만, 자연사가 아닌 죽음을 우리는 개죽음, 요절, 각종 사고사, 희생, 자살 등으로 부른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더 낳은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피나는 노력을 한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나가는 삶을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지만 이 세상은 개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지구 기상 이변으로 홍수, 가뭄, 산불, 해일, 지진, 해수면 상승, 폭설, 강풍, 해수면 상승 등으로 계절이 구분이 없어지고 먹이사슬 변화로 해충들이 급격히 번식하고 있다. 남.서해안에 이어 이제는 동해안까지 해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어민들의 거물에는 고기반 해파리가 반이다. 태풍으로 인해 양식장 파괴되어 가을 전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횟집에는 전어가 거의 없다. 채소값이 금값이 되었고 이번 추석 물가는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추석 상차리기 가격은 모두가 거짓말이다. 마트에 들어가면 물건값이 장난이 아니다. 가격 부풀리기, 원산지 속이기, 내용물 속이기, 불량식품 판매, 유효기간 속이기 등 전시된 값이 저렴한 물건값이 최소한 3,000~4,000원 이상이다. 서민들은 봉이요 생산자는 바보요 중간상들만 배를 불리는 이러한 후진적 유통구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장바구니 물가에는 정부는 관심도 없다.
주유소 기름값, 휴대폰 통화요금, 은행 예금과 대출 이자, 가격 거품 잔뜩낀 화장품, 각종 옷, 이미용품, 신발, 각종 병원비와 의약품 가격, 각종 학원비와 등록금, 각종 음료수 및 스타벅스 커피값, 각종 빵 가격, 자동차 수리비, 보험료, 각종 음식 가격, 가구 및 가전제품 가격, 각종 수리 비용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는 늘어나는 수입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 오늘의 물가 현실이다.
나는 아직 2G 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 폰도 조만간 없앨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길거리를 가다보면 요즘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앞을 보고 갇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을 만지작 거리면서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화면을 보는 것도 모ㄹ자라 ㅇ이어폰까지 끼고 걸어간다. 남이 이어폰을 끼니 나도 끼어야 하는 줏대없는 서생들이다. 그런 행동은 길을 가는 데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소리를 내도 잘 듣지 못하고 자전거가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속도를 내고 달리면 시내에서는 사고 위험이 높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아마 한 달에 최소한 4~5만원 이상은 할부가격을 포함 통신비로 지불할 것이다. 남이 가지고 다니니 나도 가지고 다니고 남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니 나도 바꾸어야 사람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근거없는 정보가 무수히 난무하고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순식간에 퍼지고 마녀사냥, 신상털기 등 잔머리나 굴리고 소문을 퍼뜨리고 자신이 활동적인 사람으로 착각속에 살고 있다. 나는 트위트도 하지 않지만 트위트 할 일도 없고 인터넷을 검색할 일도 없고 맛집도 찿을 일이 없다. 통화는 거의 하지 않고 문자만 가끔하거나 사진만 찍는다. 전화가 걸려오면 모르는 번호는 받지도 않는다. 이유는 내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어 사방에서 스팸 전화가 걸려오거나 보이스 피싱, 대출, 게임 등 홍보성, 사기성 잔화나 문자를 보내온다. 인터넷 전용선을 바꾸라, 휴대폰을 바꾸라,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고객님은 저렴한 이자로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박나는 게임이 있으니 홈페이지를 방문하라, 비아그라/시알리스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오빠 하루 동행이 가능하다, 같이 술을 먹고 싶다, 영계가 준비하고 있으니 전화기다리겠다 등등 별의별 전화나 문자가 날아온다. 이 사회 돌아가는 꼴이 망국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듯하다.
메일에는 수많은 게임, 원조교제, 애인대행, 각종 발기부전제 등 광고성 글이 하루가 멀다하고 부지기수로 쌓인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오로지 먹고 즐기고 섹스하는데 열중하는 말초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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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면 우리는 북방의 여진족이나 거란족을 야만족이라고 멸시하고 비웃었다. 만주 일대에는 고구려 유민이거나 발해 유민이거나 대부분 말갈족들이었다. 말갈족은 여진족의 전신이다. 여러 민족이 섞여 살면서 나름대로 무리를 이루고 부락을 이루어 집단 생활을 해온 것이며 편의상 그 부족들을 구분하여 여러 이름으로 구분하여 불렀으나 뿌리는 만주 일대에 터전을 잡고 살아오던 제 민족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미개하였고 수렵이나 어업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나 말을 잘 타고 용맹하며 단결력이 뛰어난 집단을 이룬 민족이었다.
그래서 거란족은 요나라를 세우고 중원 북방을 통치하였으며 여진족은 금나라를 세우고 금나라를 송나라를 남쪽으로 쫓아내고 중원을 통치하다가 몽골에 멸망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이 위대한 나라로 칭송하고 있는 고구려는 중원땅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문명한 나라라고 강력한 부국강병을 이룬 것이 아니며 미개한 나라라고 결코 그들이 미개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의 수나라는 폭정과 무리한 토목 공사, 고구려 원정으로 망하였고, 당나라는 내분과 당쟁,부패로 망하였고, 요나라와 금나라는 유목민족의 정체성 상실로, 원나라를 내분과 정체성 상실로 망하였고, 송나라는 문치우위로 무를 천시하다가 망하였고, 명나라는 무능한 황제와 환관들의 부패로 망하였다. 문명한 민족이라고 반드시 부국강병을 이루는 것도 아니며 그러한 민족이나 국가는 내분과 부패로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인재 등용은 출신, 혈연, 학벌, 민족을 떠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능력 위주로 반드시 선발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귀한 권문세가에서 태어난 자식은 자만에 빠져 추락하기 쉽고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며 자란 사람은 어떠한 곤경에 처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배부르고 배운 것이 좀 있다고 자만에 빠져 서로 잘난 것처럼 내분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이 사회 곳곳은 비리와 부패로 썩어들어가고 있고 정의와 도덕성이 상실된 사회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백성들은 곤궁하여 살기 힘들지만 지도층은 권력에 잡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런 나라는 반드시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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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아파트 새벽 시장
자전거를 타고 교대-강남역 뒷 골목을 지나 신사역 방향으로 먹자 골목과 주택가 골목으로 자주 다닌다. 신사역에서 뒷 골목으로 잠원 동 아파트에 도달하면 도로 옆 아퍄트 입구 공터에 새벽장을 여는 사람이 있다. 야채.과일,수산물 등을 파는 데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눈을 비비고 나와서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려고 줄을 선다. 나도 자주 그 곳에 들러 집에 부족한 야채.과일을 사서 자전거에 싣고 돌아온다. 새벽 자전거 타기 운동도 하고 시장도 보는 일거양득이다.
고속터미널 근방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경남 아파트 노천 자전거 점포에서 자전거 타이어 바람도 가끔 보충한다. 지하철 역에 설치되어 있던 펌프는 대부분 고장이 나서 철수하고 말았고 동사무소에 설치되어 있는 펌프는 신형 자전거 아답타가 잘 맞지 않는다. 서초구청에 건의했지만 예산타령만 하지 개선 흔적은 보기 힘들다.
경남 아파트 뒷 쪽를 돌아가면 내가 매일 운동하는 곳이 있다. 테니스장 옆인데 조용하고 아담하며 다양한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담장 족으로는 산책길이 있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곳에는 불룩 튀어나온 나무가 있는데 배와 등어리, 어깨, 엉덩이 단련에 좋다. 허리 돌기기, 역기, 허리들어 올리기 등을 20분 정도 하고 다시 출발하여 한강 고수부지로 나가는 길도 있고 구반포 아파트 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는데 가끔 한강고수부지로 나가서 한강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구반포 아파트 지역은 단지가 넓다. 아파트 단지를 이리저리 돌아 반포 오거리에서 삼호 아파트, 방배 카페 골목을 지나서 사당역 방향이나 내방역 방향으로 요일에 따라 진로를 바꾸어 다닌다.
사당역 방향으로 가면 아침 청소를 하시는 환경미화원 아줌마를 만나면 가끔 카라멜도 드리고 이런 저런 안부도 묻고 지나간다. 사당역 근방에 이르면 버스 정류장에 간이 매점이 있는데 주인인 손주 자랑에 열심인 할머니를 만난다. 장사가 어떠냐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가 사당역 14번 출구 옆 간이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서초 카페 골목을 지나서 내방역 쪽으로 주택가 골목을 지나서 자주 다니는 골목으로 지나가면 가끔 아침 산책을 하거나 출근을 하는 낮익은 얼굴도 만난다.
내방역 근방에는 24시간 마트가 있는데 시장을 가끔 보곤 한다. 요즘은 장바구니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방배역 근방 야채 가게나 빵 가게에서 가끔 빵도 사고 인근 야채 가게나 철물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한다. 방배역을 지나 신동아 아파트를 통과하여 서울고등학고를 돌아 집에 도착하면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전거 소리에 별이와 민지, 그리고 두 자녀가 나를 반긴다.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면 그렇게 밥맛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밥 양도 좀 줄이고 술, 담배도 줄이거나 끓어야 할 것 같다. 심장이 좀 크고 혈압이 좀 높다고 의사가 경고하여 지금은 약도 먹기 시작하였고 한 달 후에 재진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그동안 혹사한 신체 부위가 점점 노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살 만큼 살아서 언제 죽어도 관계는 없지만 추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금연 12월 21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지만 그때까지는 살 수 있을 거 같은데......아마 지구멸망 이야기도 지구촌의 소동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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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 달 뒤 겨울이면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으로 발목이 잡혀 고초를 겪고 있다. 문재인은 승승장구하여 대권 후보 저리를 굳히고 있지만 안철수와 통합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야합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정치 현실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양보하지 않는 한 판세는 알 수가 없다. 재미가 있는 듯 하지만 실제는 미래가 더욱 암담하다. 박근혜가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아버지를 닮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을까? 아버지의 멍에를 짊어지고 오늘의 진흙탕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심기일전하여 과거사를 단절.정리하고 참신한 인재를 잘 등용하여 대선 진용을 꾸려야 할 것이다. 뚜렷한 사생관과 국가관, 정치이념, 애민사상, 경제 회복, 국방 안보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상대에 대적할 수 있는 지혜를 찿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백의종군 자세로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며 결국 돌발변수로 나타난 안철수 신드롬에 패배하여 야권에게 정권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편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젊은층이 안철수를 새로운 정치개혁 인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서는 바, 정치적인 단계를 밟지 않고 상 차리면 젓가락 놓고 주인을 몰아낼 추세다. 그러나 결과는 두고봐라, 결국은 그 눔이 그 눔이다. 문재인이 다 된 밥에 상을 차려서 안철수에게 바치기를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정치적 기반이 거의 전무한 안철수가 당선된 다음이 문제다. 1차적으로 정권 권력 자리를 놓고 합당측 인사들과 수많은 갈등이 노출될 것이며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들끼리 수많은 시행착오가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신문지상에서나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에서나 대선 관련 이야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 곧 대선 주자들이 결정되면, 대선 관련 정치 문제는 더욱더 이 땅을 달구며 겨울을 당황케 할 것이다.
정치란 무엇일까? 이 질문이 좀 무겁다면, “사랑이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식으로라도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급증하는 요즘이다. 귀에 익은 공자님의 답을 먼저 들어보자. 어느 날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히 갖추면 백성이 신뢰한다.”(논어 ‘안연’ 편)라고 짧게 답했다. 정치의 핵심을 식량·군사·신뢰 세 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또한, 이 셋 가운데 중요한 정도에 따라 굳이 순서를 매겨야 한다면, 신뢰>식량>군사 순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 바꿔 본다면 신뢰·경제·국방 등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우선순위로 보아 예나 지금이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공자와 맹자가 인(仁)과 덕(德)을 강조한 것도 결국은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곧 신뢰를 쌓으려는 방법이었다. 그런 신뢰를 형성하면, 굳이 군대를 무리하게 양성하지 않아도 나라가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게 유가의 가르침이었다. 나라를 꾸리는 데 군사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군사력(경찰력)을 우선하는 것은 하책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공맹(孔孟)을 줄줄 왼 조선의 양반 유학자들은 공자가 말한 저 세 가지 요체를 잘 실천했을까? 불행히도 그들은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잘한 게 없었다. 오히려 셋 모두 실패했다. 이른바 사림(士林)이 권력을 장악했다는 16세기 후반에 백성은 내내 굶주렸고, 국방력은 허약해졌고, 조정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갈 지경이었다. 양반이 장악한 조선왕조는 농민들에게 언제 한 번 일정한 토지를 분배한 적이 없으며, 노비 인구도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사림 양반들은 농장을 확대하고 노비들에게 경작하게 해, 도식(徒食)하며 부를 쌓았다. 양반들은 군대에도 안 가고, 군비를 위한 세금 납부도 거부했다. 왜란과 호란을 겪고도, 어느 사림에서도 ‘양반도 직접 무기를 들고 복무하자.’고 주장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백성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불신만 키워갔다.
사림 양반들은 공자가 말한 세 가지를 제대로 수행하려 노력하다가 그만 시세를 잘못 만나 아쉽게 실패한 것이 아니다. 시종일관 자기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지키려 몰두했기에 실패했다. 특히 자기들이 섬겨야 할 하늘이 낳은 적자, 곧 백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을 살찌웠다. 그들은 정치의 요체를 모두 저버린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교 사회가 아니라 민주사회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요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시민 각자가 나름대로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공자의 뒤꿈치 때만도 못한 미미한 무명씨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버전으로 정치란 “억울함을 최소화해 주는 것”이라 풀이하고 싶다. 이는 공자가 말한 신뢰와도 상통한다. 사회정의나 공평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민주주의 정신과도 잘 맞는다. 국가 폭력에 희생된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에서부터 사회·경제 문제나 외교·국방 문제에서 억울한 일을 최소화하고 억울한 이들을 보듬어주려 애쓰는 대통령이요, 그런 정부라면 다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일은 여반장일 것이다.
요즘 대선의 계절을 맞아 온갖 정치적 미사여구가 난무한다. 그러나 달콤하고도 환상적인 공약에 이리저리 휩쓸리기보다는, 이런 신뢰의 중요성을 굳게 인식하고 뚜벅뚜벅 실천할 인물이 누굴까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이 땅의 정치문화 발전에 조금이나마 동참하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