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확전 땐 정권 끝장낸다는 미군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 단호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지원을 천명했다. 미군은 어떤 전력으로 어떻게 도울까. 전면전을 막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방어하고 나아가 북한 정권을 주저앉히는 방법을 짚어본다.
사방이 어두운 새벽, 서울 용산기지 한미연합사에선 중요한 일이 이뤄진다. 이 시간 미군은 매일 연합사에 그때까지 파악된 북한 동향에 대한 위성을 포함해 각종 마감 정보를 전달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한국군은 ‘선택적으로 보내진’ 이들 정보를 한국 군에 전달한다. 이런 정보는 한국 군에 눈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평시 제한적으로 이런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한국은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위성은 해상도가 낮아 군사용으론 부적격이다. 백두-금강사업으로 확보한 감청 장비로는 북한 전역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흐린 눈’으론 북한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북한 도발이 있을 경우 미국이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을 통해 8일 약속한 지원 내용 중 첫째는 바로 이런 지휘-정보-통제 정보다. C4ISR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연합사의 한국군에 전달된 정보를 평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합참의장에게도 직접 전달한다는 의미다. 미군이 동원하는 위성은 KH-11/12/13 같은 정찰 위성이다. 보통 위성은 같은 장소를 2~3일 뒤 다시 통과하고 비상시에나 궤도를 수정해 재정찰한다. 이 공백을 U-2 같은 정찰기나 RQ-4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가 보완한다. 정찰기들은 장시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24시간 이상 작전한다.
괌이나 알래스카 미군기지에서 F-22를 발진시켜 한반도에 전진배치할 수도 있다. 스텔스 전투기 F-22는 상대가 없어 ‘하늘의 지배자(Air Dominance Fighter)’로 불린다. 북한 레이더는 F-22를 탐지할 수 없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공격 받는다. 군 소식통은 “연평 포격 뒤 한·미 해군 연합작전 때 F-22가 급유기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주 임무는 북한이 전투기와 함께 도발할 때 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3~94년 북핵 위기 때 미국은 이런 작전 골격으로 공습을 준비했다.(돈 오버도퍼 두 개의 한국). 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북한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대북한 특수작전을 준비했다는 설도 있었다. 2003년 말 인터넷 군사 사이트 비밀에선 “2003년 가을 괌 미군 기지에 미 해·공군의 상당한 전력이 집결해 있었고 병원선까지 대기하고 있었다”는 ‘화랑’이란 필명의 전 미 군사정보국(DIA) 요원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북한은 맞고만 있지 않고 거칠게 대응할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도 한·미 연합 공군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대칭적인 대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탄도탄,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 야포, 땅굴과 다양한 운송수단을 이용한 특수부대의 침투다. 북한은 특히 유사시 황해도에서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AN-2기를 출발시켜 인천-평택 기습 공격을 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해 5도는 이 기습 루트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다.
멀린 합참의장이 최근 “주한미군 소속이었다가 해외 파견된 아파치 대대의 복귀를 국방부에 요청하겠다”고 한 것은 북의 이런 기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1개 대대는 아프가니스탄 파견을 위해 2008년 본토로 철수했었다. 최신 기종인 AH-64D 아파치는 ‘롱보 레이더’를 통해 기상에 관계없이 전천후로,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다수 추적해 공격할 수 있다. 한 번에 최대 16기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다. 이 미사일은 레이저 정밀 유도로 8㎞ 밖에서 전차를 파괴한다. 이 미사일로 무장한 아파치 1개 대대는 380여 대의 전차를 상대할 수 있다. 1200발짜리 30㎜포와 2.75인치 로켓탄 76기도 장착 가능하다.
아파치는 고성능 전폭기들을 보완한다. 전폭기들은 너무 빠르고 너무 높이 움직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움직이는 고속정이나 저공 비행하는 AN-2기 같은 것에 대응하기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해군 함정은 황해도 해안의 지대함 미사일 위협 때문에 50㎞ 내로는 못 간다. 고속정에 비해 속력도 떨어진다. 연안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고속정이나 공기 부양정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 오던 주한 미군이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바로 아파치 헬기다. 1개 대대 24대 아파치 헬기로 수백 대의 북한 고속 침투정을 상대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1개 대대의 화력은 한국군 공격헬기 부대의 70여 대 코브라 헬리콥터의 화력을 뛰어넘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믿고 갱도 속에서 버티다 확전의 길을 밟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군의 작전 반경은 달라진다. 지휘부와 핵시설 공격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미군은 이미 이런 연습을 많이 해왔다.
미 공군 장교 “스텔스로 북 영공 드나들어”
2008년 4월 미 공군 잡지 에어포스 타임스(Airforce Times)에는 특이한 기사가 실렸다. 퇴역하는 스텔스기 F-117(나이트 호크)의 조종사 마이클 드리스콜 대위에 관한 기사였다. 그는 “F-117 스텔스기를 몰고 북한 영공을 휘저었다. 김정일 독재 정권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은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미 스텔스기의 북한 작전을 언급한 것이었다. 사실 드리스콜 대위의 발언은 그 이전 2004년 일본의 문예 춘추와 ‘화랑’이란 이름의 전 미 군사정보국(DIA) 요원이 줄곧 언급했던 내용이다. 이를 종합하면 이 작전은 이렇게 진행됐다.
F-117은 레이더 추적을 따돌리고 야간에 북한 영공으로 침투해 김정일의 20여 개 특각 중 ‘김정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 폭격하듯 급강하했다 급상승한다. 그때 폭음이 발생하면서 경호 병력에 비상이 걸린다. 무선통신이 급증하고 병력 이동이 많아진다. 그런데 김정일이 실제로 머물러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 패턴이 다르다. 당시 ‘화랑’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던 국내 군 전문가는 “미군이 공군의 공개 매체에 특수 작전을 밝히고 DIA 측 인사가 국내 군사 사이트를 이용한 것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찔러 보기’로 미국은 김정일에게 유사시 언제든지 공습으로 김정일을 제거하고 핵 관련 설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협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에 따르면 F-117은 2008년 퇴역했고 F-22 랩터가 이를 대체했다. 군 전문가는 “랩터가 지금 무슨 대북 작전을 펴는지는 완전 비밀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김정일의 지하 안가나 핵 시설을 공격할 땐 F-22가 나서지 않는다. F-22는 1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 2기만 장착할 수 있다. ‘경무장’이어서 지하시설을 파괴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1000파운드 벙커버스터의 콘크리트 관통력은 2m쯤이어서 땅속 깊은 표적엔 못 미친다. 김정일의 지휘소나 핵무기, 핵시설, 군 지휘소, 주요 공장들은 수십~수백m 지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지하 깊은 시설 파괴엔 일단 F-15용 GBU-28 벙커버스터가 유용하다. 203mm 야포의 포신을 이용해 만든 2.13t 벙커버스터는 GPS레이저로 유도돼 암반이나 강화콘크리트는 6m, 일반 토양은 30m를 뚫고 들어가 폭발한다. 대부분 북한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한국군도 이 벙커버스터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GBU-28은 지하 수백m 바위 속에 들어앉은 김정일의 지휘소나 핵 시설을 파괴하기엔 역부족이다.
미의회보고서(CRS 리포트)나 비밀 해제된 미군 문서들에 따르면 미국은 한때 B-61 전술핵무기를 벙커버스터형으로 만들어 지하시설을 파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개발 예산을 요청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그만뒀다.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핵무기를 쓰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무기는 휴유증도 커 실제 사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은 무게 13.6t의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만들었다. 보잉사가 제조해 대형 관통탄이라고 부르는 GBU-57 MOP다. 태평양사령부가 북한 공격용으로 처음 요청했고 이어 아프가니스탄을 상대하는 중부 사령부도 요청해 개발됐고 실전 배치돼 있다. 이 폭탄은 일반적인 강화콘크리트는 60m, 철근이 훨씬 더 들어간 초강화 콘크리트는 8m를 뚫는다. 보통 바위는 40m를 뚫고 들어간다. 일반 토양의 관통력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100m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바위나 흙을 뚫는 원리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13.6t 무게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충격력은 엄청나다. 그때 발생하는 열로 바위나 흙이 순간적으로 액체화돼 깊숙이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석이 떨어진 곳의 바위나 흙이 녹아 증발하며 구멍이 파이는 원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제론 충격을 강화하기 위해 로켓 추진체를 달아 가속 에너지를 높였을 것으로 본다.
또 폭탄 내부엔 2.4t 고성능 폭약이 들어 있다. GBU-28이 장전한 폭약이 286㎏인 것에 비하면 무려 9배나 된다. 땅속 수십m로 들어가 폭발하면 가공할 위력이 생긴다. 액체화된 바위나 흙을 포탄이 뚫고 나면 액체는 식어 굳은 마개가 돼 폭발력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게 한다. 내부로 응축된 에너지는 모두 땅속으로 전달돼 인공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공지진으로 폭발 수백m 반경의 지하 시설은 대부분 무너지거나 통로가 봉쇄된다. 매장되는 것이다. 폭약 대신 B-61의 전술 핵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지하 수십m 아래서 폭발하기 때문에 핵 후유증도 거의 없고 주변 지하 시설은 확실히 파괴된다. MOP는 B-2스텔스 폭격기에 2기를 장착할 수 있다. 몇 대를 동원하면 김정일의 지하 지휘소나 핵 시설을 잡을 수 있다. 미국 군사매체들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이 폭탄을 ‘김정일을 위한 디자인’ ‘김정일을 위한 선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북한이 두려워할 시나리오다.
한미연합사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에 관한 한 특별열차, 승용차 할 것 없이 모두 끊임 없는 추적 대상”이라고 했다. 다른 정보 소식통은 “이런 정보에 김정일 주변에서 나오는 인적 정보가 결합돼 그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을 시작하기 직전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측근을 통해 소재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두 대의 F-117 스텔스기로 공습했다. 후세인은 간발의 차이로 피했지만 그 뒤 땅 구덩이에서 숨어 살다 체포돼 사형당했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디펜스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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