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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계올림픽 유치위 사무실 앞에 놓인 발표일 숫자판 |
ⓒ2007 최삼경 |
5일 강원도청을 품고 있는 봉의산의 윤곽이 어렴풋한 새벽녘부터 도청 앞 광장은 모여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4년 전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란 찬사로 국제 스포츠계에 등장한 강원도 평창은 8년여의 노력으로 또 한번의 새벽을 맞고 있었다.
51대 47.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과테말라 총회에서 나온 결과다. 1차 투표 때 1등을 차지하고도 2차 투표에서 역전을 당한 결과는 지난 2003년과 똑같았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연관된 유럽 표심이 러시아의 손을 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지난 영화의 속편을 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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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민들이 도청광장에 운집해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
ⓒ2007 최삼경 |
결국 이번 유치 선정은'지역안배의 원리와 강대국의 물량공세'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점에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알프레드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도 "이번 경쟁은 국력과 자금력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요인이 경쟁에 끼어들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 대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역안배의 원리와 강대국의 물량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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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소치'라고 발표하는 순간 한 시민이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다. |
ⓒ2007 최삼경 |
보이는 사실조차 믿고 싶지 않을 때의 심정이 그러할까. 삽시간에 파장한 시장터처럼 빈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창은 지난 8년 동안 '드림프로그램' 등 동계올림픽 저변확대와 국제적인 스포츠 교류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북한의 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직접 북한을 방문해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며 평화와 화합, 경기 중심의 올림피즘을 가장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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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있다. |
ⓒ2007 최삼경 |
그렇지만 결과는 소치였다. 아무리 안타까워해도 바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8년간의 유치노력은 그대로 허사가 된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난번 2003년 때의 유치노력이 세계 지도에 강원도와 평창의 이름을 처음으로 등재한 것이었다면 이번의 유치노력은 국제 스포츠계에 평창의 지위를 확고하게 만든 것이었다고 말이다. 너무 낙관적 견해일까.
시험 잘 치르고도 떨어진다?
어쨌든 이번 유치결정으로 강원도와 평창은 국제 스포츠계에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을 포함해 모든 시험을 잘 치르고도 최종 선발에서 탈락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기존 선정관행에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면 이 역시 너무 편향적인 생각일까.
이번 선정결과를 놓고 차제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좀더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