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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전보...

두바퀴인생 2007. 7. 5. 17:29

 

 

보이는 사실조차 믿고 싶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7-05 16:56 기사원문보기
[오마이뉴스 최삼경 기자]
▲ 동계올림픽 유치위 사무실 앞에 놓인 발표일 숫자판
ⓒ2007 최삼경
4년 전 패배와 판박이

5일 강원도청을 품고 있는 봉의산의 윤곽이 어렴풋한 새벽녘부터 도청 앞 광장은 모여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4년 전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란 찬사로 국제 스포츠계에 등장한 강원도 평창은 8년여의 노력으로 또 한번의 새벽을 맞고 있었다.

51대 47.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과테말라 총회에서 나온 결과다. 1차 투표 때 1등을 차지하고도 2차 투표에서 역전을 당한 결과는 지난 2003년과 똑같았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연관된 유럽 표심이 러시아의 손을 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지난 영화의 속편을 보는 느낌이었다.

▲ 강원도민들이 도청광장에 운집해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2007 최삼경
이 결과를 두고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잇단 국제경기의 유치 성공이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력과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의 경제지원 등을 전면에 내세운 소치의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공세가 IOC위원들을 공략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결국 이번 유치 선정은'지역안배의 원리와 강대국의 물량공세'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점에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알프레드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도 "이번 경쟁은 국력과 자금력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요인이 경쟁에 끼어들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 대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역안배의 원리와 강대국의 물량공세

▲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소치'라고 발표하는 순간 한 시민이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다.
ⓒ2007 최삼경
자크 로게 위원장이 '소치'라는 지명을 들어 보일 때 광장은 일시에 숨이 멎는 듯 하였다. 한 점의 바람도 없는 진공상태 속에서 하나 둘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고, 망연자실 먼 산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보이는 사실조차 믿고 싶지 않을 때의 심정이 그러할까. 삽시간에 파장한 시장터처럼 빈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창은 지난 8년 동안 '드림프로그램' 등 동계올림픽 저변확대와 국제적인 스포츠 교류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북한의 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직접 북한을 방문해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며 평화와 화합, 경기 중심의 올림피즘을 가장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있다.
ⓒ2007 최삼경
실사 결과에서는 잘츠부르크와 함께 '엑셀런트'라는 찬사를 받았고 결정 당일에는 세 도시 가운데 가장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소치였다. 아무리 안타까워해도 바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8년간의 유치노력은 그대로 허사가 된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난번 2003년 때의 유치노력이 세계 지도에 강원도와 평창의 이름을 처음으로 등재한 것이었다면 이번의 유치노력은 국제 스포츠계에 평창의 지위를 확고하게 만든 것이었다고 말이다. 너무 낙관적 견해일까.

시험 잘 치르고도 떨어진다?

어쨌든 이번 유치결정으로 강원도와 평창은 국제 스포츠계에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을 포함해 모든 시험을 잘 치르고도 최종 선발에서 탈락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기존 선정관행에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면 이 역시 너무 편향적인 생각일까.

이번 선정결과를 놓고 차제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좀더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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