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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코리아' 재도약 필요...

두바퀴인생 2007. 6. 27. 10:37

 

 

[시론/고현진]‘IT 코리아’ 신발 끈 다시 매자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7-06-27 03:07 | 최종수정 2007-06-27 06:03 기사원문보기
[동아일보]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베스트셀러를 썼다. 올리브나무로 상징되는 지역주의를 비판하고 렉서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장경제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정보기술(IT)에 의한 정보 접근의 확대를 원인으로 꼽았다.

 

제조업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이 후발국의 추격에 산업을 재편하면서 내세운 정책이 ‘정보의 고속도로’였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IT업계의 중심 인물과 함께한 이 정책은 IT벤처 붐과 더불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로 이어지는 거대 IT기업을 탄생시킨 점에서 효과적인 정책수단과 산업계의 호응이 새로운 산업을 단기간에 일으킨 교과서적 사례다.

 

사실 IT 강국 코리아는 미국이 꿈꾸던 IT의 미래상이 이 땅에서 어렵게 시작한 반도체 및 이동통신과 더불어 아파트라는 주거환경 덕분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이 만들어 낸 우연 같은 기적이다. 하지만 빨리 피는 꽃이 빨리 지는가. 2003년 이후 4, 5개로 증가하던 세계 IT기업 100위권의 한국 기업 수가 올해는 1개뿐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현실, 또 대만 일본의 합작에 의한 반도체 연합전선 등 어려운 상황만이 이야기된다. 왜일까?

 

우선 업계의 고도화 노력 부재가 원인이다. IT 제품에서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전화기인데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에 몰려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수지는 오히려 적자다. 기술혁신 없는 규모의 확대가 단순한 자본의 집중으로 쉽게 추월당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반도체 원조이던 인텔이 일찍이 비메모리 반도체로 중심을 옮기고 아직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배워야 한다.

 

또 한 가지가 전통산업과의 동반 성장이다. 일본의 최근 부활은 새로운 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IT를 통한 전통산업의 고도화에 기인한다. 렉서스 생산업체인 도요타는 도요타생산방식(TPS)으로 최강 미국을 제쳤다. 제조업의 자동화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단계였다면 혁신을 통한 프로세스의 고도화는 다음 과제다.

 

IT는 출발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부가가치와 혁신에 기초한 시장이라야 한다. 업계 간의 협업도 필요하다. 한 업체가 성공해서 한 분야에 집중하면 다른 업체는 보완적인 분야로 확대를 꾀해서 협조해야 하는데 오히려 같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이 일상적이다. 인텔이 반도체, MS가 소프트웨어, 델이 PC를 만들어 각자 핵심 역량을 지닐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공조하는 예를 배워야 한다.

 

정부는 초기시장 형성을 주도하되 공정한 시장 감시자이자 모범적인 수요자여야 한다. 원천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하지만 원천기술 보유까지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 초기 단계의 시장 형성을 촉진하고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관련 제도나 법적인 장치도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애플의 아이튠스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사업모델에서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시장을 열었다.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인터넷(IP)TV를 두고 시간을 끄는 것도 속도전을 전개해야 하는 시장상황에서 보면 나중에 뼈아픈 후회를 남길 일이다.

 

우리에게도 평평한 지구가 되려면 스스로가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고도화를 통해 높이 올라가야 한다. 지구는 울퉁불퉁해서 높이 올라가야만 평평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현진 LG-CNS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