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본문
조기유학, 그 후 이야기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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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영희는 미국으로 떠났고, 뒷집 철수는 호주로 떠났어요.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뿐이죠.
한 달에 수백만 원이나 하는 과외비와 학원비…
차라리 유학을 보내는 게 낫죠.”
이런 이유로 지난해만 무려 2만 명의 아이들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 후…
조기유학 열풍을 타고 떠났던 아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귀국 유학생 한 해 1만 5천명!
취재진은 유학을 선택했던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났습니다.
장밋빛의 부푼 꿈을 안고 떠났던 유학길,
하지만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떠날 때와는 사뭇 다른 현실이라고 합니다.
세 번이나 전학을 가야했던 희준이와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혜주,
심지어 학교생활적응에 실패해 한국을 다시 떠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은
과연 유학이라는 선택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되묻고 있었습니다.
<추적 60분>은 유학생들의 ‘귀국, 그 후 이야기’를 통해
무분별한 조기유학 열풍의 어두운 단면을 추적합니다.
과연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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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어느 기러기 아빠의 뒤늦은 후회
지난 11월 초, <추적 60분>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숨을 먼저 내쉬며 말문을 연 이정현(가명) 씨는 장밋빛 유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똑똑했던 큰 딸과 자폐를 겪고 있는 아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었던 이정현 씨. 4년 전 그가 내린 선택은 호주 유학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고 예상치 못한 유학비용으로 아파트 두 채를 고스란히 날려야만 했다.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 한국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자녀들의 유학뒷바라지를 했다는 이 씨. 결국 이 생활도 6개월을 넘지 못했다.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온 한국. 하지만 더 큰 고통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뒤처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매일같이 우는 큰 딸, 이런 딸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시작한 과외비용… 결국 아내와는 이혼했고 무력한 아빠의 모습을 차마 보일 수 없어 딸과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4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정현 씨는 딸의 사진을 바라보다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 조기유학 광풍 그 후, 돌아온 아이들
▷ “구속이 싫어요!” 인호 이야기
인호(가명)가 부모님 등에 떠밀려 필리핀에 간 건 중1 때였다. 가정부와 운전기사에 수영장까지 딸린 고급 저택에서 생활하며 클라리넷도 배우고 골프도 치는 등 인호에게 필리핀은 천국과 같았다. 부모님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어쩔 수 없이 귀국한 인호. 그러나 천국에서 맛본 달콤함은 귀국 후 인호의 한국적응을 그만큼 힘들게 만들어준 셈이었다. 자유분방한 필리핀 생활과 달리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공부해야하는 한국생활이 견디기 힘들었던 인호, 걱정하는 부모님의 말씀은 ‘구속’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인호를 바라보는 엄마는 유학이 과연 아들을 위해 옳은 선택이었는지 혼란스럽다.
▷ “한국으로 유학 온 느낌이었어요.” 자퇴를 선택한 혜주
오전 10시.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지만 혜주(가명)는 집에서 과외 중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호주로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혜주는 엄마의 설득에 못 이겨 3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한 달에 천만 원이라는 고액 과외도 받아봤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익숙해져버린 혜주에게 틀에 맞춰진 주입식 교육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혜주는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자퇴 결정 후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혜주도 가끔씩 교복을 입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데… 혜주를 통해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교육현실을 되짚어본다. 과연 자퇴 결정은 오롯이 혜주의 ‘선택’이었을까?
■ 유학부적응, 갈 곳 없는 아이들
“엄마, 한국 사람들 다 왜 이래?..너도 한국 사람이야!”
남편의 직장 때문에 9년 동안 미국에 살다 돌아온 임유미(가명) 씨. 남편의 근무 기간이 끝났지만, 교육여건을 생각하자 선뜻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가 꺼려졌다. 결국 임 씨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 남았고 남편은 홀로 귀국해 5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 그러던 임 씨가 귀국을 결심한 것은 막내 준석(가명)이 때문이었다.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느새 미국 사람이 되어버린 준석이는 ‘이준석’이라는 한국 이름보다 ‘데이빗’이라는 미국 이름이 더 익숙하다. 귀국을 원치 않았던 아이들을 겨우 설득해 한국에 돌아온 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임유미 씨는 한국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귀국 결정이 후회스럽다. 학교 가기 싫다며 공부에 손을 놓아버린 둘째 딸 준희(가명)와 태극기도 그리지 못 해 학교에서 야단을 맞고 돌아오는 막내아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있어야할 곳이 어디인지 혼란스럽다. 준희와 준석이처럼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지낸 뒤 한국에 들어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적지 않다. 이 아이들을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귀국자특별반이 운영되고 있지만 늘어나는 귀국 자녀를 감당해내기엔 역부족이다.
■ 식지 않는 조기유학열풍, 특목고가 부추긴다?
한 해 70조에 이르는 해외 유학·연수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유학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목고. 하지만 올해 E 외고의 신입생 가운데 무려 63.3%가 유학을 다녀왔다는 통계 앞에서 그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런 통계를 뒷받침 하듯 최근 유학시장에선 <특목고 대비 유학프로그램>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학을 가서도 논술과 수학을 공부하며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잃는 것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은 이들의 유학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불법이라고 해서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는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도 미 대사관 앞은 유학 비자를 받으려는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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