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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 이젠 친환경 산업… 高 비용도 해결
철광석·유연탄 가공과정 생략, 비용 15~ 20% ↓
순도 낮은 철광석도 사용 가능… 원료 제한 없애
“5, 4, 3, 2, 1 …, 와!”
30일 오전 11시20분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설비 앞. 노무현 대통령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준공식장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파이넥스 용융로의 출선구(出銑口, 쇳물이 나오는 곳)가 열리면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쇳물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것. 1,200도의 새로운 쇳물은 휘황찬 불꽃을 일으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포스코가 새로운 철강 시대를 연 순간이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는 14세기 고안된 뒤 19세기 이후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해온 용광로 공법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용광로 공법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에 미리 덩어리 형태로 가공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하고 제조비용도 많아 수많은 철강업체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기술에 도전했다. 그러나 모두 성과를 얻지 못한 반면 포스코는 대규모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가 혁신 기술로 세계 철강업계의 오래된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앞으로 세계 철강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는 포스코의 경쟁력을 강화해주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 공법은 철강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원료의 사전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 방지 설비가 불필요한 게 최대 장점이다. 동일한 규모의 용광로를 짓는 것보다 시설 투자비가 20%나 적다. 저가의 원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제조 원가도 용광로 공법의 85% 수준에 그쳐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
파이넥스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물질을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발생량을 용광로 공법에 비해 3~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비산먼지 발생량도 28% 수준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산업도 환경친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설비는 그 동안 용광로의 특성상 사용할 수 없었던 알루미나(Al2O3)나 아연(Zn)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철광석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원료의 무제한 사용이라는 세계 철강업계 또 하나의 숙원을 해결한 것이다.
연산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준공한 포스코는 2010년 포항제철소 소형 노후 용광로들을 차례로 파이넥스 설비로 교체할 예정이다. 설비 교체 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고 환경친화적인 철강업체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파이넥스 설비에는 모두 1조600여억원이 투자됐고, 기본설계는 오스트리아의 푀스트 알피네사가, 공사설계와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포스코는 그 동안 집적한 파이넥스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224건, 해외 20여개국에서 58건의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