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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종이없는 사회

[김영민 칼럼] 종이없는 사회 구현되나

[디지털타임스 2007-05-03 06:02]    
종이의 역사는 오래됐다. 종이는 후한시대 중국인 채륜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종이는 기록과 의사소통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과거에는 종이없이 기록물을 남기기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종이가 인류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급진전되면서 종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IT 기기들이 종이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노래와 사연을 신청하는데 사용된 편지ㆍ엽서는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노래를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학교수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종이 교과서를 대체해 PC화면상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구현한다. 태블릿PC가 책과 연습장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요즘 입사지원자들은 기업 웹사이트의 전자이력서를 활용한다. 기업들이 전자이력서를 활용토록 유도하면서 종이 이력서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기자들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사는 노트북PC로 작성된다. 출입처의 보도자료도 이메일로 뿌려진다. 프린터로 인쇄할 경우를 제외하면 기사나 보도자료는 노트북PC에 보관된다. 종이로 된 원고지로 기사를 작성할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환경변화다. 부지불식간 우리 사회 전반에 디지털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온 것이다.

 

첨단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종이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구현에 적극적이다. 종이로 된 서류양식을 사용할 필요없이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고, 종이서류를 사용하지 않는데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종이없는 사무실 구현에 적극 나선 인물로 꼽힌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종이없는 사무실을 강조했다.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MS) 사무실이 첨단 디지털 장비와 네트워크로 연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전자문서양식과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디지털화된 작업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강한 추진력으로 MS는 1990년대 후반에 종이없는 사무실을 구축해 업무효율과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지난주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종이없는 사회 구현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전자화 문서 보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전표ㆍ계약서 등을 스캐닝해 보관하면서 별도로 종이문서 원본을 이중으로 보관해왔다.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기업들의 전자문서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 통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문서를 보관ㆍ관리할 사업자들은 이미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보관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아무리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전자문서보관소의 장점을 설명해도 고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종이없는 사회는 단순히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됐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종이없는 업무 시스템이 편리하고 유익하다고 공감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가 진전 될수록 전자문서 사용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종이문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벽한 종이없는 사회 구현은 요원할 지 모른다.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하는 디지로그 시대의 도래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전자문서와 종이문서가 적절히 혼용되는 게 종이없는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y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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