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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정보기술(IT)업체에서 프로그래밍 개발업무를 담당하던 이모씨(39)는 지난달 회사에서 명예퇴직하고 전산학원에 다니고 있다. 능력의 한계를 느껴 자발적으로 퇴사한 이씨는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취직할 생각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주부 윤모씨(36)는 최근 두 돌을 갓 넘긴 아들의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뒀다. 윤씨는 “친정어머니가 더 이상 아이를 돌봐줄 형편이 못되는 데다 주말마다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정을 일구고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중·후반(35~39세)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구직기간 중 구직활동을 단념하거나 육아·가사·취업준비 등의 이유로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중·후반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0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4만1000명) 늘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7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20대 후반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3.2%)을 웃도는 것이다. 특히 35~39세 전체 인구(432만3000명)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328만1000명에 그치는 바람에 경제활동참가율이 75.9%로 떨어져 사상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35~39세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것은 직장에서 퇴출 대상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명퇴와 정리해고 등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구직을 단념하거나 자격시험 준비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잡코리아 황선길 컨설팅사업본부장은 “35~39세 연령층들이 관리자급인 40대와 20대 후배 사이에 끼여 직장에서 밀려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5~39세 비경제활동인구 통계가 남녀별로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육아와 가사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30대 중·후반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