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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무질서의 시대

두바퀴인생 2025. 3. 14. 04:33

혼돈과 무질서의 시대

호평동 아침 전경

삼일절 연휴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을 시셈하는 한파는 강풍과 강설을 동반하여 한반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3월에는 이러한 갑작스런 강풍과 한파를 동반한 강추위가 찿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45년 전 전방 15사단에 근무할 당시였다. 1979년 3월 26일에 강풍과 한파를 동반한 강추위가 갑자기 전방 15사단 지역에 몰아친 적이 있었다. 사단 지역에서 대표적인 고지군인 대성산과 적근산 고지대는 밤새 불어닥친 강풍과 폭설로 고립된 상태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두 고지에 정찰대를 올려보냈더니 두 곳이 모두 고압선에 밤새 얼음이 얼어붙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일부 고압선이 단락되면서 수십 스판의 고압주가 쓰러지는 재난 사고가 나면서 정전이 된 것이다. 특히 대성산 삼청봉에는 공군 레이다 기지와 각종 주요 장비가 가동되고 있었는데 정전으로 모두 올스톱 되면서 시급한 복구가 필요했다. 급히 군단에 재난 보고를 하고, 군단에서 고압주를 실어오는 한편, 한전과 협력하여 보병 대대 병력을 지원받아 강판주를 조립하고 도수운반을 하는 등 일주일에 걸쳐 복구한 적이 있었다.

15사단은 전기가 사창리를 거쳐 오게 되어 있는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전방 고압주 어디선가 까치집이 습기에 젖어면 사창리에 고압 휴즈가 떨어진다. 그러면 15사단 전체가 정전이 된다. 사단장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그러면 비상이 걸리고 전공들이 사단 사령부를 먼저 살리고, 구간 전진을 하면서 전방으로 구간을 나누어 하나하나 살피면서 꺼치집을 제거하고 전기를 복구한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전방 장병들은 가족을 포함하여 같이 생고생을 하는데 아무런 보상은 없다. 서울 근방에서 뱅뱅돌면서 좋은 보직에서만 근무하는 동기생들이 먼저 진급하고 전방을 전전하는 직업 군인들은 아무런 보상도 없다. 이런 것이 한국군의 현실이다. 근무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것도 없다. 가족과 자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남편만 보고 힘든 것을 참고 살아간다. 미래가 보장된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고생을 감내한다. 그러나 실상은 좋은 보직만 찿아다니는 동기생들에게 경력이나 평정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재력이 있거나 집안이 금수저라면 모른다. 박봉에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서울로 나오면 자녀들은 촌티가 줄줄 흐르고 마누라는 도시의 번화한 모습이 반갑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니 남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다.

군대는 어차피 피라미트 구조라 올라가면 결국 동기생들과 경쟁이 벌어진다. 경력과 배경, 재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성실과 근면, 정직을 원칙을 삼고 오로지 몸으로 때우는 군생활이라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진급이라도 무리없이 올라가면 몰라도 중간에 누락되면 군생활 가능성을 점치다가 나중에는 전역을 준비해야 한다. 연금이라도 해당되면 몰라도 그 이전에 전역하면 사회 초년생 바보가 되어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 퇴직금을 날리고 노숙자가 되는 경우도 많고 경험없이 투자했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파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하다가 경첩이 지나자 응달에 눈이 녹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응달의 눈도 다 녹아 어저께는 양수리 양수역을 다녀왔다. 겨울 내내 장사를 하지 못한 막국수집에 가니 주인 아줌마가 반가이 맞아준다. 오랫만이라 비빔 막국수 곱빼기를 시켜 먹고 포만감을 느끼면서 돌아왔다.

성수대교 근방 전경.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아리수 모습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경이롭다.

가면 쓴 얼굴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 얼굴을 고치고 주사를 맞고 하면서 예쁜 얼굴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아름다운 외모가 인격이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예쁜 얼굴은 어디가도 대접을 받는다. 남자들의 예쁜 얼굴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다. 야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끓임없는 사랑이 그 원인인 것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서구 여러 나라도 외모에 대해 관심이 높다. 숫컷들의 오로지 미인 사랑은 트로이 전쟁에 나오는 헬레나 같은 한 여인을 두고 전쟁을 벌이다가 트로이라는 나라가 멸망당하는 비극의 역사도 있다. 로마의 역사를 뒤흔든 클레오파트라가 대표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이처럼 미모에 대한 인간의 갈구는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 심지어 국가까지 존망의 요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얼굴은 자신을 나타내는 간판이며 거울과 같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남성들의 미모 사랑은 인류 역사가 태동한 이래 지속적으로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여 왔다.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남자들은 본능과 생리적으로 미인을 보는 순간 숨이 멈춰지고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서서히 몸이 굳어진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침을 흘리며 멍하니 쳐다보기만 한다. 그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미인에게 접근하여 구애작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보는 눈은 동일하기에 숫컷끼리 격렬한 쟁탈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과 재물, 즉 능력과 힘을 가진 남자들은 제 눈에 드는 미인을 갖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기 밑에서 숨을 헐떡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미인을 보노라면 남자들은 정복감과 승리감에 취하여 더욱 흥분되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매일 여자는 미모를 가꾸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런 미모 가꾸기에 투자해 줄 능력이 없는 남자는 미인한테는 미움을 받는다. 그래서 결국 권력과 재물이 더 있는 능력있는 남자가 나타나면 미인은 마음이 이끌린다. 서로가 긍정의 눈빛이 교환되면 미련없이 떠나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미인은 어디를 가나 대접받고 남성들의 치열한 쟁탈전 대상이 된다. 미인을 가까이 두기 위해서는 남자는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속적인 지키며 투자를 해야 한다.

반대로, 남자란 동물은 미인을 한번 소유하고 나면 미인이 가진 내면의 향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랑의 지속 시간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능력있는 남자는 꽃을 찿아 날아가는 나비처럼 또 다른 미인을 갈구하게 되고, 반대로 남자에게 버림받은 미인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능력있는 남자를 찿기 시작하고, 그런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면 유혹의 메세지를 보낸다. 미인의 유혹을 받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남자는 철새처럼 미인을 찿아 끝없이 방황하는지도 모른다.

이슬람에서 말하는 천국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정원에 수많은 미인들이 실오라기 몇 개 걸치고 살고 있다. 그런 곳에서 일주일 정도 환락에 빠져 즐거움과 쾌락을 경험한다면 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바로 그런 천국이다. 과격파 이슬람 아사시파의 어느 부유한 노인이 반대파를 암살하기 위해 젊은이에게 마약을 이용하여 자신의 산속 깊은 성채를 꾸며 거짓 천국을 만들어 사용했던 방법이다.

미인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화장, 머리손질, 속옷, 패물, 겉옷, 신발, 가방까지 명품으로 치장을 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5분마다 거울을 봐야하고 화장을 고친다. 걸음걸이부터 말씨, 표정까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외모를 특히 중시하는 우리 사회는 얼굴과 외모에 최우선을 두었다. 여자들의 미모 투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사실, 사람의 얼굴은 어쩌면 각자가 쓰고 있는 가면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가면보다 그 사람 내면에 들어있는 능력과 실력을 보는 사회가 되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얼굴보다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향기가 향기롭고 오래 갈수록 우리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우선 외모만 보고 선택하기에 향기가 없는 사람, 즉 얼굴은 예쁘지만 머리가 빈사람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향기로운 냄새가 나지 않기에 남자들이 쉽게 떠나는 것이다. 향기란 내면에서 풍겨나오는 고매한 인품이며 품격을 말한다. 언행과 외모에 메너와 예의범절이 있고 검소하고 합리적이고 기품있는 생각과 행동으로 가정과 자녀 양육에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가면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으로 겨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뿐이다.

한편, 얼굴은 허상이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면 흰머리털과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눈빛이 흐릿해지고 잇빨이 빠지고 모양이 변하며 말이 어눌해지고 추해지는 것이 얼굴이다. 봄바람같이 지나가는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나이 60이 넘는 사람에게는 얼굴보다는 내면에서 풍겨나오는 향기가 중요하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일수록 예쁜 얼굴보다 실질적인 능력과 실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 나라가 성형공화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위로부터 아래까지 성형과 미모에 이토록 열심인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조선 시대 '신언서판'이라는 관념이 강한 우리나라는 허우대나 겉만 번지르르하면 속이 어떻던 간에 인정해주는 선입관을 중시하는 나라다. 내실보다 형식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서로 속고 속이는 위선과 가면의 얼굴로 불신을 조장하기 쉽다. 그러면 차라리 '복면가왕' 프로그램처럼 모두가 가면을 쓰고 오로지 실력으로 겨루는 사회를 만들면 어떨까.

역사의 흐름

기원전 1세기 중엽, 고대 로마 시절, 갈리아 전쟁 8년을 끝내고 로마화를 추진하던 카이사르는 조여오는 반카이사르파의 정치적 숙청에 맞서 군단을 거느리고 국경선인 루비콘 강을 건넜다. 군대를 거느리고 국경을 넘을 수 없는 국법을 어기고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는 자발적인 정치적 죽음을 선택하느니 반카이사르파에 물리적인 힘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반카이사르파의 선봉장에 추대된 폼페이우스와 내전에서 최후이 승리자가 된 카이사르가 종신 독재관이 되어 로마 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던 중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다가 반대파 원로원 의원들에게 23군데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그는 지중해와 유럽, 소아시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넓힌 비대해진 로마가 원로원 주도의 공화정 체제로는 더 이상 효율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로마 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강대국 통치체제 적합한 제정으로 점차적으로 통치체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원로원 주도의 과두정체제인 공화정 체제를 고수하려는 기득권 세력인 반카이사르파는 카이사르가 왕이 되려한다고 판단하여 그를 살해한 것이다. 내일 3월 15일이 카이사르가 암살 당한 날이다.

그러나 반카이사르파는 카이사르 제거 후에 어떤 계획도 준비하지 않은채 암살을 시도한 것이다. 그들은 카이사르를 제거하면 로마 시민들이 동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카이사르에 대한 지지 세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시점이었고, 카이사르의 충복인 고참병 군단병들이 파르티아 원정을 위해서 마르스 광장에 야영을 하고 있던 중이라 물리적인 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암살을 저지른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로마를 떠나 카이사르파와 그리스에서 대적하지만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각개격파당하게 되고 공화정 재건은 무위에 그치고 만다.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제3공화국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도 마찬가지로 반카이사르파와 비슷하다. 그는 박정희를 암살하고 나면 국민들이 원하는 유신정권의 종말은 물론 권력은 저절로 자신의 수중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힘을 준비하지 못하고 중앙정보부만으로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점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만약 그가 정승화 육참총장과 같이 당시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가서 군을 장악하고 주요 시설과 정부 부처를 장악하였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국방부로 가서 각료를 소집하는 등 허둥거리는 사이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에 의해 그는 체포되는 신세가 되었고 결국 현직 대통령을 시해한 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재자이든 영웅이든 역적이든 누군가 암살을 하게되면 역사의 물줄기는 흐르는 방향이 갑자기 달라진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암살은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반카이사르파는 결국 물리적인 준비없이 암살을 감행하였지만, 로마 시민들이 동조하지 않아 공화정을 되살리지 못했고 결국 모두 카이사르파에 의해 척살되고 말았다.

역시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도 오랫동안 쌓인 악한 감정에 분노를 참지못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암살을 감행했지만 정권 쟁취는 성공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의사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여 암살했지만 조선인의 독립에 대한 의기만 드높였지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달리하지는 못했는데, 안의사의 외로운 의기는 온세계에 한민족의 분노를 드높였지만 일제의 식민지배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부적인 부패와 무능으로 무너진 망국의 설움을 당한 한민족의 몸부림에 불과했다.

천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석

썩어빠진 한국의 엘리트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 갈 길을 잃고 국력을 소진하며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급속한 퇴보를 하고 있다. 자영업은 무너지고 내란 재판은 헌재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연일 거리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주장만 소리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파면이 되든 안되든 금년 내내 우리 사회는 좌우로 나뉘어 정군에 대한 치열한 탐욕 전쟁을 벌일 것이다.

지금 한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사회 지도자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들은 자라면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부재로 양심과 부끄럼을 상실하고 자신만 아는 탐욕스런 동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변질된 동물들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권력 상충부에 둥지를 틀고 정권 기간 내내 국가를 위한 공익보다 개인적인 사익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원초적인 욕구에 함몰되어 양육강식의 동물로 변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 중에는 특히 검.경 등 법조인 출신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최고의 학부를 거치면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사회로 나와서 입신출세하여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등 각 부분에 포진함은 물론 대기업, 정부 공기업, 산하 기관에도 널리 분포하여 사회적 엘리트 계층을 이루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중추를 이루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의 낭비는 물론 국고를 축내는 파렴치한 인간들로 변질되고 말았다. 뻔뻔함은 물론 양심도 사라졌고 부끄럼도 없는 철면피 같은 인간들이 그들이다.

신필당대교 공사 전경

팔당대교 밑에서 보니 힌강에는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어 보인다. 오는 길에 공사로 가로막혀 우회로를 돌아와야 한다.

나라가 망해도 봄은 어김없이 다시온다

오늘날 우리들이 겪고 있는 이 나라의 혼란은 후세의 역사책에 반페이지도 장식하지 못할 것이다. 한 무능한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더니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지도자들이 계속 나타나 국가의 미래 전략도 없이 정권잡기에만 열중하더니, 내부적으로 지도층의 탐욕과 엘리트 계층의 타락으로 나라 전체가 비리와 부패의 늪으로 전락하고, 능력과 내실보다 겉만 번지르르한 외형과 형식 위주의 사회 관념이 넘쳐나고, 공정과 정의가 사라지고 경제가 무너지자 대혼란이 발발하여 주변 강대국에 휘청이다가 북한의 침공과 강대국의 핵전쟁으로 나라가 망하고 황무지가 된 나라로 남을지 모른다.

한국의 정치 사회가 혼란한 틈에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해 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제2기 정권이 앞으로 취할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우리 정치권은 제대로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 관세 전쟁을 비롯하여 자원 탈취 음모 등 고대 로마에 비하면 오늘날 미국은 대국답지도 못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도 못하는 뻔뻔함이 넘쳐나고, 안보의 목줄을 쥐고 주둔군 비용을 더받겠다는 강대국이다.

바램이 있다면, 힘이 없을 때는 강자에게 굽신거리고 힘이 약한 약자에게 군림하려는 것이 국제정치의 논리라면, 미국에 대해서도 편향적인 안보 의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정부가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스라엘처럼 고슴도치형 자주국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나라가 이런 혼란이 장기화 될수록 국가의 활력은 상실되고 국익은 엄청나게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면 이 나라는 선장을 잃은 배가 폭풍을 헤쳐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대외관계에서 외교적인 수모와 압박은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가 정말 중요한 시기다. 떠오르는 후금과 지는 명나라 사이에서 고민하던 조선시대 광해군의 고심이 생각난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 틈바구니속에서 북한의 핵위협은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사면이 경제력과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패권지상주의 경쟁 가운데 서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사면초가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나갈 방법이 무엇인지 지혜와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혼란의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는 그동안 우리 앞 세대들이 힘들게 쌓아놓은 5천년 가난을 탈피한 지금의 엄청난 풍요는 물론 그동안 힘들게 이룩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체제와 시장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것은 결국 이 나라가 동북아에서 가장 후진국으로 전락하거나, 어쩌면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우려스러운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가 이런 혼란을 거듭하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계속하는 한 이 땅에 봄은 또 어김없이 다시 찿아올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버터온 5천 년인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외침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내부적인 붕괴에서 비롯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가수가 되겠다고, 연예인이 되겠다고, 유명 세프가 되겠다고, 최고의 제빵사가 되겠다고,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최고의 과학자가 되겠다고,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밤낮으로 땀흘리며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을 극빈과 고통, 죽음으로 내몰지말고 현해탄 거친 파도에 보트피플이 되지 않도록 이 나라 지도층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와 약자가 더불어 같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빈부의 차이가 적은 나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는 나라, 양심과 부끄럼, 염치를 아는 나라,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나라,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 윤리와 도덕이 바로선 나라, 공중도덕과 공공질서를 지키며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아는 나라, 억울함이 없고 가난한 자와 약자가 우대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많지만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아무런 걱정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

개나리와 민들레, 철쭉이 다시 피는 날 쯤이면 따스한 봄날이 우리를 찿아올 것이다. 나는 가슴속에 스며들 따스한 그 봄을 기다리는 행복한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