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홍콩 연예계 누드 사진 파동

 

[친디아리포트]누드사진 파동 후 ‘음란물과의 전쟁’

뉴스메이커 | 기사입력 2008-02-28 17:45 기사원문보기
연예인 무절제한 사생활에 네티즌 경악… “인터넷 세계의 눈사태” 아직도 진행 중
 

홍콩 연예계가 누드 사진 파동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인터넷에 유명 여성 연예인 사진들의 야한 사진이 잇따라 실리면서였다.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홍콩발 연예인 음란 사진 유포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 이번 사태는 중국 사회에 연예인의 무절제한 사생활 비판과 함께 네티즌의 양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쪽)천관시. (아래 왼쪽)장바이즈. 매기큐.

 

현재까지 드러난 여성 피해자는 모두 8명.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여배우 장바이즈(28·홍콩 이름 세실리아 청), 여성 듀엣 ‘트윈스’ 멤버인 중신퉁(27·질리안 청), 미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배우인 매기 큐(29), 모델 출신 배우 천원위안(29·보보찬) 등이다. 이들은 캐나다 국적을 갖고 홍콩에서 활동하던 배우 겸 가수인 천관시(27·에디슨 찬)와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로, 천관시가 관계를 맺기 전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출된 것이다.

 

진범 안 잡혀 ‘진실’은 오리무중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천관시가 2006년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홍콩섬에 있는 어느 컴퓨터 가게에 맡겼는데, 수리하던 기술자가 컴퓨터 안에 들어 있는 문제의 사진들을 발견하고 디스크에 담아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범을 잡지 못해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홍콩의 양대 연예 관련 매니지먼트 회사인 엠퍼러그룹과 차이나스타 간 암투의 결과라거나 연예계가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장난을 치다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갖가지 풍문도 나돌고 있다.

 

매니지먼트 회사의 암투라는 것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장바이즈가 원래 차이나스타 소속이었다가 2006년 엠퍼러그룹 소속인 셰팅펑(28·니컬라스 체)과 결혼하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등 차이나스타가 타격을 받은 것에 대해 앙갚음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파동으로 엠퍼러그룹 양서우청 회장(홍콩 이름 앨버트 영)의 조카이며 천관시의 여자 친구인 양융칭(20·빈시 영)의 사진들이 공개돼 엠퍼러그룹도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그 근거라는 설명이다. 양융칭은 이번 사태에서 연예인이 아닌 유일한 일반인 피해자다.

지난 1월 27일 새벽. 천관시가 중신퉁과 관계를 맺는 사진을 비롯해 천원위안, 장바이즈 등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슬그머니 떴다. 모두 천관시의 집이나 목욕탕에서 찍은 사진들로, 홍콩 연예계를 발칵 뒤집히게 한 나체 사진 파동의 신호탄이었다. 관련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 회사엔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연예인은 합성 사진이라고 부인했지만, 매니지먼트 회사는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홍콩 연예인협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수사에 나선 홍콩 경찰은 유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인터폴의 도움을 받아 관련 사진을 삭제하고 나섰다. 또한 사진을 유출한 ‘범인’들을 찾아내 음란물 소지 및 배포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한 번 인터넷에 올라간 사진들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이어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추가로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했다.

 

천관시는 취미가 섹스라고 할 만큼 여성 편력이 화려했다. 함께 공연했거나 출연한 여성 연예인은 가만 놔두지 않았다. 백만장자의 아들답게 씀씀이도 큰데다, 세련된 매너와 빼어난 몸매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사진을 찍은 것은 15세 때 애인을 자신의 친구에게 뺏긴 뒤 이에 대한 화풀이 차원에서 여성들의 나체를 찍는다는 소문과 함께 백만장자 아버지가 동성애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풍문도 들린다.

 

그동안 인터넷에 올라간 문제의 사진만 해도 500여 장. 천관시와 스캔들에 빠진 여성 연예인이 10여 명에 이르고 관련 사진도 2000장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진이 올라오느냐에 홍콩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의 불똥은 ‘애꿎은’ 관련 연예인에게 튀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배우 장바이즈로, 130여 장의 사진이 흘러나간 그녀는 예상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6년 결혼한 뒤 지난해 아들까지 낳아 단란한 생활을 하던 장바이즈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시어머니의 질책에다 남편과의 부부싸움으로 집을 나와 혼자서 지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천원위안은 약혼자와 파혼하는 아픔을 겪고 미국으로 일단 피신한 상태다. 청순한 이미지의 중신퉁은 광고 계약이 속속 해지되는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그녀는 한때 자살설까지 돌았다.

 

당사자인 천관시는 사태가 일어난 직후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중인 여자친구 빈시 영을 만난다며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지난 21일 홍콩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 연예계를 영원히 떠나겠다”고 선언한 후 경찰조사를 받았다.경찰은 남녀 용의자 9명을 체포했으나 이들은 모두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일 뿐 아직까지 사진을 유출한 진범은 잡히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연예인 나체 사진 유출 문제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홍콩에서는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번졌다. 경찰이 사진을 유포한 네티즌을 체포하자 홍콩에서 네티즌 4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연예인 나체 사진을 음란물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면서 체포한 네티즌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네티즌은 “그동안 인터넷에 수많은 음란사진이 떠돌아다녀도 신경 쓰지 않다가 유명 인사라는 이유로 이번 사진의 유포를 문제삼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문제의 사진을 찍었던 천관시를 먼저 체포해야 한다”며 “그는 개인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미성년자(올해 20세인 여자친구 빈시 영)와 (4년 전부터) 성관계를 가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도 체포된 네티즌에 대해 음란물 배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보석금을 받고 풀어주었다. 다만 판사는 네티즌에게 다른 사람의 사적인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도덕적인 문제는 있다고 덧붙였다. 진범은 잡지 못한 채 깃털만 잡았다가 경찰이 망신만 당한 셈이다.

 

관련 연예인들도 정면 돌파 전략으로 나섰다. 장바이즈는 최근 여성 청결용품 CF 모델로 나서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그녀는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광고 촬영에 몰두했다. 남편 셰팅펑도 현장에 나와 별거설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가수 중신퉁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가 너무 순진했다. 너무 세상물정을 몰랐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졌을 당시 합성사진이라고 부인했던 것을 뒤집으면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관련사진 계속 인터넷 나돌아

그동안 인터넷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인터넷에 떠도는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 단속에 나서고 있다. 천관시와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중국의 여성 문제 전문가인 리인허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집단 관음증의 단적인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지난 1월 중국 남부지방을 강타한 눈사태에 빗대어 “인터넷 세계의 눈사태였다”고 지적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이번 ‘막후 연극’은 아직도 막을 내리지 않았다. 17일에도 배우 천원위안의 사진이 다시 인터넷에 오르는 등 꾸준히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남자 주인공 천관시는 차일피일하면서 홍콩 도착을 미루고 있다. 그는 당초 17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전말을 밝히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가 직접 나서서 사태의 전말을 얘기하고 풀어나가야 이번 사태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게 홍콩 연예인들의 생각이지만 그는 신변 안전 등을 경찰 측에 요구하면서 귀국을 미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O양 비디오 사건’ 등을 거친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홍콩 연예인들의 무절제한 사생활이 팬들에게 충격을 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망민(네티즌)이 중국을 바꾼다
지난 한 해만 인터넷 인구가 7300만 명이나 늘어난 중국에서는 네티즌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 시내의 한 PC방.

망민(網民)은 네티즌이란 뜻이다. 망은 인터넷을 나타내는 중국어(互聯網)에서 따온 것이고, 민은 사람들이라는 뜻이어서 이를 합치면 네티즌이 된다. 중국어로 인터넷을 망로(網路)라고도 한다.

 

중국의 인터넷 역사는 짧다. 인터넷이 도입된 것은 1994년이지만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로 간 것은 1996년이다. 그렇지만 불과 10여 년 사이 중국의 인터넷 발전은 눈부시다.

 

중국의 네티즌은 지난해 말 현재 2억1000만 명을 기록했다. 세계 2위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16%로 세계 평균 수준(19.1%)보다 낮지만, 세계 1위(2억1500만 명)인 미국을 제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난 한 해 동안 7300만 명이 늘었을 정도로 중국에서 인터넷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18세 이하 청소년과 농촌 보급이 크게 늘었다.

 

네티즌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언권이 세진 것이다.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네티즌의 의견이 반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동남부 푸젠성 샤먼에 초대형 석유화학공장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네티즌이 주동이 돼 가두시위를 벌인 끝에 결국 석유화학 공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했다.

 

네티즌 수의 증가로 인해 중국 당국은 양면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 정부망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네티즌에게 알리고 있다. 선전 홍보수단으로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사이버 경찰을 가동시켜 불법 저질 사이트는 적극 단속하고 있다. 5만 명의 사이버 경찰은 24시간 쉼 없이 네티즌이 검색하는 정보를 감시하면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한다. 홍콩의 일부 신문이나 중국에 반대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 사이트 등은 아예 접속조차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네티즌이 정치 문제에 관심을 쏟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그들이 현재로서는 환경 문제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언제든 정치 문제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 운동가 후자도 블로거를 통해 자신의 반정부 견해를 밝혔다가 최근 경찰에 체포되는 등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중국 블로거만 해도 8000만 명을 넘는다.

 

당국은 전국 PC방에 대한 감시 감독의 끈도 늦추지 않고 있다. 실명제로 이용자들을 관리하게 하는 한편 이용자들이 검색하는 정보는 관할 파출소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대한 감독은 하되 사이트 운영회사 측의 자율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민감한 내용을 네티즌이 올리면 자체 여과 장치를 통해 사이트 측이 자발적으로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홍콩 연예인 누드 사진 사건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관련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왔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채 하루가 되기 전에 모두 삭제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네티즌이 중국을 바꿀 수 있고, 특히 인터넷이 중국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홍인표<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중문학 박사>iphong@kyunghyang.com

'시대의 흐름과 변화 > 시대의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녀시대 뮤뱅 1위 눈물...  (0) 2008.03.01
'보행 발전기' 개발 성공  (0) 2008.02.29
종합 뉴스  (0) 2008.02.27
사설 종합  (0) 2007.10.16
IT뉴스 종합  (0)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