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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미국가격보다 2배 비싼 진짜 이유

 

 

벤츠, 미국가격보다 2배 비싼 진짜 이유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6-05 13:07 기사원문보기
[오마이뉴스 배영호 기자]
▲ 수입신고필증
ⓒ2007 배영호

작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입차 회사에서는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수가 다르고 세율 등도 다른데 미국 등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수입차 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카티비에 접수되었습니다. 벤츠 본사가 현지 판매법인에 판매하는 차량 가격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즉, 벤츠코리아가 동일한 차량을 독일 본사로부터 사올 때 벤츠북아메리카(North America)가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사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탈세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카티비가 입수한 2007년 1월 10일 수입신고필증에 의하면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로부터 S500L 모델을 1억1469만4607원에 수입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같은 모델의 미국 현지 소비자가격 9265만1402원에 비해 2200만원이나 비싼 가격입니다.

우리나라 수입가격과 미국의 소비자가를 비교한 것이니 여기에 세금과 벤츠코리아의 마진, 딜러의 마진 등을 더하게 되면 차 가격은 1억8781만8000원이 되어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됩니다.

이은 그동안 규모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보다 비싸다는 수입차업체의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수입가격은 독일에서 생산되어 미국이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니 똑같아야 하고 한국 현지 법인의 비용이나 마진에서 차이가 나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서 드러났듯이 수입차 가격 자체가 처음부터 비싼 것이 가격 차이의 원인입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즉, 국내 수입가격을 지나치게 높여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세금을 덜 내게 됩니다. 실제로 작년 5월 국내 모 수입차업체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수입차 가격을 높여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31억1130만원의 세금을 부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벤츠코리아의 수입가격 과다책정은 단지 벤츠를 살 수 있는 몇몇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조세주권을 무시하고 한국에서의 이익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행위인 동시에 비싼 수입 자동차 가격은 국산 자동차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주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이 공식 수입회사를 통하지 않고 미국으로부터 수입차를 직접 사서 수입하는 소위 '그레이임포터' 사업을 하겠다고 한데에는 다 그만한 배경이 있었던 것입니다.

수입가격과 관련하여 벤츠 관계자는 "차량의 옵션 등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날 수 있으나 그런 부분은 미미하고 본사의 가격 정책상 국가마다 다 다르다"며 "다른 품목들도 국가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고 있고 그것이 무역의 기본인데 벤츠만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가격의 책정은 판매자의 고유권한이지만 그것이 세금을 회피하는 등의 목적이거나 소비자를 기만하여 이윤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분명 문제일 것입니다.

벤츠코리아는 하루빨리 명명백백히 밝혀 떳떳하게 세금을 더 낼 일이 있으면 더 내고, 차량 가격을 인하할 요소가 있다면 인하하여야 할 것입니다.

상품을 팔아서 이윤을 내는 것이 분명히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