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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가을 9 : 10월을 보내며......

 

 

강남의 가을 9 :10월을 보내며......

 

 

                                                                                 상암동 난지 하늘공원에서 바로본 한강

 

 

지난주 월요일에는 새벽 날씨가 겨울의 문턱이라는 듯 한자리수로 곤두박질 쳤다. 금요일 새벽부터  주말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였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는 계속 탈 수 있었다. 이불을 발로차고 자는 바람에 기침과 목감기가 들었으나 땀을 흘리고 나면 낳을 것 같아 무리하지만 탔다. 옛날에는 10월 마지막 주에 벌써 눈발이 내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날씨가 점차 추워질 것 같아 이제는 새벽 자전거 복장도 단단히 해야 될 것 같다.

 

전국이 가을축제로 들썩이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은 전국의 축제를 찿아 고속도로는 정체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누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했는지 구경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짖말 같다. 남이 가니 나도 가야하고 빚을 내서라도 놀러다녀야 하는 민족, 무질서가 불러올 죽음이라는 대형참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불나비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경찰 통제선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몰려든다. 축제장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안전은 뒷전이요 쓰레기는 넘쳐나고 무질서한 현장은 분당참사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질서의식이 없는 배달민족이다. 죽음의 사자가 머리 위에서 뱅뱅 돌고 있는데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후진국형 공공질서다. 자신의 즐거움과 이득을 위해서는 법도, 규칙도, 규정도 무시하고 오로지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는 데 여념이 없는 한심하지만 낭만이 넘치는 민족이다.

 

 

이 배달민족이 언제까지 이토록 무질서하고 천박한 모습을 반복할 것인가? 자고나면 놀라고 분노해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큰 사고와 무질서가 반복되니 졸부가 양반되기 힘들 듯이 후진민족이 선진민족이 되기에는 무리인 것인가? 북한처럼 강력한 독재정권이 들어서서 인권을 무차별하게 유린하고 배급제로 양식을 통제하며 군부를 앞세워 군부독재통치로 다시 되돌아가야 정신 차릴 것인가? 국내외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건만 우리는 풍악소리에 맞춰 춤추며 노래하고만 있지 않는가? 문화도 물거품이지만 유행도 물거품이다. K-pop이 동남아를 휩쓸고 유럽과 북.남미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어도 그것은 우리나라가 망하는 날 모두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

 

김일성이 무차별적인 숙청과 탄압이 있었기에 오늘의 북한이 버티고 있는 것이고 중국이 모택동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숙청이 있었기에 그 넓은 대륙의 15억이 넘는 사람과 56개 소수민족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소련의 스탈린도 모택동과 마찬가지로 무차별적인 숙청만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대국에 의지해야 나라의 안보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민족, 수십 년째 북한보다 30배가 넘는 월등히 많은 엄청난 국방비를 투자해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에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그동안 전력화 사업이 군피아들에 의해 신형개발 장비가 고철 수준이라는 사실에 과연 싸워 이길수 있는 군대인지 의심스럽다. 국내 각종 불미스런 사고와 비리.부패고리는 변할 줄 모르고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으며 군개혁은 희미한 메아리로만 들려 올 뿐이다. 군 지휘부는 거짖말과 감추기에 급급하고 간부들은 오로지 진급과 보직에 목숨을 걸고 아래보다 위만 쳐다보며 세월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주한미군 사령관 한마디에 난리다. 북한의 핵소형화가 미군이 이야기해야 현실로 받아들이는 어리석고 무지한 나라와 민족, 이미 북한 김정은 정권은 오랜기간 동안 핵무장을 위해 전력을 쏟아왔고 핵무기의 실전배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서 핵무장이 절대적인 보장책이기에 정권의 존망이 걸린 차원에서 주민이 굶어죽던 말던 핵무기 개발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미군 사령관 한마디에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부어야 가능한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전작권을 연기하는 데 바지가랑이를 잡았고 미군주둔비를 요구대로 더 내야 할 것이며 어떤 노후장비라도 사라면 사야하고 문제점이 있어도 신형전투기를 계약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군을 더 붙잡아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자력으로 체제유지를 강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남의 나라에 체제유지를 의탁하고 있는 하수를 선택했다. 그러면 미사일 방어시스템만 갖추면 안보는 걱정이 없을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북한 잠수함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한국 해군이 잠수함 사령부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잠수함에 근무하는 장병들, 그리고 육군의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와 태도로 일관하고 힘없고 빽없는 군인들만 그런 곳에 근무하는 한 전투력은 오합지졸에 불과할 것이다. 잠수함은 바다속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디서던지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 발사시스템은 강대국이 은밀하게 운영하고 있는 무서운 핵전력이다.

 

그러면 우리는 잠수함을 때려 잡을 수 있는 고가의 최신장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피와 땀인 세금으로 엄청난 금액의 무기시스템을 도입하면 그 돈은 무엇인가? 바로 세금이다. 국민들은 하루 종일, 그리고 평생, 그리고 대를 이어 노예처럼 일하면서 삶의 고통을 감수하며 부지런히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가 강대국에 국방을 의지하며 핵무기를 갖지 못하면 영원히 약자의 위치에서 외교.국방은 2류로 전락하여 차별화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이 서로 눈치만 보며 대등한 외교를 펼치고 함부로 무력 시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서로 가지고 있는 핵무력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포함하여 미국.러시아. 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무력을 가진 나라들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핵무력이라는 힘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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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라 돌아가는 꼴이나 국감을 봐도 하나같이  국민을 개털로 여기지 않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짓거리가 대부분이다. 공기업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방만 운영은 여전하고 상과급 잔치에 여념이 없으며 혁신적인 국가개조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소통은 고집불통이고 인사는 하는 것마다 악수다. 탐욕에 빠진 무지하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하는 짖마다 악수를 두고 있다. 국민들은 자유를 방종으로 생각하고 무질서하며 사람의 목숨이 길거리 길고양이처럼 죽어나가도 아무런 감각이 없다. 인권은 허울뿐이고 사회적 약자들은 갈 곳이 없다. 너나 나나 마찬가지다. 모든 게 제대로 된 대표, 상식 있는 정부를 가질 자격이 없는 국민이 자초한 일이다.

 

긍적정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사기꾼에 불과한 이야기다. 과연 우리에게 어떤 희망이 있는 것일까? 과연 미래가 있는 것일까? 인간사회는 고인물처럼 평화가 지속되면 썩기 마련이다. 지나간 역사를 한 번 살펴보자.

통일신라 이후 신라조정은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 호의호식하였고 더 많은 부를 누리기 위해 권력에 탐닉하였고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라는 병들어 갔으며 백성들은 토호들의 등쌀에 유랑민이 되어 갔고 나중에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등을 돌리며 사방에서 반란의 조짐이 일어나더니 급기야 궁예, 견훤, 양길 등이 등장하면서 후삼국시대로 접어들어 50년의 지리한 내란 끝에 결국 나라를 들어 고려에 바치면서 망하고 말았다.

삼국을 통일한 왕건의 고려는 초기에는 3차에 걸친 거란족의 침공을 물리치며 문화통치의 중흥을 이룩하였으나 정중부의 무신난 이후 무신정권이 들어서면서 80년 동안 무신들이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을 거치면서 고려 사회는 붕괴되어 갔고 강화도로 천도한 무신정권이 무너지자 고려 원종은 몽고에 항복하고 말았다. 그후 100여 년 동안 고려는 몽고의 부마국으로 몽고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역사를 기록하다가 명나라가 일어나며 몽고가 북으로 물러나자 공민왕의 개혁이 잠깐 불끈 했으나 공민왕의 죽음으로 결국 무위에 그치고 신진사대부와 이성계의 쿠테타에 의해 고려는 멸망당하고 말았다.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1,2차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피비린내 나는 집안 싸움으로 부도덕에 대한 처절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태종의 강력한 왕권통치와 세종의 문화통치로 나라가 창업과 수성에 성공하여 성종대까지 전기 200여년 동안 큰 외침없이 평화를 누렸고 그런 가운데 양반사대부는 권력을 독식하며 호의호식을 누리면서 문치에 치중하다가 3정의 문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방은 점차 허물어져 갔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을 당하여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져가다가 충신, 의병, 명나라 지원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고 인조반정으로 광해군과 대북파를 몰아낸 무능한 인조는 정묘.병자호란을 당하여 삼전도에서 치욕스런 항복을 하였고 50만이 넘는 백성들이 청나라로 끌려갔다. 효종의 북벌도 무위로 끝나고 숙종의 환국정치, 영조의 탕평책, 정조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세도정치 세력이 장기집권하면서 나라는 토탄에 빠지기 시작했고 어눌한 어린 임금을 골라 세우고 노론세력이 권력을 독식하면서 호의호식을 누리는 가운데 백성들은 토탄에 빠지고 말았다. 외척세력인 조대비가 안동김씨 세력을 누르기 위해 흥선군의 아들 고종을 등극시켰고 흥선군이 섭정을 펼치면서 여러 개혁을 강력하게 시도하였으나 쇄국정책을 내세우며 국제정세에 눈이 어두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젊은 개혁선비들에 의해 갑오개혁 등 개혁을 시도하려 하였으나 반대세력 및 양반사대부의 격렬한 반대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 와중에 흥선군은 며느리와 권력싸움질에 빠져 서로 외세를 끌여들이다가 노일.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의 강압으로 친일파가 득세하면서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나라를 송두리체 일제에 바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창업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고 통일을 이룬 것도 아니며 외국군대가 주둔하며 국방을 의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3공화국 박정희에 의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인 발전을 다소 이루어 5천년 동안 지속되었던 가난을 물리치고 배고픔을 이겨낸 기적을 이룩하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세계 무역 10대국에 들게 되었고, 경이적인 경제부흥을 이루어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등 주력업종의 글로벌화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경제적인 급속한 성장은 정신적인면에서 붕괴를 초래하였고 전통적인 관습, 사상, 문화가 같이 무너졌다. 정치적인 후진성이 발전의 발목을 잡고 퇴행하고 있으며 안보와 국방은 강대국에 의지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사회 내부로는 자본주의 말기현상이 확산되어 비리와 부패는 사회 곳곳에서 뿌리를 내렸고 돈이면 무엇이던지 할 수 있다는 금전만능사상이 팽배해졌고 인권이 무시되고 생명존중 사상이 무너졌다. 공권력이 무력해졌고 파렴치범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사회다. 정의와 공정이 사라졌고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찿아보기 힘들고 종교는 치부와 세력확장에 혈안이 되어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신도들의 주머니를 털어 성전을 궁궐처럼 신축하고 신도와 경제적인 힘을 바탕으로 정치권력과 공권력을 우롱하며 권력층에 진입하고 있으며 도심속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가진자와 권력자는 서로 야합하여 합법적으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마이너스 인생으로 평생을 노예처럼 일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상승의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남북이 같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중립국가를 한반도에 건설하는 데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런 후진적인 사회를 먼저 개조하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만약 미국이 손을 놓는다면 우리는 또 어디에 빌붙을 것인가? 중국인가, 일본인가, 러시아인가? 아니면 월남난민처럼 현해탄 바다속으로 모두 빠져 죽을 것인가? 그래서 미국이 손을 놓더라도 우리 스스로 국체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지도자를 만나 흩어진 민심을 결집하여 지금의 경제적인 난국을 극복하고 보수와 진보를 융화시켜 정치선진화를 이루어 국론을 통일하고 흩어진 국력을 집중시켜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하여 북한의 문호를 개방시켜 시장경제를 접목시키고 한국 스스로는 강력한 자주국방을 추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것이다.

 

 

 

 

나라 꼴 돌아가는 실상을 보여주는 사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부패인지지수

독일출신 변화사 피터 에이겐이 만든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하는 가장 큰일이 나라별 부패인지지수(CPI)를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다. 해마다 각국 기업인 경제분석가 등을 상대로 해당국 공무원 및 정치인의 뇌물 수수와 공금 착복 등 부패 정도를 평가해 국가 부패인지지수를 내놓고 있다.

1995년 TI가 처음 41개국을 대상으로 부패인지지수를 발표했을 때 반응은 대단했다. 뉴질랜드가 10점 만점에 9.55점을 얻어 청렴한 나라 1위에 이름을 올렸고 덴마크 싱가포르 핀란드 캐나다 스웨덴 호주 등이 뒤를 이었다. 24위에 오른 것을 부끄럽게 여긴 아르헨티나는 즉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사정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23위에 올랐던 말레이시아는 총리가 나서 “이런 지수는 서구의 문화 제국주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반발했다. 우리나라의 청렴도 순위는 이들보다 뒤진 27위였다.

TI가 처음 CPI지수를 발표한 지 20년째다. 1~10위권 국가는 해마다 거의 변동이 없다. 한결같이 개인소득이 높고 국민행복지수 역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잘사는 나라일수록 부패 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부패 방지를 위해 그만큼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46위로 랭킹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TI가 발표한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 방지 협약을 거의 이행하지 않는 나라’로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 발표했다. 뇌물방지협약 이행도를 따져 ‘적극 이행’ ‘보통 이행’ ‘제한된 이행’ ‘이행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국가’ 등 4단계로 나눴는데 한국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이다.

때맞춰 국내에서는 무기 도입과 관련된 방위사업청의 비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예산은 줄줄 새고 있다.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먼저 보는 X이 임자’란 소리를 듣고, 정경이 유칙되어 국민들의 피를 빨라먹고 관피아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나라다. 부패국가라는 낙인은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한 감내할 만하다. 그렇지만 부패를 개선하려고 노력조차하지 않는 나라라는 낙인은 정말 두렵다.

 

 

 

곳곳이 적신호, 나라 살

2014년의 한국은 나라 살림에 켜진 적신호로 곳곳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대책 없이 당겨 쓴 빚 때문이다. 적신호는 갈수록 더 벌개지고 경보음도 요란스럽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적자를 겁내지 않는 공짜 파티에 여념이 없어서다. 선거 공약이라는 이름의 덫과 선심성 포퓰리즘, 앞 뒤 재지 않고 우선 쓰고 보려는 무책임이 뒤엉킨 결과다. 그런데도 구멍 난 나라 살림과 쌓이는 빚에 대해서는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않는다.

2013년 말 현재 가계와 기업, 정부와 공기업이 진 빚은 총 3783조9000억원으로 10년 전인 2003년에 비해 2.2배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1428조3000억원의 2.6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의 경우 세입에서 세출을 뺀 재정수지가 2007년 이후 계속 적자다.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이상 박근혜정부도 임기 내내 적자 수렁에서 헤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복지 디폴트 선언과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정부-시·도 교육청 간의 떠넘기기 핑퐁, 그리고 연금개혁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공무원들의 충돌은 모두 '재정'이 원인이다. 바닥난 곳간을 빚으로 메꾸면서 선진국 흉내를 내려한 데서 온 대가다. 자신들이 쓰고 누리느라 진 빚을 자식에게 떠넘기려는 부모는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마이너스 통장을 후대에 물려줄 수는 없다.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야 할 책임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있다. 세금을 더 내든, 아니면 허리띠를 졸라매든 씀씀이의 구조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표현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공기업 개혁이 우선

공공요금 인상이 또 한차례 봇물을 이룰 모양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물론 수도권 버스ㆍ지하철 요금까지 인상요구가 거세다. 여기에 지자체 소관인 쓰레기 봉투와 상하수도 요금까지 인상을 확정했거나 검토중이어서 서민 살림이 더욱 팍팍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의 잇달은 경기부양책에도 여전히 불황이 지속되고 고용불안까지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요금 인상요인의 불가피성도 없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가 제 때 올리지 못해 누적적자가 심화된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 정부에서도 요금을 올리더라도 최소화토록해 적자가 커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금이 원가에 못미치고 제때 올리지 못해 적자가 누적된다면 이 역시 국민 부담이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인상을 단행하는 게 공기업이나 지자체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마땅한 일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수돗물값의 원천인 물값(원수대금), 지자체 버스 및 지하철 요금 인상도 운영적자 폭이 커진다는 면에서 정당성을 가질수 있다.

하지만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노력을 제쳐두고 요금을 인상해 부실구조를 메우려는 발상에는 동의할수 없다. 적자를 이유로 한꺼번에 무려 7% 요금 인상을 요구한 도공의 주장에 누가 손을 들어주겠는가. 고속도로 통행량을 잘못 예측해 무분별하게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국민 혈세로 수조원대의 운영수입을 메워준 게 도공이다. 휴게소를 방만하게 운영, 비리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적폐 등을 해소하는게 먼저다.

4대강에 사업에 수십조원대를 퍼부어 재정을 축낸 건 수자원공사다. 공기업과 지자체는 선구조조정과 철저한 경영합리화를 먼저 단행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국민앞에 서야한다. 그 이후 요금인상안을 내놓는 게 순서다. 정부도 공기업에 대해 부채감축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과 원가검증을 약속한 만큼 이를 투명하게 집행한후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이 극에 달함을 명심해야한다.

 

위기의 제조업

경제성장의 기둥 역할을 해오던 제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석유 화학, 조선, 디스플레이, 철강, 이런 주요 제조업이 지난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 들어서는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까지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고, 휴대전화와 자동차 산업 전체의 매출액 증가율도 지난해와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계속 떨어져 가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6천억 원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18% 줄면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 토막 난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했다. 국내 제조업을 지탱하는 두 기업의 실적이 모두 곤두박질치자 실적 부진의 공포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던 철강과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에 추월 당하는 분야가 늘고 있고 석유제품와 디스플레이 업종은 수출 시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엔화 같은 주요통화에 비해서 우리나라 원화가 강세 나타내면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주력 제조업이 버텨주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이 통째로 흔들리는 게 우리 경제 구조다 보니 파장은 더 심각하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15.8%에서 올 상반기에는 0.9%로 급락했다. 수익성도 나빠져 국내 기업의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2.9%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부진한 실적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성장판은 갈수록 더 닫혀가고 있다.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건지 상황이 너무나 불투명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예측을 하긴했을 것이지만 후진적 정치상황이 국제정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세월호 사건 하나로 나라 전체가 메달리고 휘청이며 반년이나 허송세월을 보내는 나라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지원하지 못하는 나라, 기업들이 2~3류로 전락하여 무너지고 무역이 역조되어 경상수지가 줄고 적자로 국고가 부실해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앞날이 너무너 어둡기만 하다.

 

 

 

방산비리

국정감사에서 쏟아져 나온 무기거래 비리는 가공할 반국가행위다. 현역과 예비역 고위장교들이 방산업체와 결탁, 공모하고 방위사업청의 묵인 내지는 동조 아래 사사로운 이익의 제단에 물샐틈없어야 할 최상의 전투태세를 희생의 제물로 바쳤다.

그들은 있어야 할 탐지 능력이 없어 야간 조준사격이 불가능한 대공 벌컨포를 팔았다. 그런 벌컨포는 밤중에 넘어오는 저공침투용 AN-2에는 무용지물이다. 최첨단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전투운영 시스템에 장착된 486 컴퓨터는 고장이 잦고, 최신 이지스 율곡이이함은 어뢰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방어 능력을 잃었다. 방위사업청은 1만원짜리 USB를 95만원에 사고, 2억원 하는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40억원을 더 주고 사서 국고를 축냈다. 무기 구매에 관한 합참 기록 빼돌리기, 시험성적 위조가 예사로 행해졌다. 그들의 농간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K-11 복합소총은 오작동의 문제를 안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군사강국들 사이에는 최첨단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이 개발하는 것이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다. 1대에 1000억원이 넘는다. 중국은 J-20, 러시아는 T-50, 일본은 F-3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자체 개발 능력이 없는 한국은 총사업비 7조3418억원으로 2018년부터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6월 F-35에서 엔진 결함이 발견됐다는 통고를 받고 공군이 엔진 재설계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지난 9월 정식 도입 계약을 체결해 버렸다.

미국의 산·군복합체는 미국 경제의 필요악 같은 존재다. 미국 기술자와 과학자의 3분의 1이 군사 관련 일에 종사한다. 국방 관련 산업의 상위 9위까지 드는 기업들의 전체 고용인원은 90만 명이다. 방산업체들은 냉전 종식으로 사양길에 들어서는가 싶었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과 새로 열린 동유럽 시장,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다시 호황을 누린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방 확대는 산·군복합체의 블루 오션이 되고, 그 연장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도 발생했다.

산·군복합체는 세계 도처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분쟁이 계속 일어나야 사업이 번창한다. 동북아시아에서 그들은 중국 위협론을 과장해서 자극한다. 싱크탱크에 후한 연구비를 뿌려 국방예산 증액, 군비 확장, 그리고 무기체계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게 한다. 괌기지의 확장과 B-1과 B-2 전폭기의 추가 배치와 미사일 방어망 구축도 산·군복합체의 로비·홍보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F-35 스텔스 전투기 하나만을 지원하는 의회 의원이 39명이나 된다. 그들은 모두 이 전투기의 본체와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위치한 주 출신들이다(한겨레신문 10월 20일자 보도). 그들의 뇌리에는 아이젠하워의 53년 전 경고는 그림자도 없다. 출신 지역과 회사와 자신의 이익 추구가 전부다.

미국이 한국에 도입하라고 압박하는 미사일 방어망은 고가의 무기체계다. 미사일 방어망의 핵심은 고고도(High altitude)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사드(THAAD)인데 발사대 6문으로 구성된 1개 포대의 설치 비용이 1조~2조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평택 미군 기지에 사드가 배치되는 데 동의하는 대신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를 제공받자고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직한 해결책이지만 한국이 과연 산·군복합체에 등을 떠밀리는 미국 정부의 압력을 극복할 수 있을까.

방산 비리를 군피아의 폐단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군·산 연합 세력은 큰 톱니바퀴 같은 거대 산·군복합체에 매달린 작은 톱니바퀴다. 둘을 떼어서 방산 비리를 처리는 건 미봉책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산·군복합체는 우리의 통제 밖에 있지만 그 먹이사슬 같은 생태계 전체를 보면서 방산비리를 다루고 사드와 F-35 전투기 도입 문제도 결정할 일이다. 이번에 적발된 비리 관련자들에게는 반국가 이적행위 차원에서 법이 정하는 최고형을 내리고 산·군복합체와의 관계 전모를 밝혀야 한다.

 

 

 

 

링컨법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때 일이다. 미 연방의 주력이던 북군은 연방 탈퇴를 선언한 남군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전쟁 초기 북군 군인들은 온갖 부실한 장비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싸구려 군화는 병사들의 발을 괴롭혔고, 형편없는 천으로 만든 군복은 비만 맞으면 입을 수 없을 정도였다. 표준규격에 맞춰 제작했다는 코트와 담요로는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격발조차 되지 않는 총이 보급되고, 톱밥이 섞인 화약이 공급됐다. 북군의 단기간 승리로 끝나리라던 전쟁은 4년을 끌었다.

모든 것은 부패 때문이었다. 전쟁을 이끌어야 할 장군들은 군수업자들과 유착했다. 지인들에게 군수품 공급을 맡기고 뒷돈을 챙겼다. 부패한 장군을 등에 업은 군수업자들은 불량 군수품을 스스럼없이 보급했다.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였다. 미 의회는 7명으로 소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군수품 조달체계에 대한 조사 임무를 맡은 위원회는 1년여에 걸쳐 수백 명의 증인을 일일이 조사해 3천 쪽에 달하는 부패 보고서를 내놨다. 군복, 군용 식사, 탄약 공급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군수비리 사례로 빼곡히 채워진 보고서였다.

이를 근거로 의회는 1863년 부정청구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벌은 엄했다. 비리를 저지른 자들은 최고 5천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별도로 축낸 예산의 2배에다 건수마다 2천 달러씩을 더 얹어 게워내게 했다. 비리를 저질러 적발되면 패가망신할 정도였다.

법의 핵심은 ‘퀴 탐’(Qui tam`시민고발자) 조항이었다. 시민이 고발한 예산 비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환수 금액의 15~30%를 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고발자가 비리에 연루돼 있는 내부고발자라면 면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상금까지 얹어줬다. 의회 주도로 만든 법이 링컨시절 제정됐다 하여 링컨법이라 불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링컨법은 오늘날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군수비리는 물론 의료 보험 등 예산 관련 비리를 물샐 틈 없이 잡아낸다. 2012년 연방부패방지법이 적용된 범죄 중 70%는 내부고발자의 고발에 의해 드러났다.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이 법에 의해 환수된 예산이 389억달러(약 41조 원)나 된다. 그 가운데 70%인 272억 달러는 ‘퀴 탐’조항의 적용을 받았다.

150년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비리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다. 시중에서 1만 원이면 산다는 4G USB를 우리 군은 95만 원에 구입했다. 2억 원이면 살 수 있는 구형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구입한 것도 우리 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이런 비리를 막을 시스템 없이 두더지잡기식 대응만 하고 있다.

이런 도둑들이 군이나 방산업체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년간 사정기관이 적발한 국고보조금 비리 액수만 1천700억 원에 이른다. 국고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복지 예산 100조 시대를 맞고 있지만 이 시간 어디서 또 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세계는 지금 부패와의 전쟁 중이다. 이 전쟁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이후 ‘부패 척결없이 미래 없다’며 부패청산에 매달리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을 누르겠다는 야심은 부패 청산 의지에서 읽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 재정을 축내면 해당 금액의 최대 5배를 물리는 내용을 담은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링컨법의 한국판이다. 지금 해도 미국에 비해 150년 이상 늦다. 우리 국회엔 이외에 공직자의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 상정돼 있다. 두 법은 우리 사회의 부패 청산 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크다. 선진국 의회가 이미 수십~수백 년 전 스스로 찾아 만든 법들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이런 법 제정에 모르쇠 한다. 김영란법만 해도 대통령이 나서 수도 없이 통과를 간청해도 꿈쩍도 않는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 마련엔 관심이 없고 오직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에만 눈독을 들인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 5년 단임이란 헌법 때문이 아니라 권력을 누리려고만 하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이다.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전작권 무기연기

1

2015년 말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끝내 무산됐다. 24일 새벽(한국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두 나라는 이런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환수 시기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상의 전작권 환수 포기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최고 주권 사항인 작전권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문제에서 얼마나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기존 결정을 뒤엎는 협상을 추진한 것인지 절차적 정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두 나라가 합의한 것이긴 하지만 노태우 정권 때부터 군사주권 회복 차원에서 이념을 떠나 추진해온 사안이다. 박 대통령 역시 2012년 대선 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해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몰래 미국에 작전권 환수 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이유에 대해선 한마디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이번에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전작권 환수 백지화를 공식화해 버린 건 국민을 속이고 무시하는 처사다.

현 정부의 국방정책 담당자와 강경보수 인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환수 백지화의 근거로 든다. 하지만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작전권 전환 시점은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미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있는 인사들의 대체로 일치된 의견이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뿐 아니라 남한의 국방예산이 북한보다 30배나 많은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면, 도대체 우리 군의 자주적인 운용은 언제 가능한 건지, 현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지만, 전작권을 돌려받지 말자는 주장의 이면엔 결국 ‘미국에 의존해야만 안심이 된다’는 뿌리 깊은 대미 의존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전작권 문제를 단순히 군사적 개념이 아닌 자주권의 차원에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워싱턴 안보협의회의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작권 환수를 백지화한 대가로 우리는 미국에 더 많은 것을 내주는 게 불가피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군이 전작권을 돌려받을 수준이 되려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군사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의 군사무기를 훨씬 많이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사슬에 매여 막대한 액수의 불필요한 방위비용까지 국민이 연년세세 부담해야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현 정권은 이런 문제들을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역사적 평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2

우리가 흔히 ‘전작권’이라고 줄여 부르는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쟁과 같은 유사시 상황에서 군대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정상적인 독립국가에게 전작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이다. 단 1만명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작은 나라도 전작권을 자국의 군 통수권자와 그 휘하의 군 지휘부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일본이나 호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전작권을 다른 나라 군대에 위탁하고 있다. 60만명의 대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전쟁수행체계도, 작전기획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이를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전작권 전환은 주권국가의 보편적 기능을 구비하는 정상국가화의 필수 과정이자, 국방 분야에서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의 출발점인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사회 저변에 만연해 있는 대미의존 심리를 극복하고, 건강하고 호혜적인 한-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은 남북관계에서 북한 군에 대한 우리 군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과 동북아 평화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줄 것이다.

이런 중대한 의미 때문에 참여정부는 이미 노태우 정부가 제기한 전작권 전환을 적극 추진해 2012년 4월까지 넘겨받기로 미국과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전환 연기에 이어 이번에는 다시 박근혜 정부의 요청으로 한-미 군사당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단서를 달아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시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걸었던 대국민 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스스로 군사주권을 포기한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위적이며 전략적인 필요성에만 근거해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전작권을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간단하게 지난 수십 년간의 남북한 군사비 지출만 비교해도 답은 쉽게 나온다. 2003년 기준으로 남북한의 경제력은 한국은행의 명목상 통계로 30:1∼40:1 정도였으며, 실제로는 거의 100:1의 차이가 났다. 2014년 현재는 약 80:1 정도의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우리 국방비가 현재 북한 국내총생산의 2배 정도라는 뜻이다. 남북한 국방비 대비로만 따지면 최소한 10배 이상 될 것이다. 이처럼 남한은 적어도 지난 20여년간 북한 국내총생산의 2배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해왔다. 이렇게 압도적인 국방비를 쓰면서도, 우리가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군대를 보유했다면 누가 믿을까? 역대 군 수뇌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고백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얘기가 아닌가?

전작권을 보유하지 못한 군대는 정상적인 물리력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무리 우수한 병력과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라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작전능력이 제로라면 전쟁에서 그 군대는 있으나마나다. 마치 ‘근육질의 육체에 지능지수 30을 지닌 뽀빠이’ 같은 존재가 바로 오늘 한국군의 모습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기형적인 저능의 군 구조를 방치할 것인가?

참여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준비한 것은 이러한 객관적 조건과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여름, 군 수뇌부에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전력, 즉 자위적 국방역량을 갖추는 데 드는 소요와 준비기간을 물었다. 군은 정보자산과 각종 전력 강화가 필요하며, 준비기간을 고려해 2010년께가 적정하다고 보고했다. 그 뒤 군은 2012년이 전작권 전환의 적기라는 수정된 판단을 보고했으며, 대통령은 그 의견을 수용했다. 이러한 일련의 내부 준비를 거쳐 우리 정부는 2005년 9월 미국에 전작권 환수 문제 협의를 공식 제안했다.

이번 전작권 연기가 가져올 유무형의 국익 손실은 매우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평화증진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 공간은 상당히 제약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군사주권의 보유를 스스로 기피하고 대미의존의 안보구조에 안주했기 때문에, 남북 군사대화에서 협상력도 약화될 것이다. 새로운 동북아 평화안보 질서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도 주변국가의 회의적인 시각으로 인해 한국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위상도 낮아질 것이다. 한-미 관계에서도 우리의 국력신장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호혜적이고 균형적인 관계 정립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국방부는 전작권 연기의 사유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가중’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 한-미 전작권 전환 합의 때부터 상수로 고려했던 사항이었다. 특히, 북핵 상황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기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미국과도 전작권 전환과 상관없이 북핵 문제에 긴밀히 협력·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다. 즉, 유사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전작전 전환과 별개로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 6항에도 있는 것처럼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등 ‘확장억제’ 제공 등을 통해 공동대처하도록 돼 있었다. 따라서 북핵 문제 악화를 구실로 전작권 전환을 기피하려는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 핑계일 뿐이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을 압도하는 경제력과 민주체제를 갖춘 우리나라가 전작권조차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 국내총생산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쓰면서도 북한군보다 열세라며, 10년 간 준비해온 전작권조차 찾아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도대체 우리군대는 그동안 국민혈세로 이루어진 막대한 국방비를 어디에다 썼단 말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 지금 우리 군에 정말 부족한 것은 보다 나은 무기 체계가 아니라 작전기획능력이며, 내 나라는 내가 지키겠다는 군인정신이라고 본다. 어디에도 전작권 전환을 더 미룰 이유도, 핑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