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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마음의 평안

우면산의 봄 5 : 봄이 오나보다.......새싹처럼 자라는 손주 녀석

 

 

우면산의 봄 5 : 봄이 오나보다.......새싹처럼 자라는 손주 녀석

 

 

                                                                         교대에서 강남역 방향 도로 전경

 

 

날씨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남서해안에는 비가 내렸다. 눈이나 비가 모두 대지를 적셔 봄을 빨리 불러올 전망이다. 새벽 운동도 하기 좋고 기온도 적당하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뺨에 스치는 바람은 냉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지난 주말에는 대전 아들네 집을 다녀왔다. 금요일에 내려갔다가 저녁에 아들집에서 사돈댁 친지들을 초청하여 같이 초졸하게 차린 저녁 식사와 대전 지역 소주 '린'도 한 잔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잘 자란 손주 백일을 축하해 주었다. 군대도 백일이면 축하해주면서 특박도 보내준다. 백일 동안 잘 견디어 냈다는 것은 앞으로 군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것에 대한 의미일 것이다. 태어나서 백일도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토요일 올라오는 날 맑은 날씨

 

 

올라오는 데 날씨는 맑았고 봄날씨 같았다. 아내는 아들차에 타고 난 딸네차를 타고 올라왔다. 아무래도 어른들이 타면 운전이 조심스러워지고 사위는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는 듯하다. 날씨도 좋고 나들이에도 좋은 주말이라 하행선은 벌써 만원이다.

 

봄이 온다는 것은 새싹이 태어나고 자라서 여름의 번성함과 번식을 이루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붕어빵같은 후손을 널리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튼튼하고 건실한 그리고 총명한 후손을 잉태하여 큰 일을 할수 있는 인물로 키우고 싶고 또 그렇게 되기를 모두가 바랄것이다. 일반 야생 동물이면 종족을 이끌고 번식시킬수 있는 강한 숫눔의 씨를 잉태하여 번식하기를 바랄 것이고, 인간은 국가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를 바랄 것이며 또 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뛰어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또 같다. 남보다 좋은 옷에, 음식에 좋는 장난감, 좋은 학교, 명품을 입히고 남에게 왕따 당하지 않게 키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대로 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슬픔이다.

 

손주 녀석을 보고 내가 이렇게 말했다. "이눔 자라면 너 애비처럼 해병대를 지원해서 보내라" 고 하자, 며느리가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안돼요!" 하는 게 아닌가! 웃고 말았지만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자기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미가 품에 안고 나약하게 키우면 노년에 고생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 시아버지 말에 잠시도 주춤하지 않고 단번에 그렇게 말하는 신세대 젊은 며느리가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였다.

 

자식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은  사회 적응성을 높이고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키우는 것이다. 고난을 겪지 못하면 인간은 고마움도 모르고 거만해지며 태만해지고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젊을 때 고생은 돈주고 사서라고 하라고 하지 않는가? 아직 어린 며느리라 아들 생각을 하는 엄마의 심정으로 이해는 하고 싶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보다 바위틈에 떨어진 씨앗처럼 자라야 할 것이다. 강원도 산골에 수십년 동안 바위틈에서 비바람과 눈보라, 그리고 모진 삭풍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란 휘어지고 꾸부러졌지만 수려하고 아담하며 미려한 한 그루의 소나무를 보라! 그 고매한 품격과 귀태가 얼마나 고귀하게 보이는 것인가!

 

그래서 인간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사고가 어떤 자식을 만들 것인가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고 싶다는 대로 해주고 먹고 싶다는 대로 먹이면서 키우다보면 버릇없고 비만해질 뿐만 아니라 게으르고 나태하며 고집이 세고 욕심이 많은 사회적인 저능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강하고 지혜로운 어머니는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데 지혜롭게 설득하고 통제하며 적당히 먹이고 입히며 가난과 배고픔을 경험토록 하고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지고 분수를 알고 노력하며 양보와 미덕을 키우고 겸손하며 예의 바르게 키우게 된다. 때로는 잘못을 확인시키고 스스로 인정할 때는 매를 들고 최초리로 훈육도 해야 한다. 그렇게 키운 자식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휼륭한 시민이 될 것이며 때로는 큰 족적을 남기는 인물이 될 것이다.  

 

어제 새벽 자전거를 타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손석희 대담프로에 산악인 엄홍길씨가 나와서 대담하는 내용를 들었다. 그가 히말라야 16좌 등반 성공 요인은 처음 두 번의 큰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미있는 이야기다. 인생 초반에는 실패와 고난을 경험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만은 추락에 앞서 찿아오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고속로로 옆 풍경

 

                                                                                       대전 톨게이트 통과

 

올라오다보니 상행선도 만만치 않았다. 판교 근처에서부터 차량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타더니 헌인릉쪽으로 빠져 양재역 방향으로 갔으나 날씨가 갑자기 어두어지면서 진눈깨비를 포함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을 가기 마련이고 지름길이 있어도 자신이 다녀보지 않은 길은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우면산 터널로 가자고 하였으나 사위는 교육문화센타쪽으로 들어가서 고속도로 옆 길을 통해서 양재역에서 유턴하여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교육문화센타 일대는 하나로 등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어 주말 도로가 꽉차서 시간을 허비했다. 아들네도 뒤따라 약속된 삼계탕 집으로 약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모두가 지친 표정들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갑자기 내리는 눈발

 

갑자기 내리는 눈발을 보니 과거 80년대초 전방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아마 그 날이 3월 26일로 생각되는데, 사창리 북방 15사단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찌푸린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적근산, 삼천봉은 사단 지역내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곳이며 적근산은 전방 GOP 지대라 군 관측소만 있었으나 후방의 삼천봉에는 각종 관측소와 전차탐지소, 방송국 송신탑 등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을 지내고 아침에 두 곳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2개의 정찰팀을 편성하여 급히 양쪽 산으로 올려보냈는데 반나절이 지난 다음에 돌아온 정찰팀의 보고는 큰 난리가 났다고 보고였다. 사연인즉 양쪽 고지에서 고압전주가 모두 넘어져 쓰러졌다는 보고였다. 사진을 찍고 피해 규모를 파악하니 대략 양쪽이 20~30스판 정도가 쓰러졌다고 했다. 그래서 급히 사진을 현상토록하고 구두로 1차적으로 대대장에게 보고하니 우선 구두보고보다 보고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대대장은 빨리 보고서를 만들어라 했다. 그래서 밤을 새워 보고서를 만들어 사단, 군단에 긴급보고를 올리고 복구지원을 요청하였다. 사진을 찍어 사단장에게 보고를 하니 기가찬지 한참 멍하니 쳐다보더니 사단장은 빨리 복구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고압전주가 두 곳이 각각 20~30스판 정도가 넘어졌는데, 고압선이 하중을 견디다 못해 약한 연결 부위에서 전선이 끓어지자 콘크리트 전주는 물론이고 강판전주까지 연속하여 뿌러지면서 쓰러졌던 것이다. 고압선에 진눈깨비가 녹으면서 낮은 기온과 강풍에 계속 얼어붙어 직경 20센티 이상 얼음이 얼어붙어 견디다가 전선이 끓어지면서 고압주들이 연달아 쓰러진 결과였다. 평지에서는  그런 경우를 잘 볼 수가 없고 특수한 산악지역에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진눈깨비가 내린 결과엿고 밤새 녹으면서 다시 얼어붙는 등 반복하여 얼음 두티가 두꺼워진 결과였다. 고압선에는 항상 미열의 열이 발생되는데 내린 진눈깨비가 녹으면서 다시 얼어붙는 특이한 결과였다. 일단 전기가 단전되니 삼천봉에서는 각 기관이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여 임무를 수행하였으나 빨리 전기를 복구해달라며 난리였다.

 

마침 군단에서 보관하고 있던 폐전주와 강판 조립주를 급히 들여오고 사창리 및 춘천 한전과 협조하여 한전 기술인력을 지원받고 군에서는 도쟈, 렉카, PM 등 중장비를 포함 2개 보병대대 병력을 지원받아 차량 및 인력으로 전주를 운반하고 한전 전기보수차를 이용하여 굴토를 하고 전주를 심고 전선을 연결하는 등 2주간 필사적인 노력으로 복구를 완료한 적이 있었다.  이번 날씨에 그곳 전방에는 피해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약 20년 전 이야기다. 

 

 

 

 

 

 

 

                                                                              아들 집에서 바라본 전경 

 

 

                                                                        저 멀리 유등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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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졸하게 차려진 백일상, 요즘은 백일은 안한다지만...... 

 

 

 

 

 

 

                                                                                 밤에 바라본 야경

 

 

                                                                                                     유등천 야경

 

 

 

 

 

                                                                                          손주와 할머니

 

 

 

다음날 토요일 올라오는 길에 날씨가 맑다가 서울 근방에 도착하니 갑자기 폭설이 잠시 내려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가 차량 정체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들네도 서울에 모임이 있다고 하여 같이 올라왔는데 서울에 도착하여 서울고 근방 집 가까운 삼계탕 식당에서 모두 같이 식사를 했다. 세 가정이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어린 손주까지 결속의 끈을 더해주는 지금 이 순간이 아마 우리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즐거움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세 가족들이 고스톱 판이 벌어졌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니까......